할아버지, 안녕! -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문원 어린이 5
노르마 폭스 메이저 지음, 정미영 옮김 / 도서출판 문원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에 어버이날 등등으로 외출도 하고, 외식도 하고, 먼 곳에 살고 있다면 전화라도 한통 드리는 달이다. 굳이 무슨 무슨 날이 아니더라도 부모님과 자식에게 평상시에 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여유가 없어서 챙기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것이니 이번 기회에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할아버지 안녕!>은 할아버지가 중병을 앓게 되고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시간을 손녀인 레이철의 목소리와 글로 담은 작품이다. 좀처럼 표현을 하지 않고 괴팍스러울 정도로 무뚝뚝한 할아버지. 평소엔 그저 그 할아버지와 만나는 시간이 끔찍하기만 했지만 레이첼은 중병으로 인해 얼마 안있으면 죽음을 맞을 할아버지와 학교수업을 마친 후 매일 산책을 하면서 조금씩 할아버지를 알아가고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진심으로 깨닫게 된다. 

사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중병에 걸려 머지않아 죽는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무기력감을 느낄 것이다. 아무리 친밀하다고 할지라도 죽음을 대신해줄 수도 없으며, 나눌 수도 없다.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이 얼마나 화나게 하는 것인지....

레이첼은 할아버지가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엄마처럼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다. 그저 죽음이 무엇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마주하면서 점점 약해지고, 힘들어하고, 수척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조마조마해지고 할아버지를 더욱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곁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 속에 갇혀있던 모든 감정을 쏟아 낸 후 할아버지가 만들었던 다리에 몰래 표시해 놓은 손도장과 이니셜을 찾아낸다.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은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고, 이 과정을 레이첼은(아직 십대 소녀인데도) 너무도  담담하게 행동한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더 많은 감동을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감정들은 오롯이 독자에게로 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읽는 도중 몇번이나 눈물을 쏟았는지 모른다. 책의 내용이 주는 것도 있지만 나와 내 주위의 사람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되었고, 지금은 고인이 된 나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잘해야지 하면서도 속마음과는 달리 가족들에게 함부로 말을 할때가 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서운하게 만든 적도 있고, 가족이니까 더 바라고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드신 부모님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맞을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렇다고 이 책 내용이 죽음과 가족만을 다룬 책은 아니다. 레이첼의 단짝 친구와 남자친구를 사귀는 과정이 있어서 청소년들에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마지막 레이첼의 마음 속 대사가 여운에 남는다. ’손도장이 지금 여기에 있고, 이 자국이 세월이 지나 내가 늙어 꼬부라져도 여전히 여기에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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