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쑥쑥 - ‘국제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작 ㅣ 동심원 1
이준관 지음, 최혜란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평점 :
어릴 때 우리집 마당에는 커다란 향나무가 있었고, 은행나무도 있었다. 목련도 있었고, 앵두나무도 있었다. 장독대에는 항아리가 여러 개 있었고, 펌프도 하나 있어서 마당에 있는 나무에 물을 줄때는 펌프로 물을 퍼 올려서 주곤 했다. 마당의 담장 너머에도 이런 우리집 마당 분위기와 비슷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는데 어떤 골목길에는 보도 블록이 깔려 있었는가 하면 어떤 골목에는 그냥 흙길이면서 양쪽 가생이로는 사루비아가 심어져 있어서 꽃이 피면 사루비아 꽃의 꿀을 따먹기도 하였다. 가끔 칼가는 아저씨와 고물장수 아저씨가 다녀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뽑기 아저씨가 천막을 쳐놓고 꼬마들을 유혹하기도 하였다. 뽑기는 잘 뽑는 비밀방법이 있었는데, 뽑기를 집으로 가져와서 바늘 끝에 침을 묻혀서 뽑기금을 따라 콕콕 찔러대면 십중팔구는 실수없이 뽑기를 뽑아낼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자라났다. 가끔은 물총에 물을 채워서 옆집 아이와 물총놀이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요새는 도시나 농촌이나 아파트가 쑥쑥 올라가고, 아파트가 쑥쑦 올라가는 소리에 아이들의 소리나 고물장수 아저씨의 가위소리, 참새들의 짹짹소리도 묻혀버린 것 같다.
세상이 달라지고 사는 모습도 달라졌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부모가 자랐던 그 집 주위 골목길의 그때의 소리와 풍경을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다면, 이준관 시인의 동시집 '쑥쑥'을 권하고 싶다. 옛날 어린 시절 장독대 뚜껑에 내려앉아 있을 법한 동네 골목길의 말소리들을 모아 지은 이 시집을 읽으며 나 또한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갔었던 것 같다. 이 느낌과 정취는 우리 아이에게도 읽히고 싶다. 시집으로나마 그렇게 나의 어린시절과 우리 아이가 잠시나마 소통하였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