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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쓰다
매거진 t 편집부 엮음 / 씨네21북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된 드라마 작가 프로그램. 선생님은 아직 서지도 못한 우리들에게 달리라고 말씀하신다. 가혹하다. 하지만 왠지 그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면 낙오가 될 것 같다. 하긴, 사실 낙오가 되어도 상관없고, 어쩌면 내가 제일 먼저 낙오가 될 거다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지도 않고 있고, 보지 않으니 이미 마음 밖에 있고, 그 시간에 영어라도 공부한다면, 책이라도 읽는다면 더 낫지 않을까 머리 속으로, 가슴 속으로 열심히 계산기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수업은 너무 재미있고, 사람들과의 만남은 삶을 생글생글거리게 하고 활력을 가져다 준다. 이번 주 과제는 자신들이 쓸 단막극의 시놉시스이다. 등장인물의 직업이나 성격,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어떤 사건이 생겨서 갈등을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꺼리를 잡아오라는 것이다. 첫 수업에서 10분 드라마를 써오라고 하더니만 두번째 과제가 단막극 시놉이니 이거야 당췌 힘이 든다. 어떤 분은 조근조근 하나 하나 배우고 싶었는데 선생님의 스타일이 힘들어서 그만 다닐까 고민하는 분도 보았다. 나는 그에 비해 홀가분한 편이다. 왜냐하면 배째요라는 두꺼운 낮짝과 능글능글하게 대응할 베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보았다. 기라성같은 작가들, 황인뢰, 노희경, 인정옥, 신정구....
이 책은 처음부터 읽지 않았다. 가장 좋아했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기에 인정옥 작가 편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일랜드>가 생각났고, 인정옥 작가가 겉멋이 든 것 같아서 싫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에 비해 노희경 작가의 작품은 참 여러편을 보았고, 그 중에 기억나는 드라마도 많았다. 특히 어머니나 가족을 다룬 이야기들은 그대로 내 것인양 내 속에 담겨 있는 상처를 드러내는 듯 아리면서도 따뜻했었다. 신정구 작가의 작품은 사실 보지 못해서 글로만 알게 되었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남의 작품을 그리 많이 보지도 않은 편인 것 같다. 하긴 남의 것을 많이 보면 자기 중심을 잡기 힘들어 질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재미나게 읽은 것 같다. 그렇지만 내 과제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고, 여전히 과제는 내가 풀어야 할 것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