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친구의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내 고향에선 대부분 중학교를 졸업하면 신설된 고등학교에 가거나 도시의 학교로 가거나 공장으로 가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 때만 해도 고등학교가 생겨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친구들이 절반이 넘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부산의 공장으로 떠나갔다. 그들은 명절때면 예쁜 옷을 입고, 부산 사투리를 써가며 어디 찻집에 간 이야기, 어느 남자하고 사귄 이야기 등 우리와는 먼 이야기를 풀어놓곤 했다. 얼굴도 하애지고 멋쟁이가 된 친구들의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야 비로소 그 친구들이 어떻게 생활했을지 짐작이 되었다. 지금은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친구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70년대 80년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에 시달렸던 우리네 누이들의 피땀이 누군가의 배를 불리고, 지금도 어느 곳에선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작가는 지금도 가끔 화재 사고로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뉴스들을 보면서 여전히 열악한 노동 상태는 진행중이라고 고발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나 역시도 검소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항상 삶에 대한 불안한 떨림을 느끼고 있다. 우리의 삶은 언제 진정한 해방을 맞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