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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32
이효석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9월
평점 :
이 책은 그 유명한 이효석의 대표적인 단편들을 모아놓은 작은책이다.
단편집이고 책이 작고 값도 싸다. 정가가 6,800원이니 이래저래 할인을 받으면 아마도 5천원 돈에 사서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초중고 유치원생을 자녀로 두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이후 자녀들의 언어영역점수를 위하여 이 책은 꼭 한 권씩 집 책꽃이에 꽃아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출제빈도로 보았을 때.
A급은 역시 '메일꽃필무렵'이 되겠고,
B급으로는 '사냥', '돈'을 들 수 있겠고,
C급으로는 '도시와 유령'을 꼽을 수 있겠다.
A급에 대한 이유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B급 작품의 선정 이유는 결말의 반전들이 매우 '극'적이기 때문이다.
C급으로 꼽은 '도시와 유령'은 이효석의 데뷔작인데, 사회참여적인, 경향파적인 분위기가 농후한 작품이다.
따라서 원래는 제도권 교육울타리 안에서는 거론되면 안될 작품이지만,
아주 어쩌다 가끔 학생, 학부모, 사교육자들의 의표를 찌를 의도로 출제될 수도 있겠다 싶은 느낌이 오는 작품이다.
이상이 '객관적'인 이 책에 대한 소개이고,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한 나의 견해와 느낌은 어떠한가?
물론 어휘, 표현 등에 있어서 이효석은 상당히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지만,
나오는 얘기들이 전부 우거지상을(술먹고 계집질하고 쌈질이나 하는) 쓰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경성제대를 다녔을 즈음해서 주변의 영향으로 잠시 경향파적인 분위기를 조금 띄우다가,
그냥 그렇고 그런 굽어보시는 지식인으로 살아가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우리 첫 애를 데리고 아이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다녀올 때에도,
지하철 좌석에 앉아서 '할머니가 아침에 사탕을 2개 주시고 할아버지가 점심에 사탕을 2개 주시면 사탕이 전부 몇 개가 되지?'
라는 물음을 던지거나,
머리뼈를 만져주면서 '이곳은 정수리이고 이곳은 전두, 이곳은 측두, 이곳은 후두라고 하는 거야'라면서 인체해부지식을 알려주거나,
지하철역 곳곳에 있는 'information' 'way out' 'danger' 'exit' 'transfer' 등의 영어단어들을 읽어주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아이에게 1분1초를 아껴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유용한 지식을 전수해 주고 있는데,
달빛이 좀 느끼하다고 물레방앗간에서 'one night'하는 얘기까지 읽게 하는 건 이제 겨우 만 39개월 된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쨌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초중고 국어성적과 수능에서의 높은 언어점수가 탐난다면,
이효석의 대표적 단편모음집인 이 책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