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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스티커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작은도서관 35
최은옥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0월
평점 :
우리집 첫째 아이는 이제 만40개월이 되는데, 이번에 <방구스티커>라는 책이 택배로 왔을 때, 현관에서 책을 잡더니 엄마가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고 책에 몰입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현관에서 아이와 책을 함께 달랑 들어다가 방으로 옮겨놔줬는데, 방에서도 디굴디굴 구르면서 그 책을 다 읽고난 다음에야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었다. 결국 그날 저녁에 우리 아이는 책을 2번을 읽고서야 겨우 손에서 책을 놓았다.
아직 유치원에도 들어가지 못한(내년에 보낼 나이가 됨)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재미있게 몰입을 할 정도이니 <방구스티커>가 얼마나 재미있는 책인지는 더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아무튼 얼마나 재미있는 책이기에 우리 아이가 그렇게 몰입을 했는지 궁금하여, 결국 엄마도 아빠도 다 한 번씩 읽어봤는데, 역시 잘 써진 책이었고 또 굉장히 교훈적이고 건전한 책이었다.
우리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친 것은 아빠인데, 문자를 얼마나 빨리 습득하는가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하였다. 그리고 기역 니은 디귿과 아야어여부터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통문자를 먼저 많이 익혀줘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 아빠의 생각은 달랐다. 영어같이 문자체계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에는 통문자로 시작해야겠지만, 한글은 워낙 그 자모체계가 쉽기 때문에 어린애도 통낱말과 함께 자모체계를 동시에 익히도록 해야 문자습득을 빨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하루에 자음 1개, 모음1개씩 차근차근 글자를 가르쳐나갔다.
아이에게 글을 깨우쳐주는데 있어서 중요했던 몇 가지를 늘어놓아본다면,
첫째, 한글은 자모체계를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아이 눈앞에서 엄마 아빠 스스로 책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것이고,
셋째, 집에 TV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넷째, 길을 걸어갈 때는 간판을 읽어주고 지하철을 탈 때는 안내문구를 읽어주는 것처럼 끊임없이 생활속에서 아이의 문자습득을 자극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도서관에서 심드렁한 아이에게 엄마가 억지로 책을 읽히려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무척이나 딱하고 안타깝다. 일반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15분 미만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 첫째 아이는 한 번 몰두하면 1시간 이상 빠져있지만)
자꾸 눈길이 다른 데로 가려는 아이를 앉혀놓고서는 아이엄마들은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책을 읽어나간다.
아이가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읽어가면서도 가끔 '그것도 몰라!'라는 야단도 양념으로 쳐준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책과 독서와 공부와 사색을 점점 아이에게서 떼어놓는 것밖에 안된다.
정말 공부가 좋고 책이 좋다면, 아이를 힘들게 하지 말고 부모들이 스스로 그렇게 좋아하는 공부를 진짜 많이 해서
그 잘났다는 일류대학들에 본인들이 다시 들어갈 수는 없을까? 왜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것일까?
자신의 자녀를 책과 가까운 아이로 만들고 싶다면,
지금 당장 TV를 없애버려야 한다. 부모는 보고 싶은 연속극, 영화 등등 다 보면서 어떻게 아이에게만 책을 읽고 공부를 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른들부터 자기가 읽을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고 가능하다면 방통대나 사이버 대학 등에 정식으로 등록을 해서 자기부터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집에서 아이 아빠는 자식들을 위해서 집에서는 술을 먹지 않는다.
애가 태어나기 전에는 막걸리 한 통을 사가지고 와서는 냉동실에 넣어두고는 애니 한판 때리면서 막걸리나 홀짝 거리는 것이 최고의 사치요 낭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집에서는 술을 먹지도 않고 누가 비싼 포도주를 줘도 절대로 집으로 들고 들어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부모가 집에서 술을 먹는 모습을 보이면 그것은 분명히 아이에게 그대로 투영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대신 마트에서 맥주나 막걸리를 한 병 사서 집으로 걸어오면서 길거리나 놀이터에서 홀짝 거린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술을 마실 때면 안주값도 안들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쓰게 되어 정말 바쁘게 열심히 사는 기분이 난다고 한다.)
그러나 물론 아이가 자라면서 자기의 색깔이 공부와는 상관없고 '술'을 무척 좋아하는 색깔임이 분명히 드러난다면,
아이 아빠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신나게 술을 먹어댈 것이라고 한다.
그게 아이가 밖으로 돌면서 삐뚜러지는 것 보다는 낳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 대신에 일찌감치 중학교 때부터 기술을 배우라고 할 것이고, 그 기술은 아빠나 엄마도 아이와 함께 배워나갈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성년이 되어 뭐라도 하나 차리려고 할 때 실질적이고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집 아이 아빠는 방귀스티커에 나오는 선생님 이상으로 멋진 진짜 선생님이다.
(실제로 아이 아빠는 직장에서 중3 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최고의 수학 과외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