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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 대소동 ㅣ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7
조너선 에메트 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집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바래다주고, 데려올 때면 길가에 무성히 자라난 풀잎과 나뭇잎들을 만져보게 한다.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는 개미들도 바라보고 때로는 거미줄을 살며시 건드려서 거미들을 놀래키우기도 한다.
요새는 아직 싱싱한 푸른잎들을 만져보게 한 후 바스락거리는 낙엽(아직 나뭇가지에 붙어있는)도 만져보게 한다.
그러면 아이는 '이거는 축축하고 녹색이고, 이건 바삭거리고 갈색이야'라고 얘기를 한다.

개나리꽃과 철쭉이 피어나던 봄길을 걸어서 어린이집에 다녔었는데, 어느 사이에 낙엽이 보이기 시작하는 가을이 되었다.
그동안 아이는 운동화를 한 번 갈아신었고, 봄에는 신고 다녔던 양말이 이제는 작아져서 더이상 신고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밑단을 접어서 입고 다녔던 바지도 이제는 접지 않고 입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고 아이는 자라나고 있다.
이 아이에게 한낮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되었음을 알려주고 싶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집에서, 어른들이 만들어 준 옷을 입고, 어른들이 만들어 주는 밥과 과자를 먹고 자라나고 있는 아이에게,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싶다.
그때 '가랑잎 대소동'을 아이에게 펼쳐주었을 때, 아이의 눈과 마음은 진홍빛 가을 낙엽 위로, 참나무 줄기 위로 청설모와 함께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그래, 이게 바로 우리가 길가에서 보았던 바스락 거리던 낙엽이야. 그리고 이제는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되었단다.
그리고 조금만 더 있으면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게 되지. 그러면 너도 한 살을 더 먹게 되고, 엄마 아빠하고 함께하는 시간도 그만큼 더 길어지는 거란다.
아가야, 풀과 나무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같이 보자꾸나.
이 세상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답게 변해가는지,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 곳인지 직접 느껴보렴.
'가랑잎 대소동'은 우리 아이가 자신의 가을의 문을 여는 문고리가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