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람이 심상찮다.
어제 저녁엔 비가 내려서 오늘 야외모임을 할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는 그쳤다.
오전에 비상연락을 취해서 우선 혜인이 집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
원영맘이 준비해 온 화분에 흙을 담고 꽃씨 심기를 했다.
흙을 곱게 넣고 다지고 구멍내서 꽃씨를 넣었다.
물도 줬다.
봄에 피는 꽃을 심으려면 초봄에 씨앗을 심었어야 했길래
구해온 꽃씨가 여름에 피는 꽃들이다.
하은이는 다알리아 꽃씨를 심었다.
이렇듯 많은 빛깔의 다알리아가 있는데 하은이 화분에선 어떤 색깔의 꽃이 필지 궁금하다.
꽃씨심기를 마치고 모두들 택시타고 문화예술회관으로 갔다.
이곳은 미술전시회를 보기위해, 때론 자전거를 타기위해, 때론 모임을 위해, 때론 산책을 위해 자주 왔었던 곳인데 이곳에 풀꽃이 많단다.
먼저 회관을 들어서는 입구에서 만난 정말 반가왔던 나무 한그루..
수수꽃다리
순수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꽃 이름.
이꽃은 피어 있는모양이 수수가 피어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해서 꽃이름도 수수 꽃다리이다.우리나라의 특산종이며 자생하는 꽃으로서 일설에 의하면 이 꽃이 서양으로 반출되어 개량된후에 라일락이란 예쁜 꽃말을 달고 역수입되어 현재 우리나라의 전역에 산재해 있는실정이다 (오픈사전에서)
우리가 보았던 빛깔은 연보라빛이었는데 소복하니 꽃샘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하늘하늘~해 보인다.
얼마나 이쁜 우리 이름인지..앞으로 많이 불러줘야겠다..수수꽃다리..
그렇게 들어선 회관의 화단엔 우리를 반기는 정말 많은 풀꽃들이 있었다.
늘 그곳을 지났었는데 왜 여적 이들을 발견치 못했을까?
우리의 눈은 늘 크게 보이는 것들에만 열려져 있었던게다.
화단내에서 만났던 봄꽃들
별꽃
마치 돌나물처럼 깔린 줄기와 잎들 위로 정말 별처럼 생긴 이쁜 꽃잎들이 활짝 벌어져
봄바람을 맡고 있다.
개쑥갓
꽃마리
위의 사진을 보면 알수 있듯이 꽃이 너무너무 작아서 정말 앙증맞게 피어있다.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꽃잎속에 들여다 볼수 있는데 빛깔이 어찌나 곱던지..
눈이 호사를 누린다.
개불알풀
이름이 거시기 하지만 이름과 달리 정말 이쁜꽃..
봄에 흔하게 만날수 있는 풀꽃.
뒷동산에서 만났던 풀꽃들
양지꽃
개나리 보다 더 고운 노란빛이 푸른 잎사귀들 사이에서 확~ 눈에 들어오던 꽃.
냉이
민들레 주위에서 늘 자주 목격되는 냉이.
동산을 돌아나오면서 만났던 꽃들
흰민들레
흔한 노란민들레만 보다가 드물게 본 흰민들레.
광대나물
너무 이뻐서 한줄기 꺽었는데 하은이가 이쁘다고 들고 다녔던 꽃.
꽃잎이 어찌나 작던지..꽃등에 난 보송보송한 잔털이 무척 인상적이던 꽃.
아직 꽃없이 줄기만 보았던 나무
남천
6월이 되어야 꽃이 핀다는 나무.
저 빨간열매를 아이들이 제각각 따서는 들고 다녔지..
배롱나무
나무만 보아서는 모르겠더니 꽃을 보니 알겠네..
그동안 꽃만 보고 이름은 몰랐던 나무..
7월에 꽃이 피는 나무란다.
오늘의 봄꽃학습은 여기까지였다.
엄마들은 도감을 들고 허리숙여 눈크게 뜬채, 얼굴을 디밀고
그 작은 꽃잎이랑 잎사귀랑 세세히 살펴서는 책에 나오는 사진과 동일한지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고 아이들은 저마다 회관 여기저기를 쫓아다니며
저네들끼리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엄마들이 한가지씩 꽃이름을 알아갈때마다 내뱉는 탄성과 잡담을
돌아다니면서 어찌 들었는지 아이들이 그런다.
"이거~ 개불알풀이야~"
마구 돌아다니면서 엄마들 이야기를 안듣는듯 해도 어느새 아이들 귓가에
풀꽃이름이 들어먹혔던(?)게다.
자주 오가고 여러 나무꽃을 보았지만 그렇게 낮은 곳에
이렇토록 고운 빛깔로 이름모르게, 누가 알아주지 않는데도 그 고운 자태로
땅가까이 피어있는 봄꽃을 보면서 뭔가 나만의 보석을 발견한양 너무 감동스러웠다.
진짜 보석은 크게, 누구나 볼수 있도록 전면에 드러나 있지 않고
꼭꼭 숨겨져 있어 찾는 자에게만,
볼수 있는 자에게만 열려져 있는듯 하다.
그 보석을 찾으려면 허리를 숙여야 하고
땅의 흙내음을 맡아야 한다.
자연으로 이끌려져야만 보석은 제각각의 빛깔을 반짝이며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불고...꽃샘추위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버린 곳에
한들한들 피어 겨울의 시린 추위를 이긴 자랑인양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는 봄의 전령들..
우린 오늘 봄꽃을 보았다.
200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