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루 피곤하다.

달서구에서 버스로 달려 경산까정..장장 거리가 얼만겨..

점심챙겨서 찾아간 영남대학교 캠퍼스..

아빠차타고 지나가긴 했어도 정작 내리는건 몇년만인지..

그동안 학교도 참 많이 변한듯 하다.

돈이 좀 되는지 학교 여기저기를 이쁘고 깔끔하게 단장해 놓았다.

게다가 중앙도서관 건물도 새단장 중이고..

 

오늘 왜 영대를 갔느냐..

품모임의 자연놀이 수업으로 쑥뜯기를 하려고..

 

시계탑에서 만나기로 한 멤버들중 넷이 우연히도 같은 버스를 탔다.

시간이 좀 늦었는데도 무리의 힘은 강하다~에서 비롯되는 느긋함이랄까..

매점에서 쑥뜯을 칼사고 성애는 은행 볼일까지 보고는 약속장소로 갔더니

이미 명희랑 영이가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동아리에 가입한지 얼마안되는 태곤맘까지..

 

봄이 한차례 다녀간듯한 캠퍼스는 그동안 보아왔던 온갖 풀꽃과 꽃나무들로

자유 그 자체였다.

캠퍼스 속의 아이들도 그 분위기를 아는것인지 더 자유롭게 뛰고 돌아다닌다.

 

인문대 앞 잔디밭 그늘에 자리깔고 앉아서 각자 사온 점심부터 해치웠다.

나들이를 하면 언제나 밥먹는 때가 제일 좋다.

쌀떨어진 하은이네는 변통으로 분식집 김밥을 사갔는데

은주가 사온 쑥국이 정말 맛있어 보이던데 얼마 못먹은게 아쉽다.

그래서인지 오늘 쑥뜯을때 많이 뜯어서 그 향긋한 향풍기는 쑥국을 한번 해먹어야지..생각했다.

 

점심먹고 차한잔하고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쑥뜯기에 돌입..

처음에 엄마들은 아이들 불러놓고 자근자근 쑥이 이렇게 생겼고

이렇게 뜯는 것이라며 알려주다가 나중엔 아이들은 막~ 돌아다니고

엄마들은 쑥뜯는데 다들 열올라 있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재미반 욕심반으로 쑥밭을 떠날줄을 모르고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서 뜯었다.

여기저기 헤집으며 다니던 아이들..

어~ 애벌레다..하면 우르르 몰려와 들여다보고

어~ 이게 무슨 벌레지..그러면 또 우르르 몰려와 구경을 한다.

역시 아이들은 자연에서 움직이는 모든것에 쉽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충 자리를 정돈하고 기념으로 사진 한컷~

학교 한귀퉁이에 건축해 놓은 고택을 구경하러 나섰다.

조선후기의 일반서민의 집에서부터 대감의 집에 이르기까지

세곳의 집을 둘러보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했을 조상들의 지혜에 탄복하며

대감님네 집에선 이정도면 한번 살아도 되겠다~하는 농을 던지기도...

 

점심먹고 쑥뜯고 고택관람..이것만 했는데도 시간이 벌써 4시..

시간여유가 되면 운동장에서 공놀이도 시켜주려고 했는데 도저히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하면 너무 늦을것 같아 아쉬운 발걸음을 집으로 돌린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지 봄맞이 꽃이 이쁘다는 핑계로 잔디위에 털썩 주저앉고는

끝내 챙겨온 공을 건네주고는 공놀이를 시켜주었다.

하은이는 공을 받아들고는 대뜸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라고 편을 나눈다.

그리고는 원영이가 여자들 놀이에 오니 기어이 울기까지..

"하은아~ 지금 너희들은 그렇게 남자, 여자 가르지 않아도 돼~ 함께 사이좋게 놀아.."

 

준비해온 공책이랑 스케치북에 아이들 잔디에 앉아 그림도 그리고

간식도 먹고..또다시 공차고..

정말 원없이 풀과 나무와 꽃들속에 있었던 하루였다.

 

버스에 앉아도 한참을 떠들고 밖을 보더니 혜인이랑 하은이는 깊은 잠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

5시에 학교를 나서기 시작했는데 무려 집에까지 3시간이 걸린 셈이다.

 

집에 오니 쌀도 없고..전화해도 쌀집에 전화도 안되고 할수없이 떡라면 끓여먹고는

시장기를 면했다.

아~ 살다가 곡기떨어져 보긴 처음이다.

집에 쌀이 없으니 이렇게 궁상맞아 보일수가..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깊은 잠을 잔 하은이는 집에 오니 또다시 생생해져서는 놀기 시작한다.

엄마는 거의 초죽음이다.

그렇지만 행복한 하루였다. 씨~~~~익~^^

 

참..라면먹고 바로 뜯어온 쑥을 씻어서 쑥국을 끓여 놓았다.

하은이가 들깨 넣고 버무리고 소금으로 간맞추고 나니 정말 쑥향 진하게 풍기는

쑥국이 된 것이다.

퇴근해온 아빠에게 당장 자랑한다.

 

"아빠~ 오늘 쑥뜯고요, 쑥국도 끓였어요~"

 

200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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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므 2004-04-12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함께 하는 쑥뜯기 겸 봄 나들이라.. 헤에.. *^^*
로므도 요즘 부모님과 함께 산으로 들로 한창 봄나물을 뜯으러 다니 중이거든요.
어머니가 나물에 관심이 많으셔서 이것저것 많이 알고 계시는데 저도 옆에서 자주 보면서도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
쑥과 냉이는 기본에, 엉컹귀, 지친개, 칼씀바귀, 원추리, 달래, 머우 등등...
덕분에 요즘 저희집 밥상에는 봄나물 반찬이 한창이랍니다. *^^*

bluetree88 2004-04-13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부럽습니다..어머님께 많이 배우세요..봄나물 반찬이 한창인 밥상, 왕후의 밥 부럽지 않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