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품모임때의 일대사건(?)이후

일주일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가버렸는데

오늘 또다시 모임날이다.

 

그동안 열감기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던터라

이번주 모임을 어찌할까 고민했는데

하은이에게 물어보니 당연히 친구들 모임에 가고 싶다고 그런다.

 

금요일 이후 그렇다할 외출도 하지 못했던터고

또 이번주가 어쩌면 혜인이가 참석하는 마지막 모임이 될것도 같고해서

어떻게든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차비를 했다.

 

오늘 모임의 주제는 '전래놀이'였는데

난 완전히 속수무책이었고

누군가 준비했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른맘들만 믿고 혜인이 집으로 출발~

 

놀이수업으로 전환한 이후부터는 점심을 먼저 먹는터라

은주가 나물비빔밥으로 만들어준 점심을 양푼이에 비벼서는

뚝딱~ 해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나는 맨밥을 들어서

또 한그릇을 비운다.

이건 제사보다 완전히 제삿밥이 먼저다.

밥먹을때 왜이리 행복한지 몰러~~

 

그렇게 밥먹고 차마시고 간식 달아서 먹고는

엄마들 수다가 늘어진다.

아이들은 제각기 여기 저기 옹기종기 앉아서

블럭이다 인형이다 갖고 놀고..

 

어째 오늘 분위기를 보아하니 별다른 준비가 없는듯도 하다.

아니 하은이가 감기끝인지라

오늘 날씨가 좀 수상쩍어 야외수업을

실내로 전환하는 배려덕분에

수업적용이 안되는가 싶기도 하다.

 

오후에 바람이 좀 잦아지는듯 하길래

택시타고 야외음악당 잔디로 이동..

 

그곳에서 아이들 풀어놓고 공놀이나 시키려고 했는데

3,4월 잔디는 밟으면 안된다고 울타리를 쳐놓았다.

그러고 보니 공놀이도 영~ 꽝이 될듯..

 

자리깔고 앉아서 엄마들은 수다 2부가 시작되고

아이들은 또 제각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거나

임시변통의 공놀이를 한다.

 

와중에 하은이는 점심후에 먹은 약기운이 도는지

지난주처럼 또다시 엄마한테 안겨서 잠을 청한다.

아직도 컨디션이 제자리가 아니다.

 

도저히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은지

미영이가 그래도 준비해온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 가사집을 꺼집어 낸다.

 

그중에 그래도 귀에 익음직한 곡을 몇곡 불러보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잘 따라한다.

 

수박장수~~

어떤 놈이요~

어제 왔던 그 놈이요~

무엇하러 왔나~

수박사러 왔지~

수박 이제야 밭갈러 나갔소~~

 

가사도 재밌다.

흥얼거리는 곡조에 흥도 제법 난다.

 

그렇게 몇곡을 불러본후

이름대기 게임을 시작한다.

 

동물이름대기, 꽃이름대기, 나라이름대기..

 

이름대기 게임을 하니 주로 아이들이 어떤 동물을 좋아하는지

어떤 아이가 어떤 종류의 것을 좋아하는지가 어렴풋이 알게된다.

가끔씩 의외의 명칭이 나올때는

엄마들 속으로 저으기 놀라는 눈치다.

어떻게 저런것까지 알고 있었을까?

놀라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 와중에도 하은이는 얕은 잠을..콜콜~

 

그나마 낮에 비추어 주던 해가 어디로 갔는지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의외로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알고

다들 자리를 틀고 일어섰다.

 

오늘은 어찌 아무것도 하지 않은날이 되었다.

하지만 연두빛 고운 잔디밭 속에 앉아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다.

그 빛깔을 눈에 담을수 있었다는 것이 고맙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그 속에서 뛰어 다녔다는 것도..

 

딱히 무엇을 익혔기에,

무엇을 얻었기에 좋은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속에, 좋은 친구들과 함께였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날..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일상이 감사한 날...집에 오는길 하은이의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200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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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5-1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너무 부럽습니다.

bluetree88 2004-05-1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그래서 너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