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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희승맑시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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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2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희승맑시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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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돈키호테 - 전2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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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오랜 꿈 중 하나는 NGO 단체를 통해 정기후원을 하는 것이었다. 2010년 9월 7일에 쓴 <그건, 사랑이었네>의 리뷰에도 "지금은 사정이 사정인지라 정기후원은 못하고 여럿이서 힘을 모으는 곳에 십시일반만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꾸준히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 그래서 한비야 같은 행동하는 양심가가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써놓았다. 그땐 하루 6시간짜리 편의점 알바를 하며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허리가 휠 때여서 정기후원은 꿈도 못 꿨기 때문이다. 다시 취직하면, 그래서 매달 일정한 수입이 생기면 꼭 정기후원을 해야지, 라고 속으로 몇 번을 다짐했는지.

 

 그러다가 2011년 8월에 재취업에 성공했고, 2012년 10월부터 드디어 꿈에 그리던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해외아동 1명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해외아동 2명, 국내아동 1명, 그 외에 4가지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사랑의 빵 저금통에도 틈틈이 동전을 모아서 작년 한 해에만 2번 입금했다. 비록 금액은 얼마 되지 않지만 동전을 모으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집과 회사에 저금통을 1개씩 놓아두고 동전이 생길 때마다 넣고 있다.

 

 정기후원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나서였다. 그 전까지는 오지여행가인 줄로만 알았던 한비야가 월드비전이라는 생소한 NGO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현재는 UN 식량계획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월드비전 소식지를 보면 여전히 그 단체에서도 활동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 TV에서나 보던 아프리카의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프리카 외에도 식량난으로 고생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이것이 단순히 기근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자연재해라면 선진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문제는 '식량의 재분배'인데, 이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보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에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책 역시 한비야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나는 의지가 참 약하고 유혹에 빠지기 쉬운 사람이어서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목표했던 독서량을 채우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런 내가 막연하게 '언젠가는 해야지'라고만 생각해왔던 정기후원을 1년 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놀랍다. 내가 뭔갈 실천하기도 하는구나, 다른 건 못해도 이것 하나는 이뤘구나. 금연이나 금주, 다이어트, 독서도 그렇지만 정기적으로 누군가를 후원하는 것도 보통 결심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돈이 들고, 독서만큼이나 꾸준히 해야 하며, 돕는다고 해서 그 결실이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고기를 잡아주기만 한다'는 생각에 정기후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국제 NGO들의 후원사업 종류와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지금의 후원이란 단순히 식량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물론 지진이나 홍수처럼 극심한 자연재해를 입어서 당장 먹을 것과 물이 없는 지역에는 수일 내지 수개월 동안 식량을 나눠준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기초적인 구호활동이고, 어느 정도 식량난이 해결된 후에는 피해 지역의 복구와 주민들의 위생보건, 심리치료 등에 중점을 둔다. 이것이 한비야가 월드비전에서 맡아 했던 '긴급구호활동'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정기후원은 긴급구호와는 또 다르다. 우선 후원금이 단순한 식량분배가 아닌 후원아동의 교육과 집안의 경제 활동을 돕는 데 쓰인다. 그래야 후원아동이 성인이 돼서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훈련시킨다는 뜻이다. 지금보다 세상이 더 어려웠던 시절엔 식량을 퍼다주기만 했는지 몰라도, 이젠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NGO 단체들이 잘 안다. 일례로 내가 후원했던 한 아동은 가정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되어서 며칠 전에 후원이 종료되었다. 그 뿌듯함이란 목표했던 책 한 권을 뗀 기쁨, 또 계획했던 다이어트에 성공한 기쁨 못지않다고 자부한다.

 

 비록 이런저런 말이 많아도 내가 살면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와 같은 책을 만난 것은 행운 중에서도 엄청 큰 행운이다. 그 책 덕분에 정기후원을 꿈꾸게 되었고, 또 그 꿈을 이뤘으니까. 올해에도 이루고 싶은 큰 꿈이 2가지 있는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꼭 이루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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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날짜 : 1월 23일(목)~2월 6일(목)

 

※ 읽은 페이지 : 206쪽~338쪽

 

 

 

 

*     *     *

 

 유럽에는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해 현재는 중동이라 부르는 지역이 아시아의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따라서 기번의 책에 나오는 '아시아' 또는 '동방'이라는 단어는 현재의 아시아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기번이 살았던 시대의 유럽인들은 유럽보다 몇 배나 넓은 아시아 대륙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주에 자주 나오는 '현대'라는 단어도 우리가 사는 '현대'와 동일시하면 안 된다.

 

 역사책을 읽다 보면 과연 산다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알다가도 모르겠는 인생들이 모여서 시대를 이루고 시대가 쌓여서 역사가 진행되는데, 역사에 이름이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름대로 인류 발전에 기여했거나 엄청난 피해를 끼쳤거나, 둘 중 하나다. 거듭되는 발전과 퇴보 속에서 갈대처럼 이리저리 구부러지며 산 일반 민중의 삶은 기록도 남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를 촘촘히 수놓은 인생들의 주인공 중 99.9%는 이름 없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고 사는 건 아니니까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중요한 점은 내가 역사라는 수레바퀴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태도다. 그러려면 역사를 읽어야 하고, 깊이 공부해야 한다. 지난날 인류의 삶의 결과로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것처럼 현재 인류의 삶이 미래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명의 축을 뒤흔들만한 업적을 이루지는 못할망정 역사를 퇴보하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막시미누스 황제가 퇴출된 후 로마의 망조는 점점 심해지는 양상이다. 결국 동서로 분리되었어도 천 년을 지탱한 제국이니 쉽게 쓰러지지는 않겠지만 한니발이라는 거대 적수에 맞서서 전력을 다해 싸운 시절의 로마를 떠올리면 거듭되는 외적의 침입과 속주들의 봉기로 어지럽기 그지없는 제정로마가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기번이 9장 초반에 언급한대로 필리푸스 황제에서 갈리에누스 황제로 이어지는 20년의 치세는 혼란 그 자체다. 터져서 피가 줄줄 흐르는 상처와 같은 이 혼란을 누군가 수습해야 할 텐데 로마사에 문외한이라 어떤 인물이 등장할지 짐작도 안 되고 아는 바도 없다. 황제만 잘 뽑으면 되겠건만 망할 근위대가 매번 막장드라마에 나올 법한 인물만 골라서 제위에 앉히니 원.

 

 천 년이나 되는 역사에서 수백 년도 아니고 수십 년쯤 혼란을 겪었다고 그리 문제가 되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과거와 현재가 쌓여서 미래를 이루는, 말하자면 시공간의 3D 입체영상이다. 짧은 기간의 혼란 때문에 많은 로마인의 인생이 바뀌었고 이것이 후대 로마인의 행보에 영향을 주었다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 20년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번도 없는 자료를 뒤져가며 자세하게 서술했을 것이다.

 

 이제 황제를 사칭했던 19인의 참주들에 관한 내용을 읽을 차례인데, 그 중에 여자도 있는 모양이다. 제노비아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다. 이번 주말에는 정말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책과 하나가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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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가 "메리 웨스트매컷"이라는 또 다른 필명으로 로맨스소설을 여러 권 발표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그 작품들을 읽어볼 기회가 없어서 아쉽던 차에 아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포레"라는 출판사에서 크리스티 여사의 일반소설(?)들을 모아서 시리즈로 출간한다고 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스페셜 콜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추리소설들도 섞어서 출간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사가 메리 웨스트매컷으로서 발표한 작품들만 추려서 출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나는 두 팔 벌려 대환영이다. 이래서 시리즈가 좋다니까.

 

 이 시리즈의 시작점을 찍은 소설 <봄에 나는 없었다>에 대한 출판사 제공 소개와 100자평, 리뷰를 모두 읽어보았다. (지난 1월에 출간된 아주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남편과 두 아이를 뒷바라지하며 살아온 여주인공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막에 고립되면서 겪는 내적 갈등이 주요 줄거리인 것 같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크리스티 여사의 그 많은 추리소설 중에서도 <누명>이나 <잠자는 살인> 같은 심리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이지 싶다. 크리스티 여사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섬세한 심리 묘사와 감성의 자극인데(그래서 "연애소설이나 쓰라"는 말도 들은 모양이지만), 그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한 명작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밑줄 긋기에 소개된 몇 구절만 읽어봐도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2월말, 혹은 3월초에 <로마제국 쇠망사> 2권을 사면서 아르센 뤼팽 전집 3권인 <기암성>을 함께 구매하려고 했는데 계획이 바뀌었다. <봄에 나는 없었다>부터 사서 읽고 뤼팽 시리즈는 그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어제 도착한 <뤼팽 대 홈즈>도 꽤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어쩌면 내 올해 독서 목표도 약간 수정될지 모르겠다. <정글만리> 대신 <아르센 뤼팽 전집> 읽기로. ㅎㅎ 가능하면 다 읽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다독을 해봐야겠다. 바라건대 2014년은 잘 여문 이삭처럼 알찬 독서로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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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창백한 말(The pale horse, 1961)

 

 독자들이 입을 모아 보내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숨은 걸작'이라는 찬사가 부족할 정도로 치밀한 구성과 놀라운 반전이 돋보인다. <창백한 말>이라는 제목은 요한계시록 6장 8절에 나오는 '청황색 말'을 의역한 것으로 작품에서는 영험한 영매임을 자칭하는 세 여인이 사는 저택의 이름이다. 자신이 목격한 일련의 사건들로 이 저택에 의혹을 품게 된 주인공이 탐정 역할을 하는데, 크리스티 여사의 분신이라고 불리는 여류 추리소설가 애리어든 올리버 부인이 등장하여 결정적인 서를 제공하는 장면이 가장 극적이다. 아마 범인이 밝혀지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이럴 수가! 내가 렇게 어리석다니!" 왜냐하면 범인은 처음부터 눈에 뻔히 보이는 행동으로 자신을 드러내는데 독자들은 크리스티 여사의 교묘한 트릭에 그 눈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7. 맥긴티 부인의 죽음(Mrs. McGinty's dead, 1952)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을 탐독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피해자와 그를 둘러싼 배경이 주로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은 소위 '중상류층'이라는 점이다. 그녀가 다룬 살인사건의 소재가 대부분 막대한 재산을 둘러싼 비정한 싸움이기 때문이겠지만,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가 반드시 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뿐더러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서 작품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 한구석에 있었다. 이러한 나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준 작품이 바로 이 <맥긴티 부인의 죽음>이다. 이 작품에서 피해자로 등장하는 맥긴티 부인은 시골마을에 사는 환갑이 넘은 파출부인데, 그녀의 사건을 수사했던 런던 경시청의 스펜스 총경이 자신이 잡은 범인이 왠지 살인자가 아닌 것 같다며 에르큘 포와로에게 재수사를 부탁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다른 작품에서는 목격자나 증인 이상의 역할로 등장하지 못했던 파출부가 여기서는 잔혹한 살인마의 정체를 밝히는 열쇠라는 점이 내가 이 작품을 베스트10에 넣은 이유다. 물론 재미도 반전도 앞서 소개했던 작품들에게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8. 비뚤어진 집(Crooked house, 1949)

 

 Ⅰ에서 소개한 <누명>과 함께 애거서 크리스티 자신이 뽑은 베스트10에 속하는 작품이다. 작품에 동요를 인용하기 좋아하는 크리스티 여사는 여기에서도 '비뚤어진 집'이라는 동요를 인용했고 그것을 소설 제목으로 삼았다. 레오니데스라는 성으로 묶인 대가족 내의 가장이 교묘하고도 손쉬운 방법으로 살해당했는데, 피해자의 손녀와 사랑하는 사이인 주인공이 자기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크리스티 여사가 늘 강조하는 살인범의 특징-자만심이 강해서 자신을 자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며, 결국 그 자만심 때문에 실수를 저질러 꼬리를 잡힌다-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범인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여타 작품과 달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후 통쾌함이 아닌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잔인하고 이기적인 자에 대한 연민과 애수가 가슴을 신다. 주인공 찰스의 말대로, 좋아하는 사람이 결핵이나 어떤 치명적인 병을 앓는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9. 잠자는 살인(Sleeping murder, 1976)

 

 크리스티 여사가 자신이 죽은 뒤에 발표하기로 결심하고 숨겨두었던 야심작 두 편 중 하나인 이 작품에는 그녀의 또 다른 분신인 미스 제인 마플이 등장한다. 누구든 자신이 아는 사람과 비교하여 그 사람의 특징을 간파하기를 좋아하는 이 노처녀는 오랜 인생 경험에서 얻은 통찰력으로 많은 살인사건을 해결했는데, 그러한 그녀의 특기가 가장 빛을 발한 작품이 이 <잠자는 살인>이다. 18년 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루는 만큼 물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누명>처럼 심리적 추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30년 <목사관 살인사건>에서 80세에 가까운 노처녀 탐정으로 처음 등장한 마플 양은 무려 46년 뒤에 발표된 이 작품에서도 위험에 처한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층계를 마구 달려 올라올 수 있을 만큼 정정하다. 1970년작 <복수의 여신>에는 류머티즘 때문에 정원 일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을 떠올리면 옥의 티인가 싶지만 크리스티 여실제로 이 작품을 집필한 시기가 1942년경임을 감안하면 그리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덕분에 귀중한 생명을 구했으니. ^^

 

 

10. 비둘기 속의 고양이(Cat among the pigeons, 1959)

 

 사촌언니가 물려준 크리스티 시리즈 중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걸로 기억하는 작품이다. 웬일인지 물려받은 책이 사라져서 다시 사긴 했지만 처음 손에 든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영국의 유명한 여학교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내용인데, 뒤에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해서 제자리걸음하던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하지만 그를 중심으로 줄거리가 전개되지는 않는다. 대신 포와로 못지않은 개성을 자랑하는 여성들이 전면에 등장해서 그들의 인생에 난데없이 끼어든 살인사건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입체적인 구성으로 한 편의 잘 만든 드라마를 시청하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 이 작품의 제목을 봤을 때 '비둘기 뱃속에 고양이가 들어 있다는 뜻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학교라는 비둘기 무리 속에 살인자라는 고양이가 숨어들었다는 의미였다. ㅋㅋㅋ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고, 읽는 횟수가 늘수록 그 전에는 몰랐던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로맨틱 미스터리 기법이 쓰이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 사족 - <끝없는 밤>이라는 작품을 보면 책 어디엔가 '한국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여주인공의 삼촌인지 숙부인지가 그 전쟁에 참여했다는 대사가 있는데, 그걸 보고선 괜히 반가웠던 기억이 있어서 덧붙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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