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은 날짜 : 1월 23일(목)~2월 6일(목)

 

※ 읽은 페이지 : 206쪽~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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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는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해 현재는 중동이라 부르는 지역이 아시아의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따라서 기번의 책에 나오는 '아시아' 또는 '동방'이라는 단어는 현재의 아시아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기번이 살았던 시대의 유럽인들은 유럽보다 몇 배나 넓은 아시아 대륙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주에 자주 나오는 '현대'라는 단어도 우리가 사는 '현대'와 동일시하면 안 된다.

 

 역사책을 읽다 보면 과연 산다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알다가도 모르겠는 인생들이 모여서 시대를 이루고 시대가 쌓여서 역사가 진행되는데, 역사에 이름이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름대로 인류 발전에 기여했거나 엄청난 피해를 끼쳤거나, 둘 중 하나다. 거듭되는 발전과 퇴보 속에서 갈대처럼 이리저리 구부러지며 산 일반 민중의 삶은 기록도 남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를 촘촘히 수놓은 인생들의 주인공 중 99.9%는 이름 없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고 사는 건 아니니까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중요한 점은 내가 역사라는 수레바퀴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지 끊임없이 성찰하는 태도다. 그러려면 역사를 읽어야 하고, 깊이 공부해야 한다. 지난날 인류의 삶의 결과로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것처럼 현재 인류의 삶이 미래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명의 축을 뒤흔들만한 업적을 이루지는 못할망정 역사를 퇴보하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막시미누스 황제가 퇴출된 후 로마의 망조는 점점 심해지는 양상이다. 결국 동서로 분리되었어도 천 년을 지탱한 제국이니 쉽게 쓰러지지는 않겠지만 한니발이라는 거대 적수에 맞서서 전력을 다해 싸운 시절의 로마를 떠올리면 거듭되는 외적의 침입과 속주들의 봉기로 어지럽기 그지없는 제정로마가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기번이 9장 초반에 언급한대로 필리푸스 황제에서 갈리에누스 황제로 이어지는 20년의 치세는 혼란 그 자체다. 터져서 피가 줄줄 흐르는 상처와 같은 이 혼란을 누군가 수습해야 할 텐데 로마사에 문외한이라 어떤 인물이 등장할지 짐작도 안 되고 아는 바도 없다. 황제만 잘 뽑으면 되겠건만 망할 근위대가 매번 막장드라마에 나올 법한 인물만 골라서 제위에 앉히니 원.

 

 천 년이나 되는 역사에서 수백 년도 아니고 수십 년쯤 혼란을 겪었다고 그리 문제가 되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과거와 현재가 쌓여서 미래를 이루는, 말하자면 시공간의 3D 입체영상이다. 짧은 기간의 혼란 때문에 많은 로마인의 인생이 바뀌었고 이것이 후대 로마인의 행보에 영향을 주었다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 20년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번도 없는 자료를 뒤져가며 자세하게 서술했을 것이다.

 

 이제 황제를 사칭했던 19인의 참주들에 관한 내용을 읽을 차례인데, 그 중에 여자도 있는 모양이다. 제노비아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다. 이번 주말에는 정말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책과 하나가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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