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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
틱낫한 지음, 이아무개 (이현주)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불교의 유명한 저자 틱낫한 스님이 쓴 에세이이자, 불교 입문서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했다가, 이것이 자연스레 불교의 <금강경>과 <화엄경>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불교를 잘 모르면서 불교 이론을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틱낫한 스님이 쓴 불교 이론은 아주 간단하고 일상과 이어져 쉽게 쓰여져 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불교 이론을 다 깨우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많은 산들이 남아있지만, 이 책이 불교 입문서로는 재미있기도 하고 쉽다는 것이다.)
나는 불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불교 이론을 알고 싶어 관련 서적을 뒤적거리고 있다. 그 이유는 내 친한 언니가 그곳에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불교 이론을 알면 내 마음을 좀 더 편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 그 중에서도 서울은, 수많은 것들을 욕망하는 것 같다. 직업을 욕망하고, 결혼을 욕망하고, 잘 살기를 욕망하고, 공부를 잘 하기를 욕망한다. 그 욕망 속에서 나는 어느 날 턱 하고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회피하고 하지 않으면, 그때는 주변의 친구들이 이야기하곤 한다. "넌 왜 그러지 않니?" 하고 마치 내가 무척 많이 잘못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과연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욕망하면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것은 연결된 고리처럼 욕망이 욕망을 낳고, 또 욕망을 낳으면서 계속되어 연결된 것이 아닐까. 우리는 백 하나를 사면, 옷 하나를 그것을 산 순간에는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일 뿐. 한달이 지나면 다른 이들도 그런 백이나 옷을 샀다는 것이 보이고, 더 좋은 것들을 또 욕망한다. 우리가 품고 있는 욕망은 단지 몇 시간을 위한 순간을 위한 욕망일 뿐이다. 이런 소비의 욕망을 가진 사람은 다른 것들을 사지 않으면 또다시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지금 이순간, 내가 어딘가를 걷고 있는 순간, 하늘을 본 순간, 그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가치있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계속되는 소비의 욕망을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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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고통을 겪는다면 그것은 사물이 무상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물이 무상하지 않고 영존永存한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꽃 한 송이가 시들어갈 때 여러분은 크나큰 슬픔에 젖지 않습니다. 그것은 모든 꽃이 무상한 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사랑하는 이의 무상함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죽으면 아주 큰 고통에 빠지게 되지요. 여러분이 만일 무상함을 깊이 들여다본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지금 여기서 행복하게 해주려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무상함에 깨어 있을 때 여러분은 적극적이 되고 사랑하게 되고 지혜로워집니다. 무상은 좋은 소식입니다. 무상함이 없으면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 p74
우리 문명과 연관된 모든 것들-사랑하고 미워하는 능력과 다른 모든 것들-이 그 사람 안에서 보인다는 얘깁니다. 한 물건 안에 다른 모든 물건이 들어 있어요. 우리에게 이런 정부와 대통령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그들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 이 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비쳐주고 있으니까요. 'A'가 'A 아님'을 알 때, 우리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이 아니고' 바로 우리임을 알 때, 비로소 우리는 더이상 그를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대통령 아닌 요소로들로만 이루어진 존재임을 알면 정부와 대통령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어디에 힘을 써야 하는지 알겠지요. 우리 안에 있고 우리 둘레에 있는 대통령 아닌 요소들, 정부 아닌 요소들을 우리는 잘 돌봐야 하는 겁니다. 이것은 토론할 문제가 아니라 실천에 옮길 문제입니다. : p92
사물을 깊이 들여다보고 삶을 깊게 살아가는 것, 그리하여 흔들리지 않는 선정에 드는 것이 우리의 수행입니다. 좌선을 할 때만이 아니라 걸어갈 때나 차를 마시거나 갓난아기를 품에 안을 때도 마음을 모아 거기에 집중하는 거예요. 무엇이든 깊게 들여다보면 겉모습에 속는 어리석음을 짓지 않게 됩니다. : p146
알베르 까뮈는 소설 <이방인>에서 뫼르소라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사람은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어느 날 감방에서 문득 생명을, 화엄 세계를 접하게 됩니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서 천장 가까이 있는 작은 창을 통해 난생 처음으로 파란 하늘을 '봅니다'. 어떻게 다 큰 어른이 난생 처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을까요? 그러나 실제로 많은 사람이, 자신의 분노와 절망 그리고 행복과 평화는 미래에 있다는 믿음 속에 갇혀서 그렇게 살고 있지요. 뫼르소는 처형을 사흘 앞둔 사형수입니다. 그러데 마음을 모으는 순간, 하늘이 거기 있었고 그 하늘을 만져볼 수 있었던 거예요. 그는 인생에 의미가 있음을 알았고, 그래서 자기에게 남아 있는 시간들을 깊이 있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남겨진 사흘은 진정한 인생이 되었지요.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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