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을 바꿔보세요. "내가 저 사람에게 상처 받았다", "내가 저 사람에게 속았다", "내가 저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다. "똑같은 현상에 대해 표현만 달리 한 것이 아닙니다. 상황을 인식하는 기본적인 태도에서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내가 속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다음부터는 그에게 속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습니다. 미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 원인을 밝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생의 주도권을 쥐고 삶을 자율적으로 운용해나가는 첫걸음입니다. - p26
치료 작업의 첫 단계에서 분석가는 주로 피분석자의 말에 공감해주고, 그의 언행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태도를 취합니다. 두 사람 사이의 신뢰를 형성하고 '치료 동맹'을 맺기 위해서입니다. 치료 동맹은 '어머니와 아기의 상호 관계'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피분석자의 자아를 강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안정된 치료 동맹이 형성되면 피분석자는 그 관계 안에서 자신을 더 깊이 관찰하고, 성찰적이게 되며, 욕구를 직접 언어로 표현하게 됩니다. - p32
현대 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에게 성욕이나 공격성보다 더 중요한, 애착이라는 특별한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애착은 욕망의 대상이 되는 특별하고 유일한 사람과 친밀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 p32
"상처를 입어도 괜찮다", "모욕당해도 죽지 않는다", "거절당해도 나는 소중한 존재다" 등등의 구절이 뼈에 새겨질 만큼 반복하도록 일러주세요. 모욕과 거절의 상황을 겪으면서, 그 상처를 이겨내면서 조금씩 마음이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정과 지지뿐 아니라 좌절을 견디는 능력을 통해서도 자아는 강해집니다. - p35
감정이 아니라 이성과 합리를 바탕으로 한 관계 맺기, 자기주장보다는 상사의 지시에 따르는 수직적 관계 맺기,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 맺기 등의 방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불편한 간섭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거절하기, 상사와 다른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기, 내심으로 싫으면 겉으로 죽이 맞는 듯 행동하지 말고 적절한 거리 두기, 상대가 정말 인격적으로 미숙하고 나쁜 사람이라면 그와의 관계를 철수하기 등의 방법들이 있습니다. - p49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야 어떻든 간에 억눌렸던 감정을 표출하는 그 행위만으로도 당사자에게는 큰 치유 효과가 있습니다. 내면에 억눌려 있었던 감정을 제대로 보고 인정한 점, 그것을 최초의 온당한 대상을 향해 표현한 점, 분노해도 그 대상이 파괴되지 않고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좋은 일입니다. '표현하기' 과정은 일회적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반복해서, 천천히 완성됩니다. - p54
의존, 간섭, 지배, 통제 등은 가장 대표적으로 '사랑처럼 보이는 것'에 속합니다. - p56
게으름과 무기력함,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신경질 등은 억압된 분노가 소극적으로 표출되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또한 우울증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 p134
미국의 심리학자 퀴블러 로스 박사는 애착을 박탈당한 사람이 겪는 다섯 가지 감정 단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분노, 부정, 타협, 우울, 수용이 그것입니다. - p152
성인인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란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말씀드리면, 생애 초기에 가족과 주고받은 사랑의 방식을 타인을 상대로 재연하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아기 때 엄마와 주고 받은 황홀한 공생의 경험, 아버지와의 오이디푸스 관계에서 체험하는 갈등, 형제자매와 나누는 질투와 시기심 등이 연인을 상대로 다시 활성화됩니다. - p163
우리 여성의 유전자에는 아직도 남자에게 생존의 90퍼센트를 의존하던 시절의 기억이 존재합니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사랑할 때 자신의 90퍼센트를 남자에게 쏟아붓습니다. 그에 반해 남성들의 유전자에는 90퍼센트의 열정을 사회적 성취에 쏟고 나머지 10퍼센트의 열정만을 사랑에 투자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잘 인식하셔서 남자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생존의 전부를 거는 사랑을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남자에게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면 자신은 항상 결핍감에 시달리고, 상대방은 그만큼 숨이 막힙니다. - p178
그가 준 좋은 것들도 여전히 내부에 남아 있습니다. 그와 나누었던 아름다운 사랑, 풍요로운 기억, 황홀하거나 부드러운 감각, 기쁨과 충만함...... 그 모든 것이 이미 내면화되어 당신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와 동일시한 많은 가치와 미덕들은 이미 당신의 성격과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그 사랑을 통해 정서의 사유지가 넓어지고, 정신의 키가 훌쩍 자라고, 심지어 외모도 아름답게 변했습니다. 그것은 틀림없이 당신 것입니다. - p206
우선 여성 개인의 성은 가부장적 사회의 특정 제도나 조직에 소속된 물건이 아닙니다. 또한 성은 먼 훗날 안정된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잘 보존해야 하는 것도, 한 남성과 친밀감을 나누는 조건으로 그에게 독점 사용권을 허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 p219
같은 세대의 선배 한 사람은 남편에게 이렇게 다짐한답니다. "세 가지만 약속해. 내가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것, 나한테 병을 옮기지 않는 것, 아이를 낳아서 데려오지 않는 것." - p234
오이디푸스 단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비단 아버지의 거세 위협이 두려워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포기한다는 뜻만이 아닙니다. 오이디푸스 단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하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법과 질서에 복종한다는 뜻입니다. 공동체의 언어를 습득하고, 성역할을 알아차리며, 그 사회에 수용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사회적으로 좀 더 안전하게 성취할 수 있는 은유와 상징의 역량을 획득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p294
우리 여성들은 오래도록 물리적·사회적 약자로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약자의 생존법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의사를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고 암시하기, 핑계대거나 둘러대기, 자신의 욕구를 간접적으로 말하기 등은 여성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약자의 생존법입니다. 거짓말하기, 아첨하기, 지나친 겸양과 양보를 몸에 두르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소통 방식을 버리고 당당하고 직접적으로, 그러면서도 정중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습득하시기 바랍니다. - p302
거절할 때는 상대방의 자기애를 배려하면서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알아서 찾아보세요" 같은 공격이거나 감정적인 말투를 배제하고 "잘 모르겠습니다"라거나 "지금 조사 중이어서 확실한 결과는 나중에 알 수 있겠습니다"와 같은 중립적인 말투를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타인의 제안을 거절할 때도 "싫다"고 딱 잘라 말하기보다는 "그런 일은 곤란하겠습니다"라거나, "제 역량이 아닌 것 같습니다" 등의 완곡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 p314
이분법의 오류를 감수하고 말씀드리자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남의 말을 하는 사람/그 화제에 오르는 사람, 욕하는 사람/욕먹는 사람, 살리에르 같은 사람/모차르트 같은 사람. 어느 경우든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편안하고 자기 충족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 p324
우리는 중년기가 되면 몇 가지 심리적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우선 생이 온전히 자신의 책임임을 받아들여야 하며, 더 이상 부모를 이상화하거나 평가절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부모가 우리 생에 꼭 필요했던, 다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존재였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역량과 창조성의 한계를 인정하고 과도한 욕망이나 시기심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자신의 파괴적 충동이나 공격성에 대해 인식하고 잘 처리하며,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 p327
잃어버린 진정한 삶을 되찾는 방법은 천복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천복이란 우리가 억압하고 외면해온 감성, 직관, 자연, 신비주의의 영역에 속하는 덕목입니다. 우리가 이번 생에서 타고나는 소명, 그것을 완수할 역량과 자질, 운명에 내재된 비밀, 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 등의 의미가 포괄된 단어입니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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