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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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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심토머인가요?"
"아뇨, 당신은 심토머가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당신은 아직 이 도시에서 견딜 만합니다."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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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도시에서 "견딜 만하다라" 얼마나 슬픈 말인가.
이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은 다 불우하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은행나무가 손에서 자라거나, 시간을 건너뛰어 잃어버린다거나 하는 심토머라는 특이종들,
심토머의 이야기를 관리하지만, 결국에는 건강관리를 못해서 죽고 마는 공박사,
무척 뚱뚱하고 말이 없어서 다른 직원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여자, 손정은,
그리고 공박사의 캐비닛 관리를 하다가 어느 날 정체모를 사람들에게 고문을 당하는 주인공,
이 내용들만 봤을때는 정말 불우하고 슬프기 그지 없지만,
작가는 이 내용을 엄청나게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어쩌면 신체나 정신이 조금 이상해 보이는 심토머들이
현대사회의 도시생활을 가장 이상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면에서 2부 천국의 도시 중 '저도 심토머인가요?'에 나오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곁에 한 번쯤을 있을 법한 사람들인데도
심토머보다도 더 이상하고 괴상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