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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 ‘대형 사고’와 공존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새로운 물음
찰스 페로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876년 5월 31일 'Vincent van Gogh'가 그의 동생 '테호'에게 보낸 램스게이트 편지 내용은 이렇다. '이 작은 데생이 바로 학교 창문을 통해 내다본 풍경이야. 아이들은 이 창으로 부모가 자기를 보러 왔다가 역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단다. 이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광경을 영영 잊지 못할 아이들이 많을 거야. 비 오는 날이 많았던 이번 주에 너도 그걸 봤어야 하는데(중략)'.이 편지 덕분에 토요일 밤에 왔다 아들의 자취방 청소와 반찬을 만들어 놓고 내려가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292명 사망, 1994년 성수 대교 붕괴-32명 사망,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502명 사망,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192명 사망, 2014년 세월호 침몰-304명 사망. 세계 10위권 국가라는 한국 사회에서 끓이지 않고 발생하는 대형 사고는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인재임이 또 드러났다. 한국이 '돌진형 압축 근대화'를 하면서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성장 지상주의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박길성 교수는 한국적 위험 사회의 배경에 세가지 문화적 인식 구조가 있다고 지적한다. '잘되겠지'하는 무근거 낙관주의, '위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는 무대책 모험주의, '나는 괜찮겠지'라는 자기 예외주의다. 무근거 낙관주의와 모험주의가 결합해 잠재적인 위험의 폭발성을 가중시키고, 자기 예외주의가 더해 안전 불감증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또한 윤평중 교수는 '단기적으로 구난 시스템의 일원화가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이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시민의식을 강조한다.
사고는 다발적 장애의 결과로 발생한다. 설계, 설비, 절차, 운용자, 환경이라는 5가지 요소에 '원료'가 추가되면 보편성이 확보된다. '디포즈' 라고 부른다. 기술 분야의 성공의 배경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패의 원인은 기록된다. 인간 문명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않는 쪽으로 전진한다. 미국 예일대 사회학 교수인 '찰스 페로'가 쓴 이 책은 '대형 사고 연구'에 관한 바이블이다. 영문판은 '정상 사고(Normal Accidents)'다. 원자력 발전소, 화학 공장, 항공기, 선박, 댐, 유전자 조작 등 사람이 만든 복잡한 시스템은 참사의 위험을 늘 안고 있다. 아무리 안전장치를 덧대도 피할 수 없는 사고(정상 사고)가 있다. 장애 둘 이상이 겹치면 위기로 발전한다. 즉 '연쇄 재앙'이 정상 사고의 원인이 된다.
예를들어 항공운송과 해상운송 시스템과 비교하면 항공은 부품이나 장치에 결함이 있어도 치명적이진 않다. 왜냐하면 조종사 노조, 여객기 이용 정치인, 뚜렸한 피해자와 가해자, 소송의 편의성, 엄정한 감독 기관 등이 안전성 향상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상운송의 피해자는 사회적 신분이 낮고 선원들은 조직력이 약한 반면 선장은 절대 권력을 휘두른다. 또한 항공기는 비상 상황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서로의 해석을 점검한 반면 선장이 사고를 일으켜도 갑판장은 침묵한다. 더불어 해상 운항 규칙은 책임 소재를 가리도록 설계되었다.
우리가 만든 복잡한 시스템은 운용자, 승객, 무고한 시민, 나아가 미래 세대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킨다. 문제는 위험한 시스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시스템을 움직이는 조직의 운영에 대한 우리의 능력이 조직적 활동에 내재된 위험을 감당하지 못한다. 따라서 조직 개선은 모든 활동에 도움이 된다. '세월호 침몰'에서 보여 줬던 선장의 역활은 상실되었다. 선장은 선원들과 가까운 위치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대부분의 선박은 소수의 인원이 선장을 보좌한다. 선장은 개별적으로 선원들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바다의 전통은 이러한 중앙집권적 통제를 뒷받침한다. 이 책은 최악의 해상 사고 중 다수가 무능한 선장 때문임을 역설한다.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