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헌정 - 5ㆍ18을 생각함 인문정신의 탐구 18
김상봉 지음 / 길(도서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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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현관을 나서며 들었던 35주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앞으로 35년을 더 산다면 몇 살인가?' 어림잡아 90살쯤, 90세까지 살 수 있을까 싶었다.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을 쯤 버스는 강의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5월이라 겨울 철새 없는 봄 강은 흐르고 있었다. 강 좌측 고수부지를 덮어버린 푸른 잔디가 아침 햇살 때문에 붉은 듯 선명했다.


   1980년 5월 17일 아침, 대학 정문에 도착했을 때 뜻밖에 탱크가 버티고 있었다. 정문 우측 종합운동장에는 공수부대 막사와 간이 화장실이 이미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돌아서서 재빠르게 용봉천을 건너 입학 동기의 하숙집 2층으로 달여 갔다. 하숙집 창밖에서 보이는 교정은 조용했다. 5.18의 시작이었다. 시내에서 대학생을 잡아들인다는 소문이 돌았다.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지 두려웠다.


   그로부터 35년이 흘렀다. 이제는 발톱이 껶인 매처럼 한 몸 건사하기도 빠듯하다. 2015년 5월 13일에 그때의 금남로에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문을 열었다. 5.18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변곡점이자,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동안 5.18를 규명하는 건 주로 사회학이나 역사학, 문학의 시각에서였다.


   신간 ‘철학의 헌정’은 5.18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드러내려는 연구의 결실이다. 저자는 5.18을 1894년 동학농민전쟁에서 시작된 새로운 나라에 대한 동경이 오랜 저항과 항쟁의 역사속에서 물과 불의 시련으로 정화되어 눈물의 보석으로 맺힌 사건이로 본다. 10일간의 항쟁공동체에서 시민들은 역사의 고통에 응답하기 위해 죽음의 공포를 초월했다.


   저자는 그날 광주에서 구현된 것은 인간 존재의 완전성이 종교적 개인 차원의 ’홀로주체성’이 아닌, 오직 만남 속에서 생성는 ’서로주체성’이었다고 주장한다. 그 정신을 잇는 일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것은 민주화에 대한 존경이 끝났기 때문이며, 진실은 죽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201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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