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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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흥행을 압도하는 '싸이'의 고공 행진은 계속된다. 가수생활 12년만에 세상의 물떼를 만난 말춤이 세계 제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의 반복되는 자가복제적 리듬에 세상 어느 누구도 몸을 흔들지 않고는 못백인다.

 

  '고도'는 1953년 1월 5일 파리의 바빌론 소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이 파리 연극계의 주목을 받게 되자 일부의 지식인과 평론가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던 '베케트'는 갑자기 저명 인사가 된다. 공연의 성공은 역사적인 사건이 된다. 제목 고도Godot가 영어의 God과 프랑스어의 Dieu를 하나로 압축한 합성어의 약자라는 해석도 있으나 '고도'에 대한 정의는 구원을 갈망하는 관객이나 독자의 해석에 달여 있다. 

 

  '고도'는 희곡으로 1막은  「시골길, 나무 한 구루가 서 있다」이고, 2막은 「이튿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그것이 전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시골길에서 누군지도 모르며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 -- 그 기다림의 주체적인 두 인물 역시 그 누구도 아닌 그저 그렇게 살아온 몰개성적인 늙은 방랑자들이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혼란스럽다. 단 한 가지 분명하게 일치되는 인식은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 에스트라공  그만 가자

 ○ 블라디미르  가면 안 되지

 ○ 에스트라공  왜 ?

 ○ 블라딩시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그들에게 습관이 되어버린,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죽이기 위해 지칠대로 지쳐 있는 그들은 온갖 노력을 다해 본다. 기다림을 포기 하지 않기 위하여,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실감하기 위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말을 하는 것이다. 서로 질문하기, 되받기, 욕하기, 운동하기, 장난과 춤추기... 


  하루해가 다 지날 무렵, 그들의 기다림에 한계가 왔을 때 나타난 것은 고도가 아니라 고도의 전갈을 알리는 소년이다. 마치 철책을 지키는 초병이 지루하고 피곤한 밤경계 근무 중에 자신의 근무 파트너(2인1조)에게 사회쩍 이런저런 경험담을 늘어 놓으며 새벽을 기다리는 것과 같지만 다음 날 근무는 반복된다.

 

  '베케니'의 연극은 부조리 연극이라고 최초로 이름 붙인 마틴  에슬린은 베케트를 < 유쾌한 허무주의자 > 라고 일컫는다. 실제로 그는 '삶을 지배하는 것은 고통'이라고 말한다. 그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 즉 인간의 고통을 말한다. 

 

  '고도' 어릿광대들을 통해 냉혹하고 무질서한 혼돈의 세계를 참을성 있게 견디도록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는 고통의 이유도 모르는 기다림과 싸운다. 그들의 짓거리는 논리도 줄거리도 없이 지리멸멸하다. 지리멸멸한 대사와 동작에 독자는 웃는다.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동의하는 현대의 고전이다. 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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