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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 철학 논고 - 개정판 ㅣ 비트겐슈타인 선집 1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영철 옮김 / 책세상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말은 초식성으로 4~6월이 번식기이고 수태한 후 335일 만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어렸을 때 집에서 말 두 마리를 키웠다. 남들이 황소를 키워 논 일을 할때 우리집에서는 벼섬을 나르는 말을 키웠다. 나에게 말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첫 번째, 말 때문에 죽을 뻔 했다. 부친이 정미소를 운영하셨기 때문에 면소재지에서 경유를 운반해 공장을 가동했다. 하루는 채찍으로 말의 엉덩이를 치는 바람에 말이 튀었다. 영화 벤허에서 전차가 달리듯이 말고삐로 말을 세울 수가 없었다. 가속도가 붙은 수레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었다.
두 번째, 여름이면 소나무에 말고삐를 묶어 두었다. 국민학교 1학년 토요일 오후에 재미삼아 말꼬리를 잡고 장난을 치다 말의 뒷발에 체여 공중에 붕떴다 떨어져 기절했었다. 그때 내 배꼽에 말발굽의 찐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한 참에야 사라 졌던 기억이 있다.
세 번째, 식구들이 추수를 하고 집에 왔는데 그늘에 있던 말이 풀여 앞산으로 달아난 일이 있었다.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이 말을 찾으러 가고 없었다. 초저녁 잠에 깬 나는 집에 혼자였다. 식구들이 간 어두운 산길로 홀로 걸어갔다. 나는 그때의 어둠을 극복했었다. 내 옷처럼 어둠과 친해졌다. 대학 졸업 후 홀로 야간 산행을 즐겼다. 특히 장마철 토요일 저녁 야간 산행은 편했다.
네 번째, 겨울이면 작두로 썰어 둔 벼짚을 말구유에 넣어 주곤했었는데 그때마다 말이 눕지 못하게 천정에 멜빵을 메달아 두었다. 어린 내게도 안타까웠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스님의 '장좌불와' 수행같았다. 말의 '산통'을 예방할 목적이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그의 생전에는 전기 사상을 대표하는 '논리-철학 논고'(1921)만이 철학서로서 유일하게 출판되었다.
현대 철학의 고전이 된 이 책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통하여 세계와 사고의 한계들을 해명하고, 우리의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드러내고자 했다. 책은 명제의 논리적 구조와 논리적 추론의 본성에 관한 고찰들로부터 시작하여, 인식론, 자연 과학 및 심리학의 기초, 수학의 본성, 철학의 본성과 역할, 윤리-미학의 지위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마침내 '신비스러운 것', 또는 '말할 수 없는 것' 의 존재에 대한 사상에까지 이르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를린 공대에 등록했으며 이 시절부터 철학 노트를 작성했다.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으로 유학했다. 여기서 연을 이용한 항공학 실험들을 하다 비행기 제트엔진과 프로펠러 제작을 연구하여 특허를 취득했다. 나름대로 철학적 구상을 가지고 케임브리지에 러셀의 강의를 청강하며 그와 논리-철학적인 문제들을 토론하기 시작한다. 러셀은 방학 동안 글을 써서 제출해 볼 것을 요구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천재성을 확신한 러셀은 그에게 철학자의 길을 가도록 권한다.
모든 철학은 언어 비판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현대 철학의 확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철학의 문제들은 우리의 언어 논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올바른 철학은 언어의 논리에 대한 명료한 이해를 통해, 말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드러낸다. 금강석처럼 작고 단단하고 투명하면서도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많은 것이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는, 공학도 출신 천재 철학자의 기적과도 같은 작품이다.
책의 분량도 짧고 문장도 매우 간명하게 되어 있지만, 매우 난해한 철학서이다. 이책을 이해하려면,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첫째로 우리가 언어를 사용할 때 우리의 마음속에선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심리학). 둘째로 사고와 낱말 또는 문장 등의 사이에 어떤 관계(인식론). 셋째로 거짓보다는 진리를 전하기 위해 문장들을 사용하는 것(특수 과학). 넷째로 하나의 사실이 다른 사실의 상징이 되려는 어떤 관계가 성립 문제(논리학) 등이 언어의 문제들이다. 올해는 지자체 선거가 있는 말 많은 해이기도 하다. 말(언어)의 충돌이 예상된다. 1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