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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는 수요일
곽윤숙 지음, 릴리아 그림 / 샘터사 / 2025년 8월
평점 :

#협찬
불안안 얼굴을 한 어린이, 우울한 얼굴을 한 어린이, 위축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어린이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하굣길에 어린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은 차에서 대기 신호를 받으면서 보면 아이들의 모습은 다양하기만 하다. 어른들의 모습과는 다른 표정들이 가득해서 어린이들을 바라보면 미소가 저절로 나올 때가 많아진다.
10살 소녀가 혼자서 버스를 타고 있는 모습이 책표지에 그려져 있고 "세상에서 별일 없이 무사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상기하는 버스 안의 소녀의 모습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녀는 버스 안에서 깜빡 좋았고 버스 안의 다양한 승객들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소녀가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지나쳤는지 확인하면서도 엄마가 언제나 또박또박, 천천히, 예의 바르게 말하라고 가르쳐 준 것을 잊지 않고 아저씨에게 묻는 모습도 등장한다. 무안해질 정도로 대답하는 아저씨의 답변에 소녀는 떨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녀는 곧 평정심을 찾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기 시작한다. '괜찮아, 다시 돌아가면 되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야.'라고 자신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시작한다. 이 주문을 하면 마음이 다시 차분해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놀리는 친구들도 있지만 소녀는 자기 위로를 멈추지 않는 아이이다.
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경험하면서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름 모를 승객들의 모습들이 하나둘씩 전해지는 그림책이다. 처음 정류장을 지나쳤는지 확인하면서 질문한 아저씨가 나쁜 아저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친절함으로 소녀가 다음번에는 제대로 하차하도록 버스 기사님께 부탁까지 하고 내리는 상황이다.
버스 기사님도 신호 대기 중에 소녀가 앞자리에 와서 앉도록 신경을 쓰면서 소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소녀가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에서 승객들은 소녀를 칭찬하기 시작한다. 혼자서 버스를 타고 승하차를 하는 모습에 많은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보호하는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름 모를 아주머니, 이름 모를 향기로운 언니 등의 도움을 받으며 불안을 잠재우게 된다.

하차 안내방송과 함께 내린 소녀는 하얀 지팡이를 꺼내서 기사님, 언니에게도, 승객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또박또박 남긴 소녀의 수요일의 이야기이다. 하차한 언니가 마지막까지 도와주었다는 내용이 따뜻하였던 그림책이다.
여행길에 깊고 외진 곳에 장애인 학교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박물관에서도 장애인 친구들이 박물관을 탐방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누가 멀리 외진 곳에 밀어다 놓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도보에는 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이 있지만 하얀 지팡이를 꺼내고 걷는 장애인을 본 기억이 한 번도 없다. 흉내만 내는 사회가 아닌지 거듭 질문을 하게 된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기울어진 사회를 보고 있구나라는 것을 더욱 깨닫기도 한다. 이 그림책은 작가의 마을버스에서 목격한 선한 이웃들인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하얀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승객을 보호하고자 둘러싼 모습을 떠올리면서 만든 그림책이라고 한다.
이러한 따뜻한 온기가 멋진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에 감동받으면서 읽은 그림책이다. 몸이 불편하여 불편하지 않게 사는 사회가 살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도시일 것이다. 장애인을 따로 분리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의 고충을 수용하고 반영하는 사회와 국가가 되기를 희망해 보게 된다.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사회는 우리 모두의 과제인 것임을 이 그림책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시니어 카페를 이용한 적이 있다. 조금 속도가 느릴 뿐이지 맛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기다리면 맛있는 음료가 나왔던 기억이 난다. 빨리하는 문화에 익숙해지지 않고 그들이 노동하는 것을 기뻐하고 사회적 교류를 하는 문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별일 없는 수요일이 매일 일어나는 기적은 우리가 함께 만드는 것임을 확인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