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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평점 :

#협찬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김 숨 장편소설이다. 읽는 동안 깊은 슬픔과 아픔에 아려서 눈물이 고였던 소설로 기억된다. 작가의 소설이 처음이라 작가가 누구인지 여러 번 궁금했던 소설로 전쟁은 누구에 의해 시작되고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보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굶주림에 지쳐서 많은 자식을 먹여살리고자 일을 하러 떠난 아버지가 있고 그 자식들의 중의 어린 여자아이는 공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집을 떠나게 된다. 일본군 '위안부'의 삶으로 팔려서 온 현실을 파악하기에도 너무나 어린 나이의 여자아이들이 도착한 곳은 만주 벌판 일본군 '위안부'의 삶이 시작되는 바닥이 없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삶이다. 12살에 왔는데 해가 지나도 그 어린 여자아이는 여전히 자신의 나이를 12살로 알고 있을 정도로 피폐한 삶에 흔들리는 영혼, 위태로운 영혼들이다.
어린 여자아이들을 팔아서 돈을 버는 사람, 그 어린 여자아이들로 돈을 버는 사람, 군인들, 군의관, 간호사들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돈 때문에 딸을 팔아버리고, 남편이 노름돈을 위해 아내를 팔아버리는 기구한 삶에 어린 여자아이, 가난한 어린 여자아이들이 만주에 이유도 모른 채 던져서 버려져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여명의 눈동자> 드라마 장면도 떠올리고 <경성 크리처> 드라마 내용도 떠올린 소설이다.
소설 제목인 간단후쿠는 일본군 '위안부' 여자들이 입은 원피스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말과 이름마저도 잃어버린 것,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 소설이다. 어린 여자아이들과 어린 남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위안부를 찾아온 군인들 중에서 기억나는 군인의 첫 번째의 모습,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의 모습이 어떻게 괴물로 변해갔는지 보여준다. 참혹한 전쟁터에서 살아서 돌아온 젊은 군인들이 위안부 어린 소녀들에게 보여준 폭력성이 그러하다. 사라지지 않는 멍, 상처는 기본이고 이름마저 잃어버린 채 희망조차도 사라진 빚만 매일 늘어나는 삶을 살아간 어린 소녀들 위안부 이야기가 참담하게 전해진다.
뭐 때문에 이곳에 와 있는 걸까. 253
많은 군인들에게 혹사당해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위안부 소녀들이 있다. 보름마다 위생검사를 받는 현장의 이야기에서도 인권은 사라지고 소모품처럼 두려움에 떨면서 서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텅 빈 눈빛의 표정없는 군의관과 간호사의 모습, 임신하고 출산한 위안부의 아기가 어떻게 되는지도 보여준다.
달아나고 싶지만 총과 검을 가진 주인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더 참담해진다. 어린 소녀들이 우리가 될 수 있었기에 너무 아프고 슬펐던 역사적 사건이다. 10명의 소녀가 기거하는 공간에 비워지는 방에는 또 새로운 어린 여자들이 채워진다. 그리고 사라진 어린 소녀들은 어떤 사연들로 사라졌는지 소설은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수많은 질병에 노출되고 임신한 사실을 숨기며 생활하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참혹한 현실 앞에서 무수히 상상하고 떠올리는 것들이 있어서 미치지 않았다는 것과 영혼이 아직도 전쟁터에 있는 것 같다는 문장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반쪼가리 자작>소설과 <눈먼 암살자>, <카시지> 등의 소설들이 떠오른다. 소설 <태고의 시간들> 장면 속의 소녀와 군인도 다시 생각나는 소설이다.
말을 삼키고 말하지 않았던 어린 위안부 소녀가 있다. 그 소녀가 스스로 선택한 것은 자신의 죽음뿐이었다. 가난했고 굶주렸고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간 것이 이렇게 엄청난 현실이 되어버린 어린 소녀들의 역사적 이야기이다. 그녀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잊히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이 소설의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에서 전해진다.
글을 모르고 숫자 세는 법도 배우지 못했던 여자아이들이 있다. 여자가 배우면 남편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고 배움의 기회마저도 빼앗았던 아버지가 있다. 아기집을 가지고 태어난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학대받고 팔려가다가 끝내 정신마저도 온전하지 못한 여자가 되어 또다시 팔려가는 운명도 전해진다.
전쟁을 일으킨 권력자들은 전쟁터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선택과 판단에 목숨까지 희생되는 자들은 누구인가. 전쟁터에 끌려간 군인들, 위안부는 누구였는가. 읽을수록 그들이 누군인지 희생될 다음 세대는 누군인지 거듭 상기하면서 읽은 작품이다.
절벽이 된 턱만 남은 군인...머리가 날아가 버리고 없는 닭처럼. 204
살아있는 여자애들을 우물에 빠뜨려 죽였어...고분고분하게 굴지 않으니까...본때를 보여 주려고 빠뜨린 거야. 225
옳은 아기를 낳으면 바늘 장수에게 팔지...옳지 않은 아기를 낳으면 들판에 버릴지...여자애를 낳으면 조센삐를 만들지... - P266
내 방에 다녀간 군인 하나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 - P284
빚은 이자가 붙어 늘어나...내 몸값은 떨어져 있을 것이다. - P227
뭐 때문에 이곳에 와 있는 걸까. - P253
절벽이 된 턱만 남은 군인...머리가 날아가 버리고 없는 닭처럼. - P204
살아있는 여자애들을 우물에 빠뜨려 죽였어...고분고분하게 굴지 않으니까...본때를 보여 주려고 빠뜨린 거야.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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