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장편소설. 전행선 옮김
RHK. 2017

 

미국,영국, 캐나다, 독일, 네델란드, 스웨덴 등 전 세계 서점가를 평정한 화제작품

아름답다는 의미부터 떠올려보게 하는 작품이다. 19살 대학생이 어느 날 실종된다. 가족들은 납치라고 주장하고 경찰은 가출이라고 단정 짓는다. 아름다운 여학생이었기에 뉴스에 나오는 실종 소식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표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왜 늦은 시간에 술집에 있었느냐 등등 사건의 시작점을 아름다운 여학생의 책임으로 몰아가면서 비난하기 시작한다. 불편한 시선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을 바라보는 가치와 잣대는 이 작품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뿐만 아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테니스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동일한 선에서 '너의 탓이야'라고 말한다. 작가가 독자와 나누고자 한 대화가 무언지는 점점 선명해지는 작품이다. 확연한 편집에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굵은 활자가 다시금 읽게 하고 각인시켜주는 모티브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면서 읽어가는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

즐겨 읽는 장르가 아니라 다소 불편함을 느끼며 읽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선과 악. 악인들의 생각과 행동은 끝이 없는 경악으로 독자들을 인도하며 고개를 돌릴 수 있는,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고 그들의 악행은 사라지지도 않는 세상임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되는 작품이다. 세상의 사회 뉴스는 변함없이 범죄 소식들로 수를 놓는다. 그리고 그 범죄의 피해자들은 존재한다. 또 하나, 그 시간부터 또 하나의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는 우리는 만나게 된다. 바로 피해자의 가족들이다. 남겨진 형제들이 짊어지고 가는 끝없는 무게,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부모의 모습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저마다 다른 형태로 자신들을 학대하며 삶을 살아가고자 뿔뿔이 제각각 삶의 방식을 찾아간다. 남겨진 가족들이 선택하는 삶의 방식은 안타까운 모습들로 그려진다. 남겨진 엄마가 선택한 삶의 방식, 남겨진 아빠가 선택한 방식, 두 여동생이 선택한 삶의 방식도 저마다 다른 형태이다. 그 심리적인 것들까지도 작가는 섬세하게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엄마가 선택한 이혼을 바라보는 아빠의 깊은 마음은 안타깝게 그려낸다. 작품은 피해자와 남겨진 가족들이 해체되어가는 여러 과정과 상처들을 그려낸다. 오랜 시간 엉망이
되어가는 남겨진 가족들을 조명해준다.

가해자들의 이중적인 성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반전도 있는 작품이다. 짐작할 수 없었던 반전이었으며 범죄에 노출된 상황이지만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과 이유들이 무겁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의심해야 하는지 끝없는 머리싸움이 되는 작품이다.

가족들이 해체되어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두 자매가 보여주는 사랑과 용서도 작품에서 잊히지 않는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들이 용기 내고 끝까지 두려움을 이겨내는 이유를 알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찾아가 보면서 읽어간 작품이다. 책은 두껍고 활자 크기도 다른 장편소설보다도 작은 편이다. 폭력적인 사이코패스, 많은 피해자들, 전 세계에 걸쳐 또 수많은 가족들을 떠올려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아빠가 그리워한 실종당했던 딸에게 쓴 글들이다.

내가 한쪽으로 밀어붙일수록 넌 다른 쪽으로 튕겨 나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이 아빠는 알고 있었어.  인생 초반에 증명해 보인 것만큼이나 인생 마지막에도 넌 많은 걸 증명해 보였으니까.(632쪽)
네 고유의 미를 간직하고 있었어. 너 내가 절대 모를 너만의 생각을 갖고 있었어. 내가 절대 이해 못 할 너만의 욕망도 가졌고, 내가 절대 만나지 못할 친구들과, 절대 나누지 못할 열정도. 네게는 삶이 있었어. 네 앞에는 온 세상이 있었어. (중략)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났든 간에, 납치당한 후에 그 어떤 두려움을 견뎌냈어야 했든 간에, 넌 영원히 아빠의 예쁘고 어린 딸이라는 사실을.(633쪽) 

아름답고 예쁜 어린 여학생들의 희생 소식들이 지금도 아프게 하는 세상이다. 연장선에서 읽고 남겨진 가족들까지도 떠올려보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선과 악. 악인의 공존. 지능적이고 선한 얼굴로 가까운 범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작품 속에서도 만나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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