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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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에세이]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빼곡한 글들이 가득한 에세이집이 아니다. 어떤 글은 짧은 몇 줄의 글을 만나기도 한다. 문자의 홍수 속에서 잠시나마 떠나고 싶은 날 자꾸만 펼쳐들게 되는 그림 에세이. 그림이 있는 에세이도 좋아하고 사진 에세이도 좋아한다. 여백이 가득한 그림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책은 여러모로 휴식 같은 의미가 된다.

천천히 읽어가게 된다. 짧은 작가의 글이지만 여운이 길다. 그래서 잠시 책을 덮기도 하고 사색하면서 읽어간 책이다.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제목과 책표지의 채도가 마음에 끌렸던 책이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들과 어우러지는 정치와 사회 이야기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깊고 묵직한 성찰의 무게도 느껴지는 글도 만나게 된다.

책 중에서 제4장에 해당하는 '바람의 칼날' 내용글들이 기억에 남는다. 바다와 하늘이라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적어내려간 글들은 어느새 양심을 말하는 작가의 진중한 목소리도 듣게 된다. 서울에 들른 작가가 적은 글도 만나보게 된다. 시골의 적막함과 고요함과는 대조적인 도시의 소음과 바쁜 사람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전쟁터임을 작가의 글을 통해서 또 한번 떠올려보게 된다. 치열하게 사는 도시 사람들의 삶을 짧은 글에서도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 화가의 작품 속에서도 강열하게 전달되는 그림 에세이다. 또 하나, 글 쓰는 사람의 지적 허영에 대해서도 말한다. 언어는 생물이다.(122쪽) 승하면 충신이요 (중략) 반칙을 일삼는 놈이 이기는 경우가 많더라. 써글!(127쪽) 신조어를 따라가기가 힘들 만큼 늘 새롭게 탄생하는 글들이 넘치는 세상의 언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도 따라가보게 된다. 어떤 글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읽어간 글들도 많다. 시원한 사이다 같은 작가의 솔직한 돌직구가 매력으로 발산하게 된다. 또 다른 작가의 책들도 궁금해지는 계기가 된 그림에세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은 꽤 아쉬움이 많아진 책이다. 70이라는 나이를 바라보는 작가. 앎과 깨달음의 경계선을 아는 작가. 이 에세이 덕분에 작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연결이 된 작품이다.

그림 에세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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