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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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장편소설
마일리스 드 케랑갈 . 정혜용 옮김.
열린책들. 2017






빌 게이츠 추천도서. 여름 필독서
전세계 11개 문학상 수상. 프랑스에서 50만부 판매



촘촘하게 이야기를 따라가게 한 작가의 작품이다. 서핑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와 긴박한 응급상황에 자리하게 되면서 죽음이라고 정의 내리는 상황을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심장이 멈추는 죽음과 사고할 수 없는 순간도 죽음이라는 것을. 장기 기증의 선택권과 죽음을 받아들이기에 벅찬 가족들의 정신적 상황들, 장기 코디네이터의 심리적인 상황들과 업무적인 처리 과정들도 세밀하게 책은 잘 전달해주는 이야기다.

도시는 축 늘어져 있었다.(56쪽)
두려움은 눌러도 다시 튀어 오르고.(57쪽)
다시 말을 이을 때까지 침묵이 부풀어 오른다.(70쪽)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인물들의 상황들과 느낌들이 언어적인 전달성으로 다각도로 표현되는 글들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벅차오를 정도로 사물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들이 많았던 책이다. 쉽게 덮을 수 없었던 이야기였으며, 다른 책들이 이 이야기 속으로 침범할 수 없을 만큼 이야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이었다. 19살 남성. 서핑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로 뇌가 다치게 되면서 가족들에게 불행이 손을 내밀게 된다. 소식을 접하고 병원으로 가는 순간부터 소중한 가족의 갑작스러운 사고가 주는 의미가 촘촘하게 전달된다. 장기기증을 제안받는 순간과 받아들여지기까지 부부가 보여주는 힘든 감정과 추억들.
재앙과 시련을 받아들이며 인정하기까지가 얼마나 힘겨운 건지 작품은 잘 전달해준다.

말을 해야 하는 두려움, 들어줘야 하는 두려움, 목구멍이 졸아붙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241쪽)
두려움의 여러 종류들이 열거되기도 한다. 자식의 죽음을 인정하기까지도 힘겨웠을 부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 두려움이 또 새롭게 다가서게 된다.

너울. 물마루. 포인트 브레이크에 대한 설명글도 책은 전해준다. 서핑에 대한 정보이며, 바다를 좋아한 19살 아들의 사랑한 연인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준다. 장기 이식을 향한 생각들과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장기 이식을 받는 사람도 수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이식된 장기를 준 사람의 죽음을 또렷하게 인식하며 아파하고 있음도 전해준다. 이 순간 죽은 자의 죽음을 더 바라보는 이. 장기 적출을 시작할 찰나에 잠시 멈추게 한 후 그의 귓가에 기도와 노래를 들려주는 절차와 모든 장기가 다 적출된 뒤 마무리해주면서 아름답게 꾸며주는 손길과 노래들은 죽음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되어준다. 누군가를 살리고 누군가는 텅 빈 상태로 봉합이 되는 순간이 된다.

제목이 함축하는 의미는 점점 짙어지면서 무거운 공간과 무거운 감정 색채들을 읽어간 책이기도 하다. 장기를 적출하는 과정은 냉정하게 표현되었고 모조리 다 가져가는 사례가 될 거라는 암시적인 대화가 무엇을 의미한 것인지도 뒤늦게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해하게 된다. 수술실의 분위기, 집도의의 권위적인 모습들과 수술실의 암묵적인 의미도 책은 전달해준다.

장기이식을 침범. 변모. 접붙이기라면서 표현하는 글귀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 표현이기도 하다.  심장이 느낀 감정들도 이 책은 전해준다. 그래서 이 작품은 더 의미가 깊었던 것 같다. 하나의 생명이 세상에 와서 얼마나 많은 기쁨을 주었는지도 작가는 조명해준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주변 이들을 얼마나 힘겹게 하는지도 작가는 작품으로서 잘 전달해준다. 작가가 표현한 시선들과 표현들이 쉽게 잊히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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