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라틴어 수업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수업
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2017




라틴어에 대한 관심도 많았지만 수업을 하시는 분의 저서를 읽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 책이었다. 대학 수업의 과목으로써 어떠한 내용들을 담아내는 수업이었을까 잠시 생각해보기도 해보게 된다. 라틴어를 배운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더 만나보고픈 수업이기도 하다. 학문적인 전달만을 담아내는 책이 아니었기에 더 좋았고 깊었던 책이라고 말하게 된다. 수업 하나하나를 접하다 보면 학문적인 내용도 맛을 보는 개념으로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시대적인 흐름과 역사적인 배경과 종교적인 바탕 이야기도 고루 들려주는 글이 된다.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가족의 이야기도 담아내기도 한다.

바울에 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 글에서는 믿음과 신, 비유적인 내용이 가득한 성경의 말씀들을 얼마나 깊게 이해하느냐는 개개인의 깨달음까지도 문을 두드려주는 글도 만나게 된다. 정답이 아닌 질문들을 저자는 글마다 지속적으로 쏟아낸다. 히파티아, 아우그스티누스의 고백록, 매일의 습관이 가지는 의미, 생활패턴과 성향을 분석해야 하는 이유, 집중되는 시간을 향한 분석, 감정이 쉽게 무너지는 순간을 향한 분석, 잠은 얼마나 자야 하는지 등등 라틴어 수업은 어느새 우리 일상과 삶을 자기주도적으로 진두지휘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주는 인생의 수업이 되기도 합니다.

유럽 대학의 평가 방식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최우등, 우수, 우등, 좋은/잘했음. 긍정적인 평가표이다. 우리에게 그동안 행하여졌고 지금도 행하여지고 있는 평가 방식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들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를 위축하게 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평가하는 방식부터가 그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잊히지 않는다.

로마서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라틴어는 시대적인 상황이 어우러지는 만큼 종교적인 이야기가 배제될 수가 없음을 알기에 바탕 그림처럼 알아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종교서를 읽다가 라틴어가 가지는 성격을 알게 되었듯이 이 책에서는 라틴어를 배우고자 종교적인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풀어놓은 내용들도 종종 마주하게 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글귀는 다음과 같다. 유대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3:28)

'마초남'에 대해서도 잠시 거론된다. 푸틴, 트럼프, 시진핑, 아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레데프 타이예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빅토리 오르반 헝가리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대한 내용과 인종 폭동, 유럽의 테러, 유럽 국가의 극우 보수정당 정치인들의 반 이민 정책과 유럽연합의 탈퇴 선거 공약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와 일본에 대한 예시도 눈길을 끈다. 도우트 데스. 이 말의 의미도 잔잔하게 깊은 물결이 되어주는 책이다.

공부하는 이유, 배우는 삶이 가지는 의미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지표들을 라틴어 수업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언어는 공부가 아니다,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 55쪽
배워서 남주는 그 고귀한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성인이 아닐까요? 57쪽
나는 왜 공부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공부하는가? 57쪽
자신을 가엾게 여길 줄 모르는 가엾은 인간보다 더 가엾은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 91쪽
지금 많이 공부해서 결과가 안 나타나도, 언젠가는 나타난다. 90쪽
체계적으로 학습량을 쌓은 두뇌는 어느 때부터 '화수분'이 될 수 있다.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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