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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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장편소설.
자음과 모음. 2016년.

 
사임당을 만나는 장편소설 한 권은 기대이상으로 재미있었던 책이다. 그 어떤 바탕그림없이 첫 장부터 읽어내려가면서 점점 심취되어가는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시대적인 사상, 그 시대의 윤리, 그 시대의 관습들이 그려지며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마다 깊이 사무치는 고뇌들도 한층 깊게 공감하며 읽어가게 된다.

14살. 풋풋한 나이이지만 이 시대에는 결혼이라는 굴레에 던져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3명의 14살 소녀들이 나누는 약속 하나를 만나게 된다. 19살까지는 결혼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소녀들의 약속이다. 하지만 그 약속도 시대적인 피비린내나는 사건들에 휘말려 관비가 되어 잡혀가는 소녀의 이야기도 아프기만 하다. 모든 것이 정해져있었던 시대. 신분도 그렇게 안위하게 누렸던 그들이 있었다면 인고의 노력과 재능이 있었을지라도 펼쳐보지도 못하고 포기해야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 인물들마다 시대적인 굴레속에서 순응하며 안으로 점점 들어가다가 다 타버려 속이 텅빈 대나무처럼 살아가는 그 시대의 여인들과 한 남성의 이야기도 만나게 된다.
허구이지만 허난설헌, 황진이, 사임당 3인물을 떠올리며 인물들의 성격과 상황들을 맞추어보는 퍼즐소설이기도 하다. 사임당의 삶은 강원도 여행길에 들린 오죽헌에서도 세심하게 만나며 그려졌던 여인의 이야기이다. 사임당의 남편이야기, 자녀들 이야기, 처가에서 살아온 시간들도 어느 정도 바탕이 그려진만큼 이 책은 장편소설로 더 멋지게 피어나는 이야기가 된다.

강해져야 한다. 주위 가족들에게는 부드럽게 그리고 자신에게는 더 단단하게 대했던 그 다짐과 실천들을 한 권에서 만나게 된다. 거칠어진 손이 결코 부끄럽지 않았던 이유도 만나게 된다. 더불어 사임당 친정 아버지의 크나큰 희생과 배려도 이 책을 통해서도 떠올려보는 시간이 된다. 산짐승들과 고단한 강원도와 서울까지의 걷는 길들도 떠올려보며 인생이 가지는 여러 풍파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어떠한 실천으로 살아가야하는지도 배움이 되는 책이된다. 좋은 글귀도 만나며, 사임당 시에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모티브가 되어 이 시대 한층 승화되어 작품으로도 만나볼 수 있도록 시도한 작가의 작품도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모순이 되는 시대였고, 억지스러운 관습도 보이는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읽어가면서도 시대적인 규율이 가지는 답답함도 자주 만나기도 하는 이야기다. 영의정 집안의 며느리가 된 친구의 삶은 그리 순탄치 않음을 그려주기도 한다. 신랑은 기녀들을 불러서 집안에서 놀며, 매서운 시어머니의 구박도 작품은 그려낸다. 결국 그 친구는 세상을 일찍 스스로 떠나게 된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도 그들이 대응하는 자신의 삶의 방식도 매우 다르다. 사임당이 가졌던 삶의 방식은 어떻게 그려졌을지 작품에서 문장속에서 만나보면 좋을 책이다.

마지막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던 이야기이다. 깔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빈틈없이 잘 짜여져서 전체 그림이 모두 그려지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며,  어머니이기도 하다. 며느리로써의 여인의 삶, 딸로써의 여인의 삶도 모두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박범신 소설가 추천. 정이현 소설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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