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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열심히 산다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8
김화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6월
평점 :

에밀 졸라 『꿈』 책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대기에 가득한 악마와 나쁜 정령들, 악마로 가득한 대기의 세밀한 먼지들을 지긋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막연한 존재들을 감지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겠지만 일상에 무수히 존재하고 있을 악마를 선명하게 떠올리며 읽은 소설이다.
대기는 악마와 나쁜 정령들로 가득하다. 햇살이 원자 알갱이들로 가득하듯 악마들은 세밀한 먼지와 같다. 에밀 졸라 <꿈> 9
타인을 찌르는 짜릿함에 도취하고 소문과 유언비어, 가식과 뒷담화, 혐오와 환멸에 지친 가영은 죽음을 두려움없이 응시하는 인물이다. 악마 Z의 숙주인 가영에게 계약을 제시하면서 가영과 악마 Z는 서로의 몸을 바꾸게 된다. 무기력하고 삶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가영은 악마 Z로 변한 삶에도 적응하면서 삶의 의지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악마 Z는 가영의 몸을 가지면서 가영이 가진 삶을 열심히 즐긴다. 악마 Z는 일반적인 악마적 성향보다 남다른 모습으로 가영의 삶을 살아가다가 어린 날 악마와 거래한 종현의 시선에 감지되어 가까워진다. 열심히 살고 있는 악마 Z가 느끼는 삶의 온도와 강도가 두드러진다.
가영은 여전히 삶의 의지를 찾을수가 없는 이유들이 하나둘씩 밝혀진다. 성공과 행복의 기준이 달랐던 가영은 자신의 음악 활동에 문제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의 기준이 가영의 삶에 영향을 주면서 음악 활동도 하지 않게 된다. 사회는 행복과 성공의 기준을 제시하지만 자신만의 행복과 성공에 대한 기준이 확고하다면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숙한 가영은 좋아했던 언니가 소문을 믿고 가까웠던 지인과 멀어지는 선택을 빠르게 하는 것을 보면서 가영은 점차 사회적 관계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주식을 사라고 설득하는 인간, 자기 계발 강연을 하는 강사가 게으르게 살고 있다는 것을 직시한 작가의 시선 끝에 매료된 소설이다. 현대인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든 관심이 무엇인지 명시하면서 악마가 가장 좋아하는 꼭두각시 인간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명시되고 있지 않은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는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통해 작가를 만났고 작가가 응시하고 있는 세계와 시선의 끝이 마음에 들었던 멋진 소설이다.
눈을 가리고 주식에 덤벼들다가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치는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심심찮게 목도할 수 있는 시대이다. 책을 읽는 이유, 명료한 목소리를 말하는 젊은 작가를 만난 순간이라 번쩍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영은 잡을 손이 없어서 죽음마저도 응시하는 인물이었지만 갑자기 사라진 악마 Z로 인해 원래의 가영 몸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깨닫는 순간이 찾아오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종현에게 말하듯이 "잡을 손이 없으면 스스로의 손을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잘 살자." (179쪽) 가영의 의지가 강열하다. 잘 살지 못하였던 날들을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손을 잡을 의지를 가지면서 잘 살자고 말하는 의미가 명료해진다.
인간의 모든 문제는 방에 혼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다는 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며 문장을 읊조리면서 고찰하는 시간은 성장하는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회는 고찰하고 숙고하는 시간보다 가볍게 흔들리는 삶이 성공이고 행복이라고 제시하기에 자기 의지가 얼마나 단호하여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책을 읽고, 기도하고, 혼자 사색하는 시간은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이라 세상 문제들에 쉽게 혼탁되지 않을 것이다.
공정하지 않는 사회, 기울어진 기회, 오디션과 공채도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소설은 언급한다. 한국 사회의 비리, 불공정한 사회라는 것을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악마 Z가 가영이 되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고단한 삶 중에 30초 정도 웃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삶이 무엇이며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자신이 만족하는 세계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승자임을 보여준다. 악마의 속삭임을 듣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의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고 성공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소설이다.
악마의 말일랑 듣지 마.
네가 해야 할 걸 해. 79
뭐가 하고 싶지 않으면
하고 싶지 않은 대로 살아. 84
공정성 시비, 기울어진 운동장,
기회 사재기, 오디션 프로나
공무원 공채 같은 곳에 수를 썼고 73
이희주 소설가 추천도서
주식을 사라고 설득하는 인간, 자기 계발 강연을 하는 강사처럼 게으르게 살고 있냐, 세상 돌아가는 것도 파악 안 하고 뭘 했냐, 뭐에 사람들 관심이 다 쏠렸고, 악마의 아주 좋은 꼭두각시로는 어떤 인간 종류가 떠오르고 있고 - P71
인간의 모든 문제는 방에 혼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대요. - P62
공정성 시비, 기울어진 운동장, 기회 사재기, 오디션 프로나 공무원 공채 같은 곳에 수를 썼고 - P73
뭐가 하고 싶지 않으면 하고 싶지 않은 대로 살아. - P84
악마의 말일랑 듣지 마. 네가 해야 할 걸 해.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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