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화자 이슈트반의 청소년기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 그의 인생에 어떤 영향력을 주었는지 전해진다. 이웃집 여성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시작된 그녀와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정의 내리면서 감정을 정리할 시간조차 가져보지 못하면서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는 전과자라는 낙인을 가지면서 취업은 어려워진다.
취업하지 못하면서 이라크 전쟁 직업군인이 되면서 그곳에서 생활한 전쟁 실상과 참혹한 경험, 후회와 자책감에 시달리면서 상담을 받는 상황이 일어난다. 죽음을 지켜보고 살리지 못했다는 전우를 떠올리면서 홀로 자책감에 시달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 그는 상담사의 도움과 약을 복용하면서 상황을 다시 재조명하고 죄책감에서 이겨내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과 전쟁터로 향하는 사람들은 엄연히 다른 부류로 존재한다. 이익을 위한 전쟁을 선택하고 생명을 아낌없이 바치는 군인들의 참혹한 실상은 접점을 가지지 못한 채 부유하면서 세상에 존재한다. 이탈로 칼비노 소설 『반쪼가리 자작』과 영화 <흔적없는 삶>, 『카시지』, 『태고의 시간들』, 『눈먼 암살자』 등 소설과 영화는 반전운동을 하는 이유를 사실적으로 전하는 만큼 이 소설도 화자가 전쟁에서 살아왔지만 영혼이 온전하게 예전과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매만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사랑인 줄 느끼지 못하면서 매번 자신의 감정을 놓치면서 살아가는 이슈트반이다. 반면 그의 육체는 타인에 의해 욕망의 대상이 되고 감정은 배제되는 존재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애착도 느끼지 못하고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는 것처럼 인생을 미지근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귀갓길에 우연히 발견한 환자를 도와주면서 인연이 되어 기회를 찾게 되면서 영국 이민생활의 제자리 맴도는 삶에서 박차를 가하게 되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18세기 그림. 과시용 트로피. 소셜미디어 같네요. 나를 봐, 내 땅을 봐, 내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봐. 205
기회가 주어졌고 그에게 필요한 덕목을 하나씩 갖추지만 그는 상류층의 문화에 젖어들지 못한다. 헬렌이라는 고용주 아내와 밀애를 나누지만 여전히 화자는 자신의 인생이 아닌 것처럼 보일 뿐이다. 육체는 존재하지만 감정과 삶은 타인의 것처럼 메마른 존재처럼 보이는 인물이라는 것을 간결한 문체에서 충분히 전달되는 소설이다.
대장암이 재발한 고용주의 수술과 회복은 희망보다는 죽음에 더 가까워지면서 죽음을 앞에 둔 그의 심정을 화자는 깊게 호흡하기 시작하면서 그가 무척 외로울 것이라고 공감하기 시작한다. 그의 아내 헬렌 곁에서 그는 여전히 육체적 존재로 존재하다가 그들은 부부가 된다. 자의적인 인물이 아닌 타의에 의해 신분 상승을 하면서 영국 상류층 삶을 향유하지만 온전히 그는 그 삶에 물들지 못하는 모습을 그의 아들 제이컵과 보내는 시간에서 볼 수 있다. 소방관이 꿈이라는 아들의 이야기에 자신의 아들은 소방관 직업군에 해당되지 않을 거라는 기쁨에 안도하는 장면도 보여준다. 목숨을 각오하고 일하는 군인, 소방관 등의 직업군에 배제된 이들이 누구인지 이 소설은 매섭게 화자를 통해서 그려낸다.
상류층 삶에 물들지 못한 화자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였던 이웃집 남자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반면 헬렌 전남편 아들 토머스가 화자를 원시적인 낙오자, 이민자, 적의가 담긴 인물로 표현된다. 현재도 상류층 문화라고 정의하는 것들이 존재하면서 그 문화가 절대적인 것인지 인위적인 상대적인 것인지 숙고하게 한다. 화자에게 찾아온 재앙은 갑자기 그를 쓰러트리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육체적 존재로 온전한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는 인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처음으로 열정적이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들에게 보여준 사랑이다. 이외의 삶에는 미지근한 온도를 느끼게 하는 태도, 삶이 존재한 인물이다. 신분 상승한 남자, 몰락한 남자의 이야기에는 그의 육체가 존재할 뿐, 감정과 사랑은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그가 누구였는지 작가는 문체와 간결한 문장으로 충분히 전달한 소설이다. 인생을 깊게 숙고하지 못하고 주체적이지 못하였던 인물의 성향을 문체와 짧은 문장으로 그를 표현하였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민, 전쟁, 군인, 마약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부커상 수상작 소설이다.
지금 그가 느끼는 기쁨의 일부는 소방관 같은 직업군이 앞으로 자기 가족이 맞닥뜨릴 선택지에서 사라졌다는 데서 오는, 발전했다는 느낌에 기인한다. 324
영국 이민. 2년이 지나도록 그때와 변함없이 살고 있을 줄은 몰랐다. 대여섯 명 되는 사람들과 좁은 집을 나눠 쓸 줄은, ... 일주일에 50시간을 일하는데도 월말이 되면 돈 한 푼이 없고 앞으로도 인생이 달라질 가망이 보이지 않을 줄은. 161


영국 이민. 2년이 지나도록 그때와 변함없이 살고 있을 줄은 몰랐다. 대여섯 명 되는 사람들과 좁은 집을 나눠 쓸 줄은, ... 일주일에 50시간을 일하는데도 월말이 되면 돈 한 푼이 없고 앞으로도 인생이 달라질 가망이 보이지 않을 줄은 - P161
그는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것들이 - 일어난 사건들, 거기서 본 것들...- 여기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 P115
물이 젖은 까만 가지를 죽는다. 다 피지 못한 꽃이 몇 송이 달려 있다. 가지는 나무에 붙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거칠고 질기고 실체적으로 보인다. - P377
스스로 맞서는 게 아주 중요해. 인생에서 중요한 거야. 남들이 함부로 대하게 두면 안 돼. - P406
지금 그가 느끼는 기쁨의 일부는 소방관 같은 직업군이 앞으로 자기 가족이 맞닥뜨릴 선택지에서 사라졌다는 데서 오는, 발전했다는 느낌에 기인한다. - P324
남자는 자신을 존중하기 때문... 단순히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한다. - P293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슬퍼진다. 잠깐이지만 모든 것이 무의미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외로울 것이다. 이 문제에 맞서고 있는 건 그들이 아니라 자기라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느낄 것이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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