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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
이미륵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2026년 6월
평점 :

#협찬
3.1운동에 동참한 대학생 청년이 일제 수배를 피해 압록강을 건너 상해, 만주 등을 거쳐 독일에 망명한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다. 20세기 디아스포라 문학의 고전이라는 소개글에 눈길이 머무르면서 독일 국민들의 찬사를 받은 최고의 소설이 된 이유가 궁금해서 펼친 작품이다.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고통이 얼마나 큰 슬픔인지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하게 된다. 그리움을 문학으로 그려내고 있는 풍경과 그리운 추억속의 사람들을 하나둘씩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는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사촌과 함께 성장한 배경과 이유, 아버지의 가르침과 교육, 놀이문화와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기억들이 전해진다.
중국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교육을 받았는지, 왕을 어떤 마음으로 섬겼는지도 전해지면서 아버지의 가르침과 화자의 다른 의견이 대립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큰 세상이라고 믿었던 중국, 작은 나라라고 생각한 일본이 자신의 나라를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전해진다. 검을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위협하는 모습을 목격한 3.1운동 현장의 긴박함과 돌아오지 않은 친구의 소식, 고향으로 다시 돌아간 이유가 긴박하게 흐른다.
일본 군인이 한국에 들어와 분위기가 좋지 않은 나라에서 자식들을 어떻게 할지 부부가 상의하는 모습과 3.1운동 가담한 아들의 긴박한 상황에 독일로 망명시키고자 준비한 어머니의 결단과 아들을 향한 응원의 말 한마디,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라도 머뭇거림 없는 어머니의 용기와 선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예감하는 어머니와 다른 의견을 표명한 아버지의 모습, 저녁에 독서모임에 참석한 어머니의 모습도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가 혼자 아들의 운명을 예감하고 조용히 망명을 계획한 결단력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아들도 독일에서 어머니를 얼마나 그리워하였을지 소설에서도 그리움이 고스란히 흘러넘치지 않는가.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된 한 청년이 어떻게 독일에 망명하게 되었는지 자신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아버지에 대한 추억, 어머니, 누나, 사촌, 학교 친구들을 추억하면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자전적 소설이다.

문학평론가이자 편집자 박혜진 글에서 누구나 어딘가로부터 추방된 자인 시대에 우리가 왜 떠돌고 있는지에 대한 유랑의 의미와 질문이 꽤 설득력 있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소설의 배경과 시대적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들이 왜 어딘가로 유랑하면서 떠돌고 있는지 지긋하게 응시하도록 이끌어준 글도 반짝이지 않는가. 독서 후 사유할 수 있는 확장의 독서로 이어준 쾌거의 소설로 남는다.
오늘도 낯선 지역을 지나치다가 우연히 발견한 3.1운동 유적지를 보면서 이 소설은 더욱 부풀어 오른다. 나라를 빼앗기고 침략당하고 언어를 잃고 역사가 말살되고 유린되는 수모와 침략자들이 휘두른 검과 총에 희생된 수많은 목숨들과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다시 만나지 못한 아들과 어머니, 어머니 소식을 전한 이들의 아픔까지도 짐작하지 않을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크게 요동치지 않는 감정의 절제가 문체에 묻어나지만 작가가 경험한 수많은 다급한 상황들과 장면들이 또렷이 기억속에 남는다.
복잡하고도 빠르게 급변하는 세계적 상황들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힘이 얼마나 절실한지 짚어보지 않을수가 없다. 평범한 한 소년이 대학을 가고자 마음을 먹은 이유, 일본이 의학 교육을 시킨 이유까지도 고찰하게 된다.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아버지의 모습, 기독교 학교에서 가르친 학문과 지금까지 소년이 배운 학문이 너무나도 달랐던 이유까지도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소설이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도취하게 된 소설이다. 유럽으로 가는 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이들이 어느 나라의 청년들이었는지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피로 얼룩진 역사속에 살아남아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문학으로 전한 소중한 소설이다. 권력자가 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가르쳐 준 아버지의 모습,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통치하고 처형장과 무덤을 격조되지 않는 목소리로 전달하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소설이 아닌 현재에도 수많은 전쟁과 칼을 휘두르는 권력과 지위가 보이는 시대이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서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한국소설이다.
아버지가 어른이라고 해서 반드시 저보다 더 잘 아시는지는 의문입니다! 70
중국은 내게는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 섬세한 것, 훌륭한 것 100
국경을 넘고 도시를 옮기고 언어를 바꾸고 정체성의 좌표를 잃어가며 누구나 아웃사이드이고 누구나 어딘가로부터 추방된 자의 시대에... 우리가 왜 떠돌고 있는지, 그 유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환기시켜 준다. 244
아버지가 어른이라고 해서 반드시 저보다 더 잘 아시는지는 의문입니다! - P70
관리들의 지위와 권력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 어떻게 그런 지위에 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설명 - P44
중국은 내게는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 섬세한 것, 훌륭한 것 - P100
무슨 말이 적혀 있니? 그녀는 글을 읽을 줄 몰랐다. - P109
만주 수도. 통치. 처형장. 처형된 자들의 무덤들. 비극적 들판 - P191
노스탤지어_ 귀환을 뜻하는 그리스어.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고통 - P236
국경을 넘고 도시를 옮기고 언어를 바꾸고 정체성의 좌표를 잃어가며 누구나 아웃사이드이고 누구나 어딘가로부터 추방된 자의 시대에... 우리가 왜 떠돌고 있는지, 그 유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환기시켜 준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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