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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영혼의 숫자에 대해 언급하는 문장이 소설 앞에 등장한다. 왜 이 문장을 작가가 선택하였을지 부여잡으면서 첫 문장을 읽고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던 소설이다. 가독성이 좋아서 책장은 술술 넘어가고 평범한 직장인이 갑자기 납치당하면서 사건은 긴박해진다.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가 죽을 수 있다는 사황에서 기도를 하게 된다. 왜 자신이 납치를 당하고 있는지 이유를 찾고자 하지만 찾지 못하면서 고난과 불행에 대해 거듭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세상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건 그냥 사고예요. 195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고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소설이 떠오르는 문장이기도 하다. 불행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도 확인하게 되면서 화자인 장은 자신을 납치한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왜 납치된 것인가. 왜 살려둔 것인지 함께 의문을 가지면서 의문스러운 상황 전개가 거듭되는 이유들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말뚝들이 세상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살아있지 않은 말뚝에게서 발견된 증거 1호가 화자인 장과 연관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말뚝과 함께 하면 이유 모를 눈물이 흐르면서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정부는 재난문자를 보내지만 형식적일 뿐 효율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말뚝 수거팀은 명령에 의해 수거하지만 누가 지시하였는지는 답변하지 못한다.
계엄령. 권총. 즉결 처형당할 수도 216
야당 정치인들을 전부 잡아들여 계엄 해제를 원천 봉쇄 217
계엄령이 시작되면서 펼치지는 군인, 총, 정치인 구금 등 즉결 사살이라는 긴박감과 위급함이 흐르기 시작한다. 우리도 경험한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고 위급한 상황에 내몰렸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국민이 단합하면서 위기를 이겨낸 그때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면서 읽지 않을 수가 없었던 장면이다. 정부와 기업이 서로 말뚝 1호를 가지려고 하는 이유를 이해하면서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장은 말뚝을 지키기 시작하는 이유도 전해진다.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중독 증세, 중독으로 죽은 노동자가 말뚝 1호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사고와 죽음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업은 생명이 위험한 일은 하청업체를 통해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방패막으로 사용하면서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이다. 최근에도 폭발사고로 아까운 노동자들의 사망사고와 암 발병으로 긴 세월 소송으로 싸운 기업과 노동자의 억울한 사연도 함께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은 쌍놈...... 쌍놈인 것이다. 회사에 메인... 노비다. 21
큰 부자는 원래 빚이 많고, 너무 큰 빚은 빚이 아니라 권력이어서 새 기회를 받는 것뿐... 세상은 원래 그렇게 돌아간다. 49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문화, 관습과 관행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말뚝들의 눈물과 죽은 사연들에서 찾게 된다. 뒤틀린 사회의 관행, 책임회피하는 기업과 하청업체의 노동자 죽음은 외면이 아닌 관심으로 정면으로 다룰 사회문제임을 소설을 통해서 거듭 확인한 이야기이다. 장은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 치료받기 위해 자신을 찾았던 외국인 노동자에게 50만 원을 빌려준 사연, 말뚝인 된 그 노동자의 자녀를 알아보면서 서로 대화 나누며 인사하는 마지막 장면은 의미심장한 엔딩이다.
말뚝의 눈물을 이해하고 그의 죽음을 진정으로 애도하며 떠날 수 있도록 영혼을 보낸 장의 마음과 관심, 사랑이 이 시대에 왜 필요한지 소설은 말하기 시작한다. 영혼의 숫자가 더없이 부족하다는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의 진중한 글과 마음이 작가가 이 소설을 집필한 이유라는 것을 뭉클하게 이해한 시간이다.
쌍놈이라는 노동자, 아무리 노력해도 출신으로 계급이 생기는 문화, 파벌싸움에 줄타기를 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믿는 성공신화, 암 발병하는 환경에 투입된 노동자들의 암 투병과 죽음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영혼은 영혼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거듭 확인시켜준 소설이다. 말뚝 1호 테믈렌, 그는 허구적 존재가 아니다. 지금까지 존재하였고 현재도 존재하고 있는 이 시대의 노동자, 바로 우리들이다. 기득권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 불로소득으로 취득한 이윤이 정당하다고 손을 번쩍 들어주는 것이 옮은 것인지, 노동자의 땀을 외면하고 극소수의 기업가와 임원들의 손을 잡는 것이 99%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질문도 던지게 한 작품이다.
기업의 죄는 검색창에서 사라지는 세상, 추앙하도록 조장하는 언론 기사, 편중된 기사 검색 상위 노출이 공정하지 않다는 질책에도 여전히 기울어진 저울로 사회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면서 읽은 내용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인물이 되어버린 소설 속의 그가 누구인지, 검색에서도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도 짐작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다. 눈물이 소재가 되었던 작가의 <엉엉>소설을 소장하고 있어서 다시 책장에서 꺼내 작가의 새로운 <말뚝들>에서도 눈물을 마주한 시간이다. 작가가 응시한 끝이 무엇인지, 그들이 누구인지 알기에 작가의 다른 소설도 릴레이 독서할 계획이다.
이야기 하나
첫 문장/ 불행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고 장은 생각한 일이 있다. 11
마지막 문장 / 장은 자신이 아는 죽은 모든 사람과 테이를 생각했다. 144
계엄령. 권총. 즉결 처형당할 수도 - P216
야당 정치인들을 전부 잡아들여 계엄 해제를 원천 봉쇄 - P217
장은 쌍놈...... 쌍놈인 것이다. 회사에 메인... 노비다. - P21
큰 부자는 원래 빚이 많고, 너무 큰 빚은 빚이 아니라 권력이어서 새 기회를 받는 것뿐... 세상은 원래 그렇게 돌아간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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