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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건조한 느낌이 압도하는 소설 제목과 다르게 이야기는 다양한 소재들을 매만져주는 소설이라 인상적이다. 김금희 작가 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첫여름 완주』에 이어서 읽은 소설 『대온실 수리보고서』이다. 허구가 실제처럼 감쪽같이 느껴질 정도로 이야기에 홀딱 넘어가는 작품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러 번 호흡하면서 현실로 돌아와야 할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던 소설이다.
낙원하숙집 주인 문자 할머니의 시간은 어떤 것인지 사뭇 그려보게 한다. 도쿄에서 태어나 8살에 한국으로 와서 양녀로 살았던 시간들과 일본인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 순간부터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지도 떠올리면서 험난한 지난 세월의 사건들을 어떤 마음으로 견디며 살아냈는지 살펴보게 한다. 화자의 중학생 시절 '억울함'을 감지하고 답답한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학교에 찾아온 할머니의 진심과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때의 화자를 잊지 않고 이야기하였다는 사실도 타인에 의해 뒤늦게 듣게 된다.
낙원하숙집 유리 문고리의 사연과 대온실의 사연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감지하면서 한국전쟁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그 시간의 사건들이 하나씩 화자가 퍼즐처럼 맞추어가기 시작한다. 대온실에 두 아이를 두고 수원에 출장을 간 양부가 돌아오지 않자 벌어지는 이야기와 우연히 목격한 양부가 살해되는 현장의 범인이 누구이며 그가 자신에게 어떤 위협을 가하고 자신이 그를 어떤 방식으로 방어했는지가 전해진다.
문자 할머니의 시간에는 배고픔을 감지한 강화도 생선장수 화자의 할머니의 선의도 함께 한다. 모두가 힘든 하루의 노동을 보내면서도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고 넉넉하지 않은 사정에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찰나가 무심하게 흐려지지 않았음을 화자와 낙원하숙집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엄청난 죄를 감추고 자산가가 된 인물도 등장한다. 뇌물을 받는 자문위원들이 유명 장인들이라는 사실과 공사는 날림으로 하는 무형 문화재 백억 대 자산가에 대한 내용도 예리하게 꼬집는다. 공무원들의 관행까지도 무심하지 않게 펼쳐 보이면서 이야기한다.
억울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그 사건에 갇혀버린 화자의 중학교 시절이 전해진다. 누군가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누명을 씌우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화자는 자신의 많은 것들을 놓쳐버리고 만다. 판도라 상자처럼 열려버리면서 그 사건의 인물들, 사건들이 대온실 수리 보고서라는 업무와 관련되면서 새록새록 화자를 깨우기 시작하는 작품이다.
대혼란의 역사적 사건들이 자신들의 일생을 흔들어 놓는다. 흩어져 버린 인연을 뒤늦게 화자는 찾게 되면서 진실을 하나씩 확인하게 된다. 만세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의도인지도 보여준다. 리사라는 인물은 여전히 한국전쟁의 위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경험의 부족은 사고를 갇히게 한다.
가족으로 받아들여준 적이 없었던 낙원하숙집 주인 할머니의 남은 유산을 리사는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전에 할머니가 그 가족에게서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감추면서 리사를 위장전입하여 강남 학교에 다니게 하였을 노력과 정성을 리사는 어느 정도 느꼈을까. 한국사회가 무엇을 열망하고 중요한 것을 알지 못하는 관행을 뒤따르고 있음을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법무사가 된 법대생이 뒤늦게 자신의 지적 편집증을 자조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낙원하숙집 할머니가 법대생의 이야기를 듣고 전쟁이 일어날 것을 집요하게 준비하였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편중된 사고, 갇힌 사고가 어떤 결과로 인생을 허비하는지 법대생 학생, 하숙집 할머니를 통해서도 엿보여준다. 하숙집 대학생 유화 언니가 언니답게 살아냈다는 것도 소설은 매만진다. 외국 것만 좋아하고 우리 것은 사라지는 한국교육도 매섭게 지적한다.
학교폭력도 매만진다. 국제학교에서 친구들이 벌집 앞에 서게 하여 말을 하지 않는 스미라는 아이, 강남 학교에서 자퇴한 화자의 사연과 수학문제 유출사건도 등장한다. 위장전입하고 필요에 의해 친구로 지내는 리사의 계산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안온해 보이지만 불편하고, 불편해 보이지만 안온한 화자 주변의 이야기들이 오래 기억속에 남을 소설이다.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자기 세계가 분명한 사람인지 화자를 통해 진중하게 질문한 소설이기도 하다.
한국 교육이 문제다. 우리 문화의 좋은 건 다 버리고 외국것만 멋지고 폼 나는 줄 안다고 한탄했다. 107
유화 언니는 언니답게 살아냈구나 싶었다. 281
한국 교육이 문제다. 우리 문화의 좋은 건 다 버리고 외국것만 멋지고 폼 나는 줄 안다고 한탄했다. - P107
유화 언니는 언니답게 살아냈구나 싶었다 - P281
지적 편집증. 뭐가 중요한지는 가려내지도 못하면서 - P279
더 억울해지는 건 그 억울한 일에 내가 갇혀 버리는 일 같아. 갇혀서 내가 나 자신을 헤치는 것. - P317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 얘기지.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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