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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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묘연하게 흘러가는 소설에 점차적으로 빠져들었던 작품이다. 처음 시작하는 "그들 중 두 명이 예루살렘에서...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누가복음 24장 13절 말씀을 지속적으로 부여잡으면서 읽어간 소설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던 멋진 이야기이다. 영혼을 깊게 조우하는 겹겹의 시간이 이 소설의 형태로도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형체는 없지만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려도 존재를 기억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아웃랜드> 넷플릭스 시즌 8 1화, 2화, 3화를 시청하면서도 죽은 언니를 그리워하는 여동생을 위해 돌무덤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언니와 대화하고 그리울 때마다 이곳에 와서 돌을 하나씩 올려놓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죽음은 존재를 사라지게 하지만 기억하는 존재가 있다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위로와 치유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도 다양한 죽음들이 언급되면서 그들이 죽음에 다다른 이유들도 각양각색하게 드러난다. '눈먼 탐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원했던 인물과 그의 유일한 조력자가 나라고 말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알 수 없는 가족의 죽음과 살인사건과 유력한 범인이 존재하지만 존재를 알 수 없는 사건이 소개되지만 현장에 남겨진 아이가 성인이 되어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닌 거울상이라는 묘연한 것을 찾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전개된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흐름이 아닌 것을 찾다가 보이는 것들이 묘사되면서 약하게 태어난 여자아이가 5살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주변 사람들은 단언하지만 그 여자아이는 살아남지 않았는가. 죽을 거라 글을 배우지도 못한 아이가 아닌가. 섣불리 예측하고 단언하면서 타인의 삶을 직조하는 사회적 모순과 죽은 아이의 무덤을 찾아 나섰지만 찾을 수 없었던 이유도 등장한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알아본 후 잉크병을 던지는 장면은 마르틴 루터가 성서를 변역하는 밤 경험한 일화가 모티브가 되었다는 작가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부연 설명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성서를 깊게 이해하고 조우하는 시간을 악마가 얼마나 방해하는지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안개같은 선명하지 않는 흐름으로 소설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지만 결국 죽음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행한 사건이나 죽음은 반드시 살인사건이 아니라도 일어나며, 신기하게도 악의나 부주의와는 무관해 보이는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는 198

사랑의 실패라고 단언하는 어휘가 얼마나 모순적인 표현인지도 작가는 꼬집는다. 사랑은 성공도 실패라는 표현으로 총체적으로 결과를 보여줄 수 없음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삶의 한 조각들을 삶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작가의 언어로 소설로 만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보려고 애쓰지 말라는 말이 깊게 자리 잡았던 소설이다.

보이지 않아도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도 우리는 묘연한 경험들을 체감하면서 깊게 동행하기도 하기에 루터가 성서를 번역하던 날 경험한 악마가 낯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의 책들 중에 『뱀과 물』, 『홀』, 『처음보는 유목민 여인』 책들이 눈에 들어와서 읽어볼 계획이다.



보려고 애쓰지 말라고 눈먼 탐정은 말했다. - P207

사랑의 실패라니... 그런 일에도 실패나 성공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결과가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 P201

불행한 사건이나 죽음은 반드시 살인사건이 아니라도 일어나며, 신기하게도 악의나 부주의와는 무관해 보이는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는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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