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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평점 :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암환자들이 있다. 조예은 소설 『스노볼 드라이브』에서는 어머니가 폐암 진단을 받고 내용이 등장하고 예소연 소설 『그 개와 혁명』에서는 사는 비용과 죽는 비용을 예리하게 꼬집는 문장도 떠올리게 된다. 김금희 소설 『첫여름, 완주』에서도 항암치료를 끝낸 수미 엄마가 생각난다. 수미 엄마는 다시는 항암을 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단호함이 흐르는 대화가 잊히지 않는다. 항암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유경험자들의 이야기와 전문가의 책을 통해서 알고 있기에 이 책의 저자 사노 요코가 항암을 거부하고 연명치료를 거부한 이유를 떠올리면서 최근에 떠난 지인의 큰 수술 2번과 죽음까지의 여정도 그려보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도 중요해진다. 어떤 곳에서 마지막 숨을 쉴 것인지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서의 할머니가 죽음을 맞이하는 곳이 어디였는지 떠올린다. 지인 중에는 남편이 아내를 떠나보내지 못해서 연명치료로 긴 세월을 붙들고 있었던 사연도 떠올리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어디에 있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죽음, 나의 장례까지 가까운 가족에게 무수히 언급하면서 살게 된다. 연명치료와 항암까지도 진지하게 고찰하게 되는 선택의 문제로 남는다. 추천받고 읽었던 책이었는데 꽤 인상적인 첫 만남을 안겨준 작가이다. 솔직함에 매료되고 아직 걸어가 보지 않은 그녀의 인생의 끝자락을 진지하게 숙고하도록 이끈 내용이다.
아아 당신도 잘 살아냈구나. 이 체온으로, 이 뼈로, 이 피부로. 사람은 사랑스럽고 그리운 존재구나. 193
죽음은 언제나 멀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언제나 가까이에서 손짓하는 끝자락임을 매일 매 순간 느끼면서 살아가게 된다. 알베르 카뮈의 책들을 읽으면서 더욱 삶과 죽음은 조밀하게 접근하면서 수많은 소설에 등장한 암 환자들의 다양한 암이 결코 멀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항암으로 투병하면서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는 호소를 하였던 친척의 이야기가 항암을 거부하는 드라마 <서른 아홉>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작가의 일상, 그녀의 생각들과 반성들이 솔직하고 전해지는 내용으로 솔직함이 최고조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재규어를 사는 그녀의 즐거움과 행복이 전해진다. 죽음까지도 담담하고도 시크하게 받아들인 그녀의 이야기이다.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녀의 선택이 전해진다. 투병하면서도 원고를 마감한 작가이다. 일본 사회에 대한 이야기, 전쟁을 경험한 부모님 이야기와 형제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영양실조로 죽은 형제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된다.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2권의 책을 다시 펼치게 된다. 그녀가 조우한 살아간다는 것, 죽는다는 것을 다시 조밀하게 바라보게 된다. 더불어 나의 삶과 죽음까지도 매우 가까운 곳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잊지 않게 해준다. 살아있는 것, 기적같이 살아가도록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날들이다. 다시 주어진 삶이라 의미가 다르고 죽음을 조우하는 찰나까지도 무심하게 스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초연하게 바라본 그녀의 죽음까지의 이야기가 진솔하다.
아아 당신도 잘 살아냈구나. 이 체온으로, 이 뼈로, 이 피부로. 사람은 사랑스럽고 그리운 존재구나.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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