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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평점 :

독일 히틀러 시대가 배경인 중편소설로 16살 두 소년이 나누는 우정과 삶과 예술, 철학에 대한 대화들이 얼마나 진지하였는지 짐작하게 된다. 아버지가 의사이며 유대인인 소년이 즐겼던 취미와 우정이 시대적으로 급변한 위급한 상황에서 이들 두 소년이 어떠한 현실적 위기를 마주하고 어떤 상처와 실망을 하였는지 보여준다.
청소년인 두 소년이 함께 나누었던 시간에는 우정과 더불어 진지한 대화들이 이어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목적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 것인지, 인류를 위한 삶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들이 이어진다.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것인지도 진지한 대화로 이어지는 친구관계이다. 이들이 나누었던 대화가 교착하면서 추구한 삶은 어떤 인생으로 이어졌는지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두 소년에게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어떤 존재였는지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시대적인 큰 획을 그었던 전체주의가 이들의 삶에도 커다란 폭풍을 남기게 된다. 유대인이었던 소년이 파시즘과 독재주의에 의해 어떠한 집단적 폭력을 경험하며 위협을 감당하였는지도 소설은 이야기한다. 가장 가까웠던 우정을 나눈 친구가 자신을 친구의 부모님에게 소개하지 않았던 모습을 경험하면서 전체주의가 휘갈기는 매서운 실상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유대인을 향한 혐오와 차별, 집단적으로 가학하는 혐오의 표출이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서서히 공포로 소년의 가족들에게도 다가오게 된다. 학교에서 경험하게 되는 교사의 편협한 유대인을 향한 혐오와 파시즘, 전체주의는 학생인 유대인들에게도 가감 없는 폭력으로 전가된다. 교사란 무엇인가. 어떤 자세로 학생들에게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지 질문을 하게 된다. 기우뚱한 사고로 편협한 교육을 강행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하고 위협적인 폭력인지 학교와 교사를 통해서도 보여준다. <잠>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서 등장하는 내용 중에 우리가 너무 쉽게 믿어버린 것들이 열거되는데 이 소설의 교사와 독일인 소년의 부모의 모습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숏폼이 성행하는데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것을 목도하게 되면서 거짓 정보, 거짓 뉴스를 쉽게 믿어버리는 대중의 어리석음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종교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하면서 사회를 무력하게 만들려고 하였던 한국 사회의 사건들도 함께 떠올릴수록 파시즘, 전체주의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소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소년들은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덧없고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이라고 명명하면서 훨씬 중요하고도 영원한 의의가 무엇인지 직시하는 깨어있는 모습을 보이는 명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삶을 매일 논의하고 고찰하였을 그날의 시간들을 중편소설로 전하면서 이들의 우정이 어떤 계기로 흩어지고 세월이 지나면서 어떤 만남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소설은 이야기한다. 유럽 사회를 크게 흩어놓았던 전체주의, 파시즘은 현대사회에도 잔존하면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사건들과 여러 인물들의 통해서 목도하게 된다. 평화주의자에게는 전체주의, 파시즘의 폭력성은 용납되지 않고 많은 국민들이 이들을 향해 등을 돌리는 사태도 한국 역사에서도 경험하고 있음을 보면서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추앙하는 우스꽝스러운 집단이 누구인지도 거듭 확인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유머스러운 인물들의 폭력성보다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목적은 무엇인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 진정한 질문이며 철학이라는 것을 두 소년이 나눈 대화를 통해서 정리하게 된다. 프랑스, 이탈리아 청소년 필독서이며 일본 학교도서관협회 선정 추천도서이다. 일본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청소년과 학교에서 선정한 이유까지도 고찰하게 된다. 그 무엇도 우리의 우정을 방해하지 못했다는 문장과 이들이 경험한 역사성은 짙은 그림자가 분명하게 남는 소설이다. 지금 두 사람이 어떤 삶을 추구하며 살았는지가 중요해진다. 더불어 우리의 삶도 정주행을 하고 있는지 더불어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는 작품으로 남는다.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첫문장)
그 무엇도 우리의 우정을 방해하지 못했다. 61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무슨 목적을 위해? 우리 이익만을 위해? 인류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해야 이 잘 안 되는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을까? 70
우리의 대화는 교착 상태로 끝났다. - P69
삶을 어떻게 ...매일같이 논의했다. - P70
어떻게 하면 삶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배우는 것...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덧없고 우스꽝스러운 인물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진정하고도 영원한 의의라는 문제가 있었다. - P62
모든 것에 평화로움과 현재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느낌이 배어 있었다. - P57
근원 가까이에 깃들인 것은 그곳을 떠나길 꺼려하는 법이니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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