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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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낮의 집, 밤의 집』, 『방랑자들』, 『태고의 시간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에세이 『다정한 서술자』,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의 저자인 올가 토카르추크는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다.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해서 신간 중단편 소설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기대감을 가득히 품으면서 총 10편으로 구성된 기묘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을수록 역시 작가만의 세계를 만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가득해지기 시작한다. 먼저 『승객』과 『녹색 아이들』을 만나본다.

승객』이라는 소설은 짧은 단편소설이다. 장거리 밤 비행을 하면서 옆자리의 승객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가 어린 3~4살 무렵에 경험한 똑같이 반복되는 악몽에 대한 이야기부터 전해진다. 부모님은 어린 아들의 악몽을 이겨내도록 노력하지만 누나는 전혀 어린 남동생을 도울 생각이 없었기에 온갖 무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남동생이었던 그는 두려운 대상들을 두려워하는 법을 알지 못했으며 덕분에 저항력도 생겨서 두려움 없는 남자로 성장했다면서 누나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진다고 말한다.

지옥 2 드라마가 자꾸만 생각나는 소설이다. "죽음. 계속해서 되풀아되는 것. 최악의 경우란,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하며, 불변의 상태, 예측 가능, 불가피, 무기력한 것, 그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는 것, 갈고리로 우리를 낚아채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게 만드는 것​​" (9쪽) 지옥에서 온 판사 드라마에서도 죄인들에게 반복적으로 죽음의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

공포란 무엇인가. 공포의 원인은 무엇인지도 짚어낸다. 엄격한 원칙주의자인 아버지는 경험론에 입각하여 증거의 절대적인 힘을 믿는 인물이다. 반면 공포의 원인은 아버지의 입장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악몽에 등장하는 사내의 눈동자는 피로에 찌들고 원망을 머금은 창백한 눈동자였다고 그는 떠올린다. 밤마다 계속되는 악몽에 수호 의식인 기도문을 소리내어 읊조리지만 무용해지면서 밤을 점차적으로 불신하게 된다. 그리고 낮의 위력은 강해지면서 신비감을 선사하게 되면서 아침과 한낮이 황혼 녁과 밤을 지워 버렸다고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잊고 지낸 밤의 악몽이 평화로웠던 60대에 갑자기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그가 두려워하던 존재가 누구였는지 깨닫게 되면서 진실을 알게 된다. 바깥세상은 안전하다고 말해준 부모님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그는 내면이 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죽음과 공포,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이 내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살펴보게 하는 기묘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야기가 다 끝나자 두 사람은 비행기의 엔진 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면서 잠든다.

아침과 한낮이 황혼 녁과 밤을 지워 버렸다. 10 _ 승객

『녹색 아이들』은 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프랑스 왕실의 정원을 관리한 식물학자가 폴란드의 국왕의 주치의로 초대받게 된다. 혹독한 폴란드의 기나긴 겨울 때문에 식물학자는 식물보다 인간을 돌보게 된다는 것도 설명한다. 국왕의 질병들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변방 야생 지역을 여행하는 길에 동행하게 되면서 그가 경험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많은 전쟁을 경험한 폴란드는 잔인한 민족들의 피의 얼룩들을 기억하게 된다. 스웨덴군, 모스크바인들, 타타르족의 야만적이고 잔혹한 일들이 서술된다. 마을 사람들을 산 채로 불태우고 교수대와 사체들, 청년의 아버지 배는 찢기고 어머니와 누나는 잔인하게 강간을 당했다고 전한다.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의 폭력성과 야만성은 많은 문학작품들에서도 거듭 확인하게 된다. 『반쪽자리 자작』, 『면도날』, 『카시지』, 『도둑신부』, 』눈먼 암살자』, 『태고의 시간들』, 『낮의 집 밤의 집』,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에서도 전쟁의 참혹함을 확인하게 된다.

폴란드 국왕은 질병과 우울증이라는 고통을 와인과 여성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술과 여성이 순간적인 고통을 잊게 하지만 왕의 고통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한 왕은 여행길에서 만난 특이한 사냥감인 소녀와 소년을 만나게 된다. 피부색이 초록빛인 소녀와 소년은 이색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녹색 아이들'이라고 불린 이 두 아이는 마르고 남루한 모습으로 이끼 냄새도 나는 초록 피부를 가진 아이들이다. 소녀가 왕의 아픈 곳을 손을 문지르자 고통이 호전되기 시작한다. 주치의가 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를 보호해 줄 청년과 함께 낯선 지역에 남게 된다. 다른 일행들은 떠나게 되면서 그를 수술해 줄 의사를 기다리게 되지만 의사는 오지 않는 상황이다. 마을 사람이 급하게 불러놓은 여자와 벙어리 조수가 그의 뼈를 붙이게 된다. 그곳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연구하고 기록하게 되는데 연구 대상은 초록아이들이다. 소녀가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전해 듣는 말들을 기록하게 된다. 초록아이들이 어떤 곳에서 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해 들을수록 깊게 끌어당기는 매력을 처음으로 상상해 보게 된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우리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무엇이 다른지, 왜 다른지 하나씩 조목조목 여러 번 되짚어보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모두가 부모이며 그들을 기쁜 마음으로 키운다는 것,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 집이 필요없다는 것, 통치자, 영주, 농민, 사제도 없는 세상을 잠시 떠올려보게 한다.

'자연이란 무엇인가?' 23

신이 뭔가요? 42

어디로 갈까? 어디로? 46

자연이 무엇인지, 신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는 삶을 구축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하는 소설이다. 기묘한 초록색 아이들의 세상과 전쟁으로 얼룩진 땅과 종교 때문에 싸우는 전쟁에서 신은 어떤 의미인지도 질문을 꾸준히 던지기 시작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움켜쥔 것들을 하나씩 펼쳐놓으면서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은 꽤 유용한 여행길이 된다. 중심으로 가고 있는 삶인지, 변방으로 향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잠시 멈추게 하는 소설이다. 갑자기 모두가 사라진 마을에는 누가 사라졌고, 누가 남았는지가 중요해진다. 미래가 사라진 마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출산 시대의 경보등이 대한민국에도 요란스럽게 울리고 있다. 아이들이 사라진 사회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시대이다. 왜 태어나지 않는 것인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유와 대책이 시급해지는 시대이다. 무엇을 멈추어야 하는지도 자문하면서 길을 찾게 하는 소설이다. 종교 때문에 전쟁을 치르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향해서도 질타를 아끼지 않는다. 잔혹한 고통을 피할 수 있었다는 신의 섭리에 감사하는 주치의의 모습보다는 전쟁의 반복을 멈추는 섭리가 더 절실해진다. 작가가 사실적으로 표현한 전쟁의 야만성을 곁눈질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경성 크리처 시리즈에서도 이에 대한 경고를 아끼지 않는다.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모습으로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임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공익보다는 늘 사익을 우선시하는 귀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귀족이 현대사회의 누구를 의미하는지도 상징성을 띈다. 문학은 허구이지만 하고 싶은 말들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드라마와 영화, 문학의 허구라고 명시하는 내용의 상징성을 다각도로 접목하는 재미까지도 선사해 준 작품이다. 단편소설들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집이다. 짧은 시간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재미뿐만이 아니라 고찰하는 힘까지도 이끌어준다. 늘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작가이다.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향해 통치자와 주인이 누구인지도 설명하는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목수의 유일한 업무가 살인 도구를 만드는 사형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십자가는 사형 도구였으며 구원의 의미로도 사용되는 모순을 이 소설에서도 만나게 된다. 예수의 직업이 목수였음을 감안하면서 읽으면 더욱 의미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목수의 유일한 업무가 살인 도구를 만드는 것. 교수대 - P19

어리고 싱싱한 존재가 모두 사라졌고, 미래도 사라졌다. - P46

귀족 / 공화국의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고 늘 자신의 이익을 추구 - P18

나무 위에서 살며 땅에서 잠을 잡니다. 많이 먹을 필요가 없고, 열매나 버섯, 호두 양분 섭취. 농사를 짓지 않음. 집 필요 없음. 모든 일은 그저 즐기기 위해. 통치자, 영주, 농민이나 사제도 없습니다. 서로에게 조언 - P41

지금 당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당신이 보고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신을 보고 있기에 존재한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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