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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 흔들리는 인생을 감싸줄 일흔일곱 번의 명시 수업
장석주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배우기도 하지만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타인을 통해서 배우기도 한다. 무지에서 오는 후회보다는 앎에서 거듭나는 배움이 도움이 되기에 책을 통해 만나고 깨달음을 시간은 유용해진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가 추앙하며 사랑한 시들을 같은 보폭으로 한편씩 읽어가는 깊어가는 가을밤으로 채우게 된다. 하나의 시를 길게 조우하면서 깊게 호흡할수록 느린 호흡을 깊게 들어마시기도 한다. 시가 무용하다고 말하는 이유를 도통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시들은 좋은 인생 스승이 되어준다. 시를 아직도 제대로 깊게 사귀고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다가오는 시들은 하나씩 여러 번 읽게 된다. 읽을수록 매번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워진다. 저자가 사랑한 시들, 추앙한 시들의 묶음집은 가치를 빛나게 한다.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울 정도로 만나지 못했던 시인들과 시들을 알게 해주는 손을 내미는 고마운 손짓이 된다.
사랑하고 추앙하던 시들
시를 교재로 삼은 인생수업
마음의 기쁨을 위한 희귀한 것
이제껏 겪지 못한 놀라움들
시가 친숙한 독자들도 있지만 시가 아직도 어색하기만 한 독자도 있다. 시어를 매년 꾸준히 매만지는 노력들을 할수록 시가 점점 친숙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친숙한 시가 되고 시인들을 만나기 시작할수록 점점 매료된다. 목차들을 살피며 가장 먼저 펼친 시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 <저 하찮은 돌멩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다. 19세기 미국 사회가 그녀에게 요구한 여자의 삶과 신앙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시는 응집된 희망이라는 것을 조우하게 된다. 저자는 에밀리 디킨슨의 삶과 시에 대해 짧고 명료하게 설명을 하는 내용들로 구성된다. 여성의 삶에 강요된 시대의 목소리에 에밀리 디킨슨이 갈망한 것들이 무엇인지 시는 고스란히 드러낸다.
여성을 옥죄는 억압의 시대는 그 시대에 머무르는지, 지금도 이 시대에 강요되는 것들은 없는지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자유롭다는 것, 행복하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삶인지 그녀의 시를 통해서 드러낸다. 억압받아보지 않았다면 이해조차도 어려운 억압이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아우성치는 자유와 행복은 왜 지금도 얻지 못하는 것인지 권력을 쥐어진 그들에게, 억압받는 자들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더불어 『예언자』로 유명한 칼릴 지브란의 시 <결혼에 대하여>의 내용과도 상통하는 맥락이 흐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영원히 함께하리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함께 서 있어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결혼을 이렇게 잘 설명하는 시가 있는지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워진다.
거리감의 필요성, 사랑의 영속성, 권위로 한쪽만 이득을 취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이 칼릴 지브란의 쉬운 시어들로 전달된다. 한국 사회는 가부장제로 많은 여성들을 수없이 억압한 사회이다.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지금도 강요되기에 결혼의 필요성보다는 사랑의 필요성에 더 힘을 주게 된다. 강요되는 억압에 여성들이 복종하는 시대가 아니며 경제적 활동도 함께 참여하는 시대이다. 임신과 출산, 양육까지 가중되는 부담을 기꺼이 감당할 시대의 여성들이 아니다. 독신자들이 많아지는 이유, 비혼주의가 많아지는 이유, 출산을 거부하는 부부들이 많아진 이유는 시대의 상징이 된다. 칼릴 지브란의 시가 진중하게 전달하는 의미에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부모 세대에게 강요된 여성들을 향한 억압들이 대물림되지 않아야 이유들이다. 행복을 향한 갈망, 함께 행복해야 하는 이유들이 칼릴 지브란의 시를 통해서 전해진다.
한쪽만이 잔을 채우고 마시는 시대는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상실한다. 부당함에 순종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이 된다. 함께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기에 결혼의 결혼도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결혼은 한쪽만을 위한 사회제도가 아니다. 칼릴 지브란의 시와 에밀리 디킨슨 시를 통해서 결혼과 종교, 사회적 분위기까지도 내밀하게 둘러보게 된다. 종교도 다르지가 않다.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고, 한쪽만의 잔치적 의미는 사랑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누가 성경을 집필하였는지 질문을 아끼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게 하는 책들이 떠오른다. 예수의 행적들을 되짚고 말씀을 음미할수록 종교에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게 된다. < 지옥 2 >시리즈가 보여주는 모습도 다르지가 않다. 종교와 사회적 문제까지도 차분히 통찰하게 하는 시들을 만나게 된다.
읽기 편한 구성이 특징이다. 시인의 작품들이 하나씩 소개되고 시인의 생애와 삶을 소개하면서 시를 설명해 준다. 글이 길지 않아서 바쁜 일상을 마무리하는 잠드는 시간에도 한 편씩 읽기에도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약속시간에 기다리면서도 한 편의 시를 읽기에도 적절하다. 흐름의 맥락이 전혀 방해받지 않는다. 저자가 설명해 주는 글도 유용해진다. 알지 못했던 시인들과 시들을 많이 소개받을 수 있어서 소중해진 책이다. 시인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지면서 다른 시집들도 기웃거리게 만든 책이다.
칼릴 지브란 / 결혼에 대하여
영원히 함께하리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공중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즐거워하되
때로는 홀로 있기도 하라.
마치 현악기 줄들이...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마음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랑하고 추앙하던 시들.시를 교재로 삼은 인생수업. 마음의 기쁨을 위한 희귀한 것. 이제껏 겪지 못한 놀라움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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