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전혀 알지 못하는 작가를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으로 한 권을 꼬옥 안았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하는 두 시인의 글부터 빠짐없이 읽는데 두 시인의 글과 작가의 글이 더욱 궁금해지도록 요동을 치게 만든다. 아직도 시인들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두 시인까지도 궁금해졌던 글이다.

시인 김선오와 시인 장혜령의 책들이 궁금해진다. 시인 김선오의 책들 중에서 『세트장』 문학과 지성사, 『시차 노트』 문학동네, 『미지를 위한 루바토』 아침달 3권을 골라보게 된다. 시인 장혜령의 책들 중에서 『사랑의 잔상들』 문학동네, 『진주』 문학동네,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문학동네 3권을 골라본다.

번역가 신유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반가움이 앞서서 고른 책이다. 번역한 책들로는 『진정한 장소』, 『남자의 자리』, 『빈 옷장』, 『사진의 용도』, 『세월』 등이 있다. 강열하게 지금까지도 자리잡는 책들이라 잊지 않고 꾸준히 펼쳐보는 책들이다. 이외에도 많은 번역서가 많아서 눈길이 머무르면서 우선 이 책부터 고르게 된다.




작가의 책들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책표지 그림이 강열해서 기억속에 자리 잡았던 것이 분명하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책들을 살펴보면 『달걀과 닭』, 『 G.H.에 따른 수난』, 『아구아 비바』, 『별의 시간』, 『야생의 심장 가까이』 책들로 작가를 만날 수가 있다.

기나긴 기다림으로 기다렸는데도 붙잡지 못할 것이라면 얼마나 허무할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자신도 찾아온 것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희망을 보내버린다는 것은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한 채 보내는 세월과도 다르지가 않아 보인다. 시인 장혜령이 말하는 여자의 기다림과 희망을 번역가 신유진이 번역한 무수한 책들의 문장에서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자 노력하고 무수히 투철하게 사력을 다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을 추천하는 글에서도 시인 장헤령의 의중은 숨김없이 드러난다. 수난은 봉헌의 다른 이름이고, 전달은 구원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면서 이 책의 작가가 백지와 구두점으로 집필한 글들에서 이 세상 버려진 모든 여자를 보았다는 시인 장혜령의 글에도 깊은 호흡을 하게 된다. 도살될 구제역의 짐승들과 고기를 먹는 사람들과 착한 가격과 착한 여자와 착한 사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시인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직시한다.

예쁜 것이 착한 것인지, 과식하고 과소비하는 것이 착한 것인지, 싼 가격이 착한 것인지도 질문하도록 이끈다. 의심조차도 하지 않고 자본주의의 흐름과 언론과 광고, 텔레비전에 멍청하게 눈을 고정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인지시킨다.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짧은 글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해지면서 이 책을 추천한 이유와 삶의 결과 영혼의 향기가 전해지기 시작한다. "저널리즘이 말해주는 현실. 벌거벗겨져 초라한 현실. 현실이라 강요되는 현실. 우리가 믿게 되었으므로 현실이 되고만 현실. 이 현실이 세계인가?" (12쪽) 시인 장혜령의 글은 한국 사회의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말하기에 충분해진다. 『멋진 신세계』, 『죽도록 즐기기』, 『1984』, 『동물농장』 작품들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한국에서 인기순위에 오르는 것들이 무엇을 의도하는 영상물인지 계속 의심하고 질문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책을 읽는 이유를 시인 장혜령은 분명한 어조로 전달한다.

어디선가 버려진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쩔뚝거리며 걷는, 버려진 아기 짐승. 그것도 착하다고 할 것인가? 어쩌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13 시인 장혜령

여자는 다른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으로 희망하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음으로 찾아온다 해도 붙잡지 못할 무언가를. 15_ 시인 장혜령

그리하여, 타오르는 여자의 손으로 9

우리는 푸른 불의 영혼을 나눠 가졌다. 9

향해 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 9

글쓰기가 저주라고 말하였던 작가의 이유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녀에게 글쓰기가 저주이긴 하나 구원하는 저주라고 말한 이유도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저자가 독자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은 단어뿐이라면서 가난하다는 것이 고통스럽고 무기력한 사랑을 한다는 것이 무척 괴롭지만 계속 희망한다고 말하는 작가의 마음을 깊게 호흡하게 된다.

절망하고 우울해질지라도 계속 희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지기 시작한다. 같은 시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책이 될 때 가지게 되는 희열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느끼게 된다. 선함이 악함을 이기고, 다정함이 물결치고 서로가 연대할 수 있는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이어주는 것이 바로 좋은 책과 좋은 작가이기에 미소를 잃지 않게 된다. 책읽기 좋은 계절인 만큼 가을날 이 책을 꼬옥 끌어안고 다닐 계획이다. 우리의 영혼은 광활하다는 시인 장혜령의 글에도 무한한 희망을 안을 수 있게 한다.

글쓰기는 저주이긴 하나 구원하는 저주다. 222

제가 줄 수 있는 것은 단어뿐...

이토록 가난하다는 게 고통스럽습니다...

이토록 무기력한 사랑을

마음에 품는다는 건 무척 괴로운 일이에요.

그렇지만 저는 계속 희망합니다. 153 ~154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시인 장혜령 & 시인 김선오 & 번역가 신유진 



어떤 명석한 독자는 결코 나의 말을 믿을 수 없으리라... 그저 헛된 꿈과 같다고 여기리라... 자신의 꿈을 망각의 불 속으로 영원히 던져버리리라. 그리하여 나는 그 재의 맛을 안다. 당신도 알 것인가? _ 시인 장혜령 - P10

도살될 구제역의 짐승들. 고기를 산처럼 쌓아두고 먹는 남자와 여자. 채널.

우리는 지금 원시시대를 살고 있는가? 텔레비전의 한국 언어. 착한 고기, 착한 가격, 착한 가게, 착한 여자와 남자, 값이 싼 것은 착한 것이고, 예쁜 것은 착한 것이고, 많이 먹고 돈을 많이 쓰는 것도 착한 것이다. _ 시인 장혜령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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