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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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있다. 태어나 보니 어머니, 아버지가 부모이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잘 살아보겠다며 가졌던 그 단단한 다짐과 마음을 알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음을 엄마 친구에게서 듣게 된 것이다. 자신을 향했던 그 마음과 가족을 이룬 부모의 마음을 처음으로 듣는 심정을 짐작해 보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어머니는 아버지가 이혼하자는 말에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하였다는 것을 기사 내용을 통해서 알게 된다. 이후 고등학생이 된 지금 그 아이는 지금도 청산가리라는 별명을 들으며 분노와 슬픔, 좌절을 삼켜야 하는 상황이다.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는 감옥에 수감 중이다. 곧 아버지가 출소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아버지를 못본지 오래된 상황이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생활 중이다. 주인공 친구는 뚜렷한 목표도 계획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학교를 선택한 것도 유일한 친구가 이 학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곧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 무엇을 하여야 할지도 끊임없이 질문하는 상황이다.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 길이 어딘가에 있었으면 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길 바랐다 112

인문계 고등학교와 기술계 고등학교를 같이 운영하는 학교 재단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들과 차별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길을 찾지 못했지만 누군가 여기에도 길이 있다고 보여주면서 길을 찾는 이들도 있고 길을 찾았지만 기성세대와 사회가 매몰차게 이들을 착취하고 무방비한 상태로 던져놓으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사실적인 소설이다. 젊은 청춘들이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착취를 당하는지도 짐작하게 된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정신적, 신체적 학대에도 버티어야 하는 이유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을 아끼지 않게 된다. 현장에서 당한 사고 치료를 지불했으면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정당한 것인지 거듭 확인하게 하는 소설이다.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지만 현장에서 당한 사고로 일상생활로 복귀하지 못하는 재경의 오빠가 있다. 재경은 포기하지 않는 기질을 가진 여동생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기술계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오빠가 정당하게 받아야 하는 사과를 회사 사장에게서 받고자 여러 노력을 아낌없이 하는 학생이다.

사과해야 하는 현장의 어른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나도 잘 살고, 너도 잘 살고, 다 같이 잘 살면 그게 좋은 거다."(188쪽) 작가의 글에 등장하는 작가의 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의 말이 이 작품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소설 속에는 나만 잘 살면 될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조차도 가지지 않는 사회이다. 누군가는 노동착취를 당하고 산업재해를 당하는 이름 없는 노동자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노동이 있기에 이 사회가 존재하지만 그들의 노동적 가치는 아주 작은 가치로만 존재한다. 그들이 멈추면 이 사회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사회는 그들을 정당하게 대우하지도 않는 사회이다.

만만치 않은 세상을 마주하여야 하는 이 시대의 노동자들이 있다. 세상 속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것인지 재석이라는 학생의 사고 소식으로 소설은 조명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살한 어머니의 노동과 아버지의 노동, 현수라는 친구가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동적 가치도 조명된다. 이들의 노동은 쉼 없이 계속되고 더 많은 노동으로 이어지지만 그들은 제자리를 맴도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 그들의 노동은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일까? 왜 텅 빈 액자만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결혼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모두에게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사회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많은 노동자들에게는 빚이 존재한다. 빚은 줄어들지 않고 그들의 노동은 더욱 가중되면서 망가지는 몸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아버지의 허리 고통, 쉬지 않고 일하는 환경, 끊임없이 일하지만 그들의 빚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회는 사회 초년생에게 신용카드를 만들도록 이끌면서 할부 소비를 더욱 부추긴다. 신용카드는 어떤 의미이며, 할부는 빚이라는 사실부터 인지해야 한다. 일시불로 지불할 능력이 되어야 소비를 해야 한다. 할부가 습관이 되면 결국에는 빚을 갚느라 노동을 더 많이 하도록 내몰리게 되는 노동자가 될 뿐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 빚이 있는 이유, 가정이 파탄 나는 이유로도 이어지게 된다. "무엇을 하든 기대하는 것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186쪽)는 문장은 희망을 지니는 사회이다. 하지만 이 사회는 희망보다는 절망, 슬픔, 좌절로 이어지게 되기도 한다. 자살한 어머니가 아이를 남겨놓고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그녀에게는 희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게 된다. 희망 없는 사회는 의미를 잃게 된다.

어머니 / 그토록 오랜 시간을 일했으나 무엇 때문인지 집안 형편은 고만고만했다. 74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기준이 필요한 시대이다. 휘청거리면서 소비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할부하면서 소비하는 것이 정답인지, 최저시급이 적은 사회에서 n 잡을 하는 것이 정답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하면서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영화에 등장하는 아르바이트하는 여자 인물이 있다. 그녀의 가치관, 행복관도 새로운 방안이 된다. <소비단식일기>의 저자처럼 깨달음과 실천이 얼마나 놀라운 만족과 가치를 주는 것인지도 연결이 된다.



1%에게만 부가 치중되면서 나머지 99%는 그들의 부속품처럼 노동만을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오래 일하는 것이 결코 행복은 아니다.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찾는 방법을 찾는 기술도 필요해진다. "한번 깨졌던 내 영혼은 정밀하게 깎아낸 금형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말끔했다. 마음의 표면에 신선하고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186쪽) 영혼이 말끔해지고 마음의 기운이 신선해지는 것을 주인공 친구는 찾게 된다. '입사 후 야간 근무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할 것인지도 자문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어떤 인생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졸이었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복집 일을 좋아했다고 회고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신의 성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노동자를 죽을 것으로 몰아넣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용광로에 사람을 떨어트리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사람이 끼어 죽게 만드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콜센터 직원을 자살에 내몰리도록 내버려두고,
현장 실습생이 배에 붙은 따개비를 따다가 바다에 빠져 죽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이 빌어먹을 세상은 그게 당연한 거라고,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거라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할 자유를 허락해 주니
얼마나 고맙냐고 떠드는 거야.
뻔뻔하고 파렴치하게.
- P107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이 최고고 그게 현실이야! ...
돈이 최고라고 떠드는
이 개 같은 세상이 당신 편이어서
당신은 자기 말이 옳다고 믿는 거야!
아버지와 재석 선배와 엄마.
세 꼭짓점 사이를 휘감는
음험한 기운이 나를 참담하게 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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