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라 그뿐이다 - 다시 나아갈 힘을 주는 철학자들의 인생 문장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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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나 변호사, 사업가가 아닌 일을 하고 싶었다는 것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학교에 거의 없었다는 것부터 회고한다. 그가 철학을 공부하고자 소신을 밝혔을 때 아버지가 그 상황에 말했던 말이 함축한 의미도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철학과 인문학이라는 학문이 한국에서는 어떤 형태로 발화되고 있는지도 떠올려보면서 나이 여든에 명언집을 완성한 저자의 이유와 어렵지 않게 서술된 글과 저자의 사유들을 함께 걷게 되는 명언집이다.

읽기 어렵지 않은 명언집이다. 수많은 철학자, 신학자, 인문학자, 사회비평가 등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현대 철학자가 다른 철학자의 철학을 이해하게 쉽게 설명해 주는 문장도 소개된다. 수많은 저서들을 모두 읽을 수도 없고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도 무리인 만큼 교양도서로 철학자들이 사유한 흔적들과 그들의 대화, 삶과 인생까지도 종합해 보게 된다. 관대한 러셀이라는 철학자가 유독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는 위선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이유도 설명된다.

금욕주의와 내려놓음의 미덕을 진심으로 믿었다는 사람이

정작 실생활에서 실천하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건 믿기 힘든 일 50

행복을 사유한 철학자의 명언들도 소개된다.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책들을 꾸준히 읽다 보니 나름대로 정리되는 것들이 생성된다. 불안과 행복의 상관관계로 행복을 정의한 에피쿠로스 철학자도 설명된다. 우리는 언제나 살아갈 준비를 할 뿐 정작 삶을 살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랠프 웰도 에머슨의 명언도 오랜 시간 사유하게 한다.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과 살아갈 준비만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로 전해진다.

삶은 진자운동을 한다는 쇼펜하우어의 명언 중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푸코의 진자도 떠올려보게 된다. 삶의 진자가 어떤 움직임으로 운동하고 있는지 사유하게 한다. "탐욕으로 흥하고 탐욕으로 망한 조직" (25쪽) 푸코의 진자 하권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마음의 평화는, 오랜 이해와... 한 점 의혹 없는 깨달음의 노력 끝에 성취되는 차분한 명상에서 온다고." (375쪽) ​『푸코의 진자』 하권의 소설을 다시 읽게 한다. 이외에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소마'에 대해 작가가 냉소적으로 설명한 소마의 특징도 강하게 자리 잡는다. 기독교와 알코올의 모든 이점을 모자람 없이 갖고 있는 소마를 다시 떠올려보게 한다. 고통과 행복을 내밀하게 고찰하는 시간으로 인도된다.

살다보면 최악의 순간도 찾아오고 희망을 보는 순간도 찾아오기도 한다. 실패와 좌절의 순간이지만 또 다른 희망도 발견하기도 하였음을 하나둘씩 떠올려보게 된다. 고단한 삶과 고통이 혼재하였지만 언제나 불행만이 지속되지는 않았음을 회고하게 한다. 모두가 시궁창에 빠져 있지만 누군가는 저 멀리 별들을 바라보는 있다는 것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시궁창과 다름없는 상황에서도 빠져나왔던 희망에는 멀리 별들을 바라보았음을 함께 떠올려보게 된다.

철학은 모두가 살아간 인생과 삶에서 찾아낸 깨달음의 학문이다. 철학의 명언집에서 저마다 주워 담을 별들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 별들을 바라보기도 할 것이며, 누군가는 별을 담았다는 것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카뮈가 던지는 질문이 가장 강열하게 남는다. 알베르 카뮈이방인』소설을 통해서 인생의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중요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 바로 자살이다.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가장 근본적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53쪽)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과 죽지 않기로 선택한 것의 의미를 다시 곧추세우게 한다. 살아갈 가치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질문인지 확인하며 삶을 더욱 내밀하게 관찰하게 하는 명언집이다.

최악의 순간이라 해도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다른 무언가가 따라오게 마련이다. 50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빠져 있지만,

그래도 그중에는 저 멀리 별들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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