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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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13세기 시인이며 신비주의자의 글을 무수히 읽게 되는 소설이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작가가 깃발을 세워놓은 이 글이 이 소설 중에 인물에게 무수히 던지는 질문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작품이 인상적이었기에 이 작품도 기대하며 읽은 소설이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다.

예지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것을 어둠의 예지력이라고 표현한다. 53살 물리학자는 총으로 자살을 한다. 15살 자신의 아들 바실리부터 먼저 총으로 쏘는 상황이다. 그는 극도의 멜랑콜리와 심한 우울증을 보였고 어린 시절에는 허약하여 병치레가 잦았던 인물이다.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온통 죽음과 절망만이 가득했던 그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불안과 논리적인 모순과 불확실성과 불확정성으로 가득 차 버렸던 상황들이 이야기된다. 인간의 관점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이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혼돈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연을 하나의 총체로 인식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그가 스스로 자신의 죽음까지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자살하였음을 보여준다.

양자역학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이 힘겨운 혼돈의 시간을 보냈는지 들려준다. 고성이 오가며 여러 언어가 자신들의 고뇌를 드러내는 방식들을 전달한다. 서로의 학문이 부딪치는 현장도 목격하게 된다. 더불어 수학이 무기가 된 무시무시한 수학 무기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예술을 비극적인 타락이며 맹목적이고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을 표현한 것이라고 대화하는 그녀도 만나게 된다. 어둠이 깔린 인물이지만 절제하면서 통제하는 그녀가 있는 반면 통제되지 못하는 방식으로 그가 분출하는 영감과 무기력과 절망은 무수한 혼돈으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부조리함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형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도 인물의 고뇌를 통해서 전해진다. 그의 내면의 악마들을 감지한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사악한 힘이 지닌 논리와 비이성은 예지력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복잡하고 모순된 기질을 목도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인슈타인의 기질도 대비를 이루면서 묘사된다. 과학자들의 재능과 어두운 내면과 다양한 기질에 대응하는 삶의 영역까지도 전해진다. 몰입하는 모습과 그들의 재능과 연구한 결과를 누가 가장 먼저 낚아채가는지도 역사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들의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서 쓰임을 다할지 그들도 예견하지만 그들의 충동을 누구도 멈추지 못했던 이유들도 전해진다. 학문의 발전이 어떤 조합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고 어떤 괴물이 어떤 방식을 취했는지도 보여준다. 최적의 병기가 되는 방법까지도 결과를 도출하여 제시한 그의 악마성까지도 확인하게 된다.

추락하는 인간을 보여준다. 악마가 된 그들이 무엇을 자행했고 어떤 연구를 도전하였으며 희망보다는 어둠을 이해하면서 멈추지 않고 결과를 이룬 것들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괴물이 되었음을 자각하지만 악마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된다. 통제되지 않는 광기로 그들이 함께 이룬 학문은 현재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도처에 즐비한 것들이 얼마나 유익한지 무익한지 우리는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아쉽게도 인간은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 모양새이다. 해양이 오염되고, 산림을 파괴하고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키며 땅을 비료로 파괴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암울한 미래를 되돌릴 의지마저도 소수의 움직임에서도 감지될 뿐이다. 한 과학자가 보았던 어둠의 예지력을 우리들도 모두가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성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학문이 어떤 모양새로 파괴하는 행위인지, 모두를 살리는 행위인지는 자문하는 능력이 더 필요해진다. 과학자들이 등장하지만 군사전문가, 경제인, 정치인, 교육자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다. 모두를 살리는 일인지, 모두가 자멸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은 그러한 질문을 하지 놓쳐버렸음을 보게 된다. 시멘트를 만드는 회사들, 환경부, 산림청, 원자력발전을 지지하는 집단, 미세먼지로 혼탁해진 공기를 마시면서도 자동차 매연을 뿜는 선택을 멈추지 않는 습관까지도 살펴보게 한다.

무서운 어둠에 장악된 영혼은 안전한지 살펴야 한다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촘촘히 달린 눈들, 층층이 쌓인 왕관으로 영광을 무수히 쌓아 올렸을 영혼은 끔찍하게 자신과 인류를 파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자문하게 한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참혹하고 광기 어린 인생인지도 보여주는 소설이다. 서늘해지는 기분을 매 순간 느끼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전작만큼이나 매니악도 멋진 작품이다. 작가만의 문체, 그의 냉철한 정신과 시선의 끝에 또 한 번 매료된 소설이다. 맨해튼 프로젝트, 힐베르트 프로그램의 정수, 괴델과 노이만, 파시즘의 흐름까지도 감지하게 된다. 결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유유히 흐르고 지금도 파괴적인 성격으로 호시탐탐 세계를 위협하는 제국주의의 움직임은 한반도에서도 감지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의 당당함, 수치스러움을 모르는 이유까지도 함께 접목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살피지 못했던 영혼의 이성들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목격하는
유일한 인간이 된 것처럼.
슬슬 두려워진 넬리.
자기 자신과도 서서히 단절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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