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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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에 이어지는 신간소설이다. 잠들지 않고 살아있는 녹나무의 파수꾼 인물들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여고생 유키나가 생활고를 해결하고자 직접 만든 시집을 판매하고자 찾아온 곳은 바로 레이토가 일하는 곳이다. 사정을 듣고 허락하면서 시집을 판매하도록 돕지만 판매되는 시집은 저조하다. 마침 시집을 살펴보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그는 시집을 반으로 접어서 가져가지만 돈을 지불하는 상자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어서 그를 불러 세우면서 대화하기 시작한다.

안면식도 없을 듯하지만 목격자가 되기도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지역 유지의 집에 강도가 들었다는 사건과 범인으로 지목된 고사쿠가 시집을 몰래 가져가려다가 들킨 인물이다. 고사쿠는 70대 노인인 구메다 마쓰코의 외아들이다. 일을 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고사쿠씨는 그 집안의 골치덩어리이다. 녹나무에 몰래 숨었던 사실을 알게 된 형사들은 수색하다가 복면을 발견하게 된다. 고사쿠씨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그의 과거 행적이 신뢰를 주지 않는 상황이다. 같은 날 고사쿠 외에 강도가 있었다는 것으로 주장하는 그의 말은 진실일까? 진실이라면 그가 목격한 강도는 누구일까?

생활고로 데이트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고생이 있다. 성폭행을 목적으로 접근한 어른과 살기 위해 손에 든 물건에는 지문이 현장 증거로 남는다. 지역 유지이며 경찰 상부에 지인이 있는 남성은 범죄에 공평한 처벌을 받는 사회인지 살펴보게 된다. 지문을 저장하고 폐기하지 않는 경찰의 불합리한 행동도 언급된다. 구석구석 부조리한 상황들이 도처에 넘쳐나는 것과 군국주의의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 세상의 부조리를 지켜보는 것이 숙명인 녹나무의 파수꾼임을 거듭 강조하는 소설이다.

화과자의 달콤함에는 수많은 노력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차별적인 맛을 지닌 메밀찹쌀떡을 완성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깃든다. 좌충우돌하면서 은밀하게 숨겨진 맛의 비밀을 찾아가는 이들의 노고는 그들이 사랑하는 아들 모토야는 시한부 인생이다. 중학생인 모토야는 잠들면 기억이 사라지는 병을 가진 시한부이다. 어제의 일을 기억하고자 기록하는 일기와 그림은 그의 유일한 기억저장소가 된다. 그곳에 기록된 이들과 사건들이 모토야의 오늘을 살아가게 한다. 살아갈 의미를 알려준 녹나무 파수꾼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이유와 행복과 불안을 가름하는 힘을 지닐 수 있도록 이끈 그림책 작업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된다. 미래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야 하는지도 들려준다. 안락사 논쟁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마지가 책장을 덮고 나서도 깊은 사유의 창으로 인도되는 시간이 된다.

20년 후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소년 352

인간에게는 미래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353

낭독회의 낭독을 의뢰받은 치후네는 '경도 인지장애'가 있다. 지나친 완벽주의자이기에 실수할까봐 부탁을 거절한다. 하지만 낭독회는 성공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게 된다. 그림책을 만든 두 아이와 낭독을 한 치후네의 이야기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어린 나이의 고통이 놀라운 결과로 이어진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대단한 아이들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작품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뇌 장애는 일상을 무너지게 한다.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오늘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와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도 들려주는 작품이다. 오래 사는 것과 짧은 생애를 산다는 것은 인간적인 관점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해지면서 오늘을 살아갈 의미가 더욱 명확하게 전해지는 소설이다.

화과자는 달콤하지만, 화과자 만들기는 달콤하지 않아. 229

중요한 건 바로 지금,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고,

내가 살아있다고 실감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 357


소중한 것은 바로 지금이니라.
지금 건전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 행복한 것...
존재하는 것을 고마워하고 감사하라...
내일의 일 또한 불안하지 않으리라.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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