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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2부 :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평점 :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200년 전 경고를 보낸 삼체 문명의 감청원과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사랑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미래사회의 모습과 지구 멸망이라는 위협을 어떤 자세로 대응하는지도 삼체 2부에서 다양한 인류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법으로 강제적으로 발표하기도 하고 기대치에 미달하면서 냉정한 반응을 보이는 대중들의 모습에도 흔들림 없이 뤄지가 계획한 것들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나누는 대화 장면도 하나의 언덕을 넘는 모습이 된다. 숨겨진 것들이 드러나면서 위기를 대처하는 모습과 사랑이 무성하게 자라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게 전해진다. 빛이 암흑의 숲을 비추기를 희망한다는 꿈의 의지가 인물을 통해서 전해진다.
삼체 문명은 너희는 벌레다!라는 마지막 문구를 남기고 200년 동안 무언을 고수한다. 그러한 현상을 가장 큰 경멸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장면이 있다. 공존하는 방식이 무엇인지도 언급된다. 상대를 소멸시키는 방식이 아닌 모두가 계속 생존하는 방식을 찾게 되는 인물이 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는 전환적 발상이 등장하면서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인류의 역사는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는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하지만 공존하는 방식도 존재한다는 것도 이 소설을 통해서 보게 된다. 기발한 발상의 전환을 모색한 인물이 삼체 2부에서 만나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그 어떤 생명도 곧바로 없애버리는 것이 우주 문명이고 페르미 역설에 대한 해석이라고 한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서로가 겨냥한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200년 동안 이야기를 통해서 보게 된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 모두 계속 생존할 수 있어 708
지하세계는 방종과 우울 부류로 나뉘게 된다. 산들이 보기에 인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질문하는 장면도 의미심장해진다. 개미를 살펴보면서 인류의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새로운 함대의 이름은 우주선 지구로 정하면서 진정한 에덴동산이라고 말한다. 에덴동산에 있는 독사가 함대를 어떻게 침식시키는지도 보여준다. 영혼이 어둠에 침식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전해진다. 발전이 없는 생존은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도 언급되면서 발전시켜야 생존할 수 있는 이유가 전해진다.
융통성 있는 새로운 사고와 창의력이 필요한 이유와 인간의 본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에서만 가능하다는 것도 강조된다. 뤄지가 인정한 두 명의 인물이 누구였으며 이들을 향해 인류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도 다시 조명해 보게 된다. 유다가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은 것은 이유도 설명된다. 예수에게 처음으로 입을 맞추었던 용기를 주목하게 된다. 둥팡옌쉬에게 없었던 용기를 조명하는 장면도 있다. 성모마리아의 눈물을 연상하게 되는 물방울의 완벽한 활면도 기발한 발상 중의 하나가 된다. 인류의 짐작과 착오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보여준다.
영혼 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가닥 빛이 사라졌고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파묻혀버렸다. 627
생존에만 급급하면 오래 생존할 수 없어.
발전시켜야만 생존할 수 있지. 616
융통성 있는 새로운 사고와 창의력이 필요.
인간의 본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일 616
인류의 허영심은 눈꼽만치도 변하지 않아 565
괴테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겠는가' 문장이 '내가 너희를 멸망시키는 것이 너희와 무슨 상관이겠는가?'라고 떠올리는 장면이 삼체 문명의 물방울의 추격이 지닌 의미까지도 연결하게 된다. 인류의 허영심을 질책하는 작가의 의중도 소설에서 마주하게 된다. 동면에서 깨어난 뤄지는 새로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구속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다르지 않았음을 떠올리게 된다.
2부의 '암흑의 숲'을 한 문장으로 간략하게 소개한 1부의 작가의 말을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해하게 된다. 두꺼운 소설이지만 축약되는 주제가 무엇인지 작가의 목소리가 간결하게 전해진다. 웅장한 전개에도 함축적으로 전달되는 작가의 의중이 분명하다. 자유와 인간의 본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창의력과 새로운 사고는 힘을 잃게 된다. 개인의 자유가 위협적인 사회는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하게 된다. 그러한 국가들은 역사속에서도 찾아볼 수도 있고 현대 사회에서도 충분히 목도하게 된다.
뤄지의 가족인 아내와 아이가 무척 궁금했는데 2부 마지막에서 궁금증이 해소된다. 뤄지가 삽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모습을 비웃던 사람들과 뤄지가 예원제랑 나누었던 대화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리면서 자신의 존재가 왜 삼체 문명에 위협적이고 살인 명령이 있었는지 우주사회학적 접근방식으로 설명되는 장면과 삼체 문명과 협상하는 장면이 강하게 기억에 자리잡는다. 뤄지의 아이가 구름을 비유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장면중의 하나가 된다.
군인들에게만 가해지는 작업이 정신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보여준다. 과학소설이지만 낯설지 않은 것들이 상기되는 장면이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명제를 주입당하면 참과 거짓이라는 것조차도 스스로 사고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군인들이 된다. 이런 현상은 현대사회에서도 자주 목도되는만큼 거짓뉴스가 얼마나 위협적인 파장을 불러오는지도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장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