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1부 : 삼체문제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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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삼체를 시청한 후 매료되어 소설로도 읽는데 기대한 만큼 촘촘하고 밀도 있는 소설이다. 작가가 말한 공동의 도덕 준칙을 살피게 한다. 우주에는 공동의 도덕 준칙이 있을까?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의심을 부여잡으면서 읽어간 1부는 우주적 관점에서도 같은 맥락을 유지하게 된다. 작가가 굵직하게 직조한 기본적인 틀을 펼쳐놓으면서 삼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수록 작가의 의도를 마주하게 된다. 과학과 군대, 정치, 문명을 이룬 기본적 틀과 인류를 벌레라고 단호하게 명명하는 삼체 문명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삼체 세계를 향하는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면서 인류가 대응하는 다양한 방식과 패턴들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지구 문명의 과학 발전을 억누르는 것이라고 믿으며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들이 전개된다.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예원제와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 사건에서도 인류의 역사를 보게 된다. 생각을 교란시키면 끝이라는 계획으로 과학자들을 향한 계획에는 두려움이 내재된다. 의문의 자살을 시도하는 과학자들과 대답하지 말라는 답신에 응답한 예원제의 의도에는 인류에 대한 복잡한 의중이 담겨진다.

일할 수 없으면 죽어야 한다는 것, 극단적인 억압 정치에 대한 환멸, 법률도 유죄 아니면 무죄라는 딱 두 가지뿐인 사회는 위협적이다. 예원제 아버지가 수업한 내용이 유죄였는지 무죄였는지 극단적인 정치는 그녀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그 현장을 모두 목도한 예원제는 어머니의 언행과 집에서 웃고 있는 어머니의 웃음소리에 발길을 돌리게 된다. 물리학 교수인 아버지를 타도하고 비판하는 현장에는 십자가가 아닌 고깔모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모두의 함성과 폭정은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의 모습과 다르지가 않다. 인류의 정신이 얼마나 협소한지 이 장면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정신의 획일화와 메마름에 경고를 던지는 소설이다. 도피주의를 처벌하는 사회의 움직임까지도 인물을 통해서도 매만진다. 다양한 사고, 다양한 소리를 듣는 자세조차도 존재하지 않기에 부부 사이에도 비밀스럽게 숨기는 생각들이 사건을 진행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정신을 허약하게 하는 모든 것이 죄악으로 치부되는 사회에서는 금서가 존재한다. 금지된 노래, 금지된 책들은 폭력적인 사회이며 획일적인 시대를 대변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도 법률로 규정되고 법률로 억압하는 모습들이 자주 등장한다. 법이 지닌 모순들을 다분히 사건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인류의 폭정은 거대해지고 부풀어 오르면서 부부 사이, 스승과 제자 사이까지도 해체시킨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는 명제를 참과 거짓으로 질문하게 되는 소설이다. 벌목되는 숲을 바라보면서 광기로 정의내리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비이상적인 광기, 벌목, 황무지, 살충제 남용, 사막화는 작품에 등장하게 된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등장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과학발전이 인류와 지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차분하게 생각하게 한다. 원시시대부터 과학적인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현대는 어떠한 문명이었을지도 상상해 보게 된다.

삼체 문명은 신세계 원정을 시작했고 함대는 항해 중이며 태양계를 향하는 삼체 문명은 인류에게는 위협적이다. 450년 뒤에 도착할 삼체 문명을 저지할 대책이 필요해진다. 동면이 가능한 미래사회이다. 누구에게나 가능한 사회도 아니다. 부자들만이 가능한 동면에 선택받은 뤄지의 아내와 아이의 운명은 더욱 궁금해진다. 눈에 띄지 않는 비성이 언급된다. 한 개의 비성, 두 개의 비성, 세 개의 비성.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존재하지 않았던 SF 소설이며 방대한 과학적인 소설이다.




너희는 벌레다!
삼체세계는 어떤 정보도 보내오지 않았다. - P433

우주에는 공동의 도덕 준칙이 있을까?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의심을 표하는데...우주적으로 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P444

대답하지 마라! 나는 이 세계의 평화주의자... 송신한 위치가 파악되면 당신들의 행성계는 침략 당하고 당신들의 세계는 점령 당할 것이다. - P308

벌목은 광란이라는 말로 표현... 닥치는 대로 베어버렸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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