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 서머싯 몸 세계문학전집

인생의 베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면도날』, 『달과 6펜스』에 이어 읽은 작가의 소설이다. 키티라는 27살 여인의 어머니와 아버지부터 살펴보게 된다. 이방인처럼 돈을 벌어다 주는 존재였던 키티의 아버지의 인생과 키티 어머니의 엄격과 냉혹함, 세속적 야욕과 책략과 술책으로 일관된 어머니의 삶부터 이해하여야 키티를 알게 된다. 아버지의 사랑을 추억할 수 없는 가정적 환경과 어머니의 태도는 키티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주게 된다. 그녀가 결혼한 사연과 그녀를 사랑한 세균학자이면서 의사인 남편을 전혀 사랑하지 않은 키티가 불륜을 저지른 후 그녀가 보이는 태도와 마음 상태와 남편이 그녀에게 제안하는 것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배신당하는 그녀의 상황들과 주변인이 불륜남을 평가하는 말을 들으면서 그녀가 서서히 상황을 다시 이해하는 과정들이 전해진다.

바보 같은 모습으로 불륜을 저지르면서 스스로를 무가치한 존재로 정의 내리기까지 키티는 불행과 죽음의 현장으로 향하게 된 상황들이 흥미롭게 이야기된다. 콜레라로 죽어가는 시공간으로 키티와 함께 떠나는 남편의 심정을 무수히 관찰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모든 상황을 알지만 그녀를 사랑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남편과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면서 남편과 친구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키티의 모습은 상반된다. 사랑과 용서를 인물들을 통해서 거듭 확인하게 된다.

경멸하는 불륜 상대남자를 다시 재회했을 때 이성과 육체가 다르게 대응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는 키티를 보게 된다.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세관 직원인 워딩턴이다. 그의 예리한 관찰력은 이 부부의 모습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 키티가 중국에서 경험하는 풍경과 수녀원의 수녀들 모습과 죽은 거지의 모습, 뇌수종 여자아이의 태도 변화까지도 예리하게 살펴보게 된다. 여자를 함부로 생각하는 찰스의 일관적인 태도는 한 치의 오차를 벗어나지 않는다.

찰스의 부인이 남편의 외도를 어떠한 태도로 대응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예의주시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들이 꽤 의미심장하게 전달된다. 마지막 키티와 키티 아버지가 나누는 대화 장면은 꽤 강한 인상을 남긴다. 키티에게 펼쳐질 인생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와 관찰력에서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사랑의 부재, 이해하지 않는 가족, 이타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사랑하지 않는데 결혼하는 키티의 결혼이라는 출발선부터가 잘못되었음을 보게 된다. 키티를 사랑한 남편의 사랑이 얼마나 비참해지는 지도 목격하게 된다. 구애하는데 서툰 남편의 태도도 놓치지 않는 장면이 된다. 사랑도 없는 결혼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면서 사라지게 된다. 키티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들을 잊지 않는다. 태어날 아이가 딸이기를 희망하면서 그 아이가 자신과는 다르게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자유의 의미, 자기 발로 당당하게 서면서 살아가는 여자이기를 꿈꾼다. 자신이 얼마나 바보였는지 자책한다. 사악한 모습과 가증스러운 모습까지도 아버지에게 고백한다. 수녀들에게만 있는 장벽이 무엇인지 몰랐던 키티가 스스로 그 장벽을 깨닫기 시작한다. 희망과 용기, 자유가 지닌 의미들로 무장하면서 새롭게 살아가고자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 애가 거침없고 솔직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주인으로서 독립된 인격체이길 바라고

자유로운 남자처럼 인생을 살면서

저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전 희망과 용기가 있어요. 과거는 끝났다. 332

키티의 아버지가 아내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인상적이다. 이방인과 다름없는 인생을 살았던 그가 아내의 죽음으로 가지게 된 것을 키티는 감지하게 된다. 그것이 아버지를 얼마나 가혹하게 하였는지도 참회하면서 아버지에게 진정한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변화한 키티의 모습에 주목하게 된다. 불륜 사건과 남편의 죽음까지 순탄하지 않았던 27살 그녀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하면서 자유와 희망을 응원하게 된다. 키티의 아버지와 키티,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