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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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으로 북마크까지 움켜쥐면서 읽는데 특색있는 북마크가 독서 속도를 높여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엮은 단편소설이며 에세이이다. 디 에센셜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이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었기에 이 책은 특별해진다. 작품들을 알고 있기에 그의 문체가 반가워진다. 더불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엮은 이유까지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읽게 된다. 그에게 출발점이며 일종의 문학적 영웅이라는 이유가 이 책을 펼친 이유 중의 하나가 된다. 작가의 작품을 사랑하고 부지런히 번역했다는 이유들을 단편소설과 에세이를 통해서 찾는 시간이 된다. 같은 사십 대의 두 작가가 무엇을 보고 느끼며 관조했는지 거듭 느끼면서 작품들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1930년대의 단편들과 에세이들이 한 권으로 구성된 책이다. 『이국의 여행자』를 두 번이나 읽었다. 장소의 가치와 새로운 경치를 반 시간만 즐기면 충분하다는 것, 중요한 것은 거기에 누가 있느냐는 것이다. 다분히 철학적으로 여러가지를 관조하게 하는 멋진 문장이다. 무수히 많은 것들을 주워담게 한다. 유행하는 장소와 관광지의 가치와 거기에 누가 있는지도 살펴보게 된다. 이 소설의 젊은 부부가 장소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가치까지도 같은 선상에 놓는다. 이 부부가 여행을 떠난 이유와 그들이 쫓아다닌 무수히 많은 것들은 그들의 눈과 태도와 외모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적 가치는 숨기지 않는다. 욕망은 아낌없이 얼굴과 눈과 태도에서 짧은 순간 모든 것을 투영한다. 젊은 부부가 그렇게 또 다른 커플을 보면서 감지한 것들이 그러하다. 번쩍거리는 번개와 환해진 순간에 이 젊은 부부가 본 것들이 무엇인지 놀라움이 강열하게 전해진다. 그들은 다짐들을 여러 번 하였지만 그들이 욕망하는 것에 늘 휩쓸렸음을 보게 된다.

장소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으며 확고한 의지가 반영되는 주체가 누군인지가 중요해지는 작품이다. 이 젊은 부부가 여행하면서 즐겼던 것들이 손에서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보여주면서 진짜 집중하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절망하면서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다른 장소를 찾는다고 자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장소에 누가 있느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늦지 않게 만나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 누가 있느냐 하는 거죠.

새로운 경치도 반 시간 즐기면 충분하고...

장소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답니다. 19

관계를 끊고자 하는 사람들 목록.

속물적인 태도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인간관계가 영원히 끊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43

욕망을 다스리며 중심을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시급한 일인지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미쳐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혹여 자신도 같이 미쳐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면서 살피게 되는 소설이다. 미국적인 것의 의미가 여러 번 강조될수록 < 디 에센셜 김수영>시인의 시들과 산문, 일기와 미완성 소설이 생각난다. 한국의 색채가 어떤 분위기인지도 둘려보게 된다. 잃어버린 언어와 잃어버린 영혼들이 어떻게 부유하면서 뒤뚱거리고 있는지 지금 현대사회도 두리번거리게 한다. 언론의 정체성과 부정부패한 사회 드라마와 영화는 세월이 흘러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까지도 이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하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한 사람의 가치와 함께하는 마음들이 있다는 희망은 좌절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감지되는 사회, 목소리가 들리는 작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집필한 작가와 번역한 작가가 함께 손잡은 이유는 명확해진다. 하나의 목소리를 찾는 탐험 여정이 된다. 피츠제럴드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적 영웅이 된 이유를 작품들을 읽을 때마다 만난다.

두려움과 싸우는지 질문을 한다. 자신을 지키고 있는지 반복해서 살피게 된다. 속물적인 태도가 무엇인지도 확인하면서 번역한 작가의 삶의 태도와 가치까지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소설이다. 열거되는 목록들과 추려지는 목록들이 무엇이며 실천하는 의지와 용기도 필요해진다. 김수영 시인의 태도와 법정 스님의 글과 행적들을 거듭 상기시킨다. 삶은 원형으로 돌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실패와 절망에서 멈추며 자각하는 깨달음을 통해서 새로 태어나는 것이 진정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 소설에서 그러한 순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괴괴한 달빛 아래 서 있는 사람이 되지 않고자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두 작가가 한마음으로 건네는 글들이다.

다들 미쳐가고 있는 걸까 42

봤어? 저들을 봤어?

저들이 우리야! 알겠어?

괴괴한 달빛 아래 있는 사람은

그들 둘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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