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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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이며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이다. SF소설이라 꽤 흥미롭게 전개된다. 과학의 발달을 예측하면서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로봇이 산업시장으로 나날이 다가서고 있다. 보완될 단점도 있지만 노동자 감축효과를 기대하면서 수용되는 노동시장의 변화물결은 조심스럽게 성큼성큼 인건비 저비용을 목표로 현대사회를 흔들기 시작하기에 이 소설은 더욱 흥미롭기만 하다. 소설의 배경은 지금과는 다른 과학이 발달된 시대이다.

보경이라는 두 딸의 엄마는 홀로 식당을 운영하게 된다. 소방관 남편의 사연과 연기자가 꿈인 아내가 있다. 아내는 식당을 하루라도 운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는 그녀는 책임질 두 아이가 있다. 1인 운영 식당이라 그녀의 아침은 분주하다. 눈뜨면서 시작하는 집안일과 출근 준비로 시작된다. 다리가 퉁퉁 부을 때까지 일하는 그녀의 하루는 시간적으로도 여유롭지가 않다. 큰 딸의 다리가 되어줄 돈으로 식당과 집을 마련한 엄마이다.



둘째 딸에게 '미안해'라며 늦기전에 말하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부모의 사랑이 공정하지 않았지만 자식은 침묵하면서 버틴다. 부모의 방식을 멈추고 미안하다고 표현한 그녀의 선택이 기억속에 강하게 자리잡는다. 영화 <세자매>에서 자녀들에게 잘못한 부모를 향해 자녀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라고 외치는 장면이 떠오른다. 권위적으로 휘두른 것들이 폭력이었음을, 범죄였음을 무시한 사회적 풍토를 꼬집는다. 이 소설에서는 부모의 사과가 더 늦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화해하고 제자리를 찾는 노력은 가족관계에서도 필요하지만 사회는 견고하다. 완고함으로 자녀들에게 폭력적이다. 멈추어야 하는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과 늦어버렸다는 후회로 마감하지 않는 가족들이 되도록 안내하는 장면이 된다. 상실과 결핍, 박탈감으로 성장한 자녀의 후폭풍은 상당하다. 부모와 자식관계는 노력이 필요한 관계임을 소설을 통해서 확인시게 된다.



빨리 성숙해진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작품이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의 장면과 대사도 떠오른다. 그러한 아이는 아프게 그려진다. <일타 스캔들>드라마에서도 다르지 않다. 남해이가 그러하다. 엄마에게 버려지고 이모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산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너무 일찍 알아차린 어린 소녀가 보인다. 그리고 그 상처들을 표현하지 않고 끌어안고 가는 그 어린아이가 내면에 있음을 보여주는 드라마의 인물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소설에서도 빨리 성숙하여 슬픔과 결핍들을 고스란히 안고 가는 아이가 등장한다. 그 아이도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세 모녀의 이야기가 가장 두드러지게 기억된다. 그리고 실수가 기회가 되는 순간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 기회로 다른 사고를 하는 인물도 기억에 남는다. 연구원의 실수로 다른 로봇이 되어 경험하고 배우는 로봇은 인간에게 치유가 되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질주하면서 빠른 것이 성공이라고 믿는 우리들에게 다른 사고의 접근도 제시해 주는 인물이 된다. 이 소설은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힘든 사회라는 사실도 짚어준다. 장애인에 대한 변화된 총체적인 협력과 이해가 필요해진다. 길거리에서 장애인이 보행하는 시설물은 있지만 한번도 장애인들을 길거리에서 본 적은 없다. 그들은 어디에서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을까. 그들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하지만 유령처럼 길거리에서 보편적으로 목도되지 않는 부유하는 또다른 생명체처럼 감지되는 한국사회임을 일깨운다.



저출산을 막는 정책이 나오지만 무용지물처럼 건조하게 느껴진다. 현실성을 도외시하는 정책은 의미를 잃는다. 장애인을 포용하는 사회가 되지 못하면서 장애인 시설물은 도보에 설치한다. 겉도는 시설물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어느 곳을 갈지라도 장애물이 없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이다. 한국은 빠른 성장을 이루었지만 기우뚱한 경사도가 심한 사회의 모습이다. 정신적으로 호소하는 스트레스 장애가 다양한 병명으로 다양한 연령층들이 힘겨워한다.

누구를 위한 경쟁사회인지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각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 소설을 통해서도 놓쳤던 문장들을 다시 주워서 꼭꼭 되새김질을 한다. 무엇을 가장 시급하게 제자리에 갖다놓아야 하는지 다시금 맨윗자리에 올려놓게 된다. 경쟁만이 정답이 아님을 확인시킨다. 왜 오랜시간 많은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읽히는 베스트셀러 도서인지 다시금 확인시키는 글귀들을 주워담는 작품이다.



'콜리'가 표현하는 다양한 사고와 다양한 표현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질문들도 놓치지 않게 한다. 콜리처럼 오늘을 살게 해준다. 콜리와 대화중에 "그리움이란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205쪽) 콜리만큼 오늘을 충만하게 살게 해주는 소설이다. 콜리의 낙마 순간이 작품의 시작이다. 그리고 두 번째 낙마가 가지는 의미도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시간의 흐름이 상대적이라는 사실도 직시하게 한다. 천 개의 파랑이라는 의미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 의미를 차분히 생각해 주게 하는 소설이다.

열심히 달려서 취업한 곳이지만 과로사와 스트레스로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택배업무로 쓰러져서 과로사한 한국사회의 단면도 기억나게 한다. 빨리하라는 직장의 과중된 업무방식은 아직도 한국사회에 존재한다. 정당한 권리와 인권을 찾아가면서 일하는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권리는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기에 이들은 묵시적으로 복종하고 순종하다가 쓰러진다. 죽을만큼 아프다고 과부하된 몸의 신호조차도 무시하면서 경쟁사회에 생존하고자 달린 노동자들이다. 고수익을 내는 직장 업무는 그만큼의 과업으로 힘든 일을 해결하는 곳이다. 좋은 직장이지만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투데이의 고통은 현대사회의 직장인들을 향한 고통으로 대변된다. "투데이는 달려야 살아 있음을 느꼈지만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하지 않게 되었다.채찍 사용 후...아파.아파.아파 " (30쪽)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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