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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205/pimg_7929391414105867.jpg)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이꽃님 작가의 소설들을 계속해서 읽을수록 매번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이제야 알았어. 그 먼 시간을 건너 네 편지가 나한테 도착한 이유를." 누군가에게는 시간의 흐름이 느리고 누군가에게는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 이 소설에서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지만 누군가에게는 빠른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시공간을 살고 있는 멋진 기적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느린 우편물로 보낸 편지가 다른 누군가에게 벌써 도착하면서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사람이 주고받는 편지가 인상적이다. 과거의 시간에 있는 누군가에게 도착한 나의 편지 내용과 현재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자 노력하는 과거의 누군가가 진지하게 나누는 편지를 통해서 가출을 꿈꾸는 16살 아이의 사적인 고민들이 하나씩 이야기된다.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은유는 엄마의 존재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다. 얼굴도 모르고 어떤 정보도 전해 듣지 않은 상태에서 15년을 아빠와 살게 된다. 홀로 생일을 보내고 홀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은유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대화도 없이 지내는 아빠와의 관계에 갑자기 변화가 일어난다. 아빠가 만나는 새로운 여자와 결혼을 준비하면서 아빠가 갑자기 달라지면서 새엄마가 될 사람과도 마찰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여자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 뜻모를 말을 남기면서 은유를 더욱 궁금하게 한다.
어쩌면 우린 너무 많은 기적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어.
기적같은 순간들이 매순간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느끼지 못하고 산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특별하게 일어나는 기적같은 일들을 두리번거리면서 깨우치게 된다. 은유의 엄마가 누구였는지 알고 싶어하는 은유의 바램을 편지를 주고받는 과거의 친구였고 언니였던 같은 이름을 가진 은유가 도와주기 시작한다. 아빠가 엄마를 만나는 순간을 추리하면서 아빠를 찾아내는 일, 은유가 태어났을 때를 추리하면서 아빠가 누구를 만나는지도 살피기 시작한다. 은유의 엄마는 누구였을까? 무수히 추리하게 한다. 은유 아빠가 엄마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들도 서서히 알게 된다.
아빠는 아빠가 처음이겠지만 나도 딸은 처음이에요...
처음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 여전히 알지 못해. 97
절대로 내 기분 이해 못 해.
넌 '우울함'이 뭔지도 모르고
진짜 '외로움'이 뭔지 모를 테니까. 68
불행하다고 해서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건
절대 올바른 행동은 아닌 것 같다. 57
두려움이 얼마나 과오를 일으키는지도 은유 아빠를 통해서 보여준다. 아빠가 처음이라서 서툴렀던 은유 아빠가 진심을 보여주지 못하였던 이유도 이해하게 된다. 은유 엄마가 선택한 것과 그 이유도 전해진다. 소중한 은유가 임신되면서 느꼈을 기쁨도 은유 엄마의 편지를 통해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은유 아빠가 얼마나 기뻐했는지도 은유는 알게 된다. 은유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던 은유 아빠의 서툰 방식이 은유를 더욱 외롭게 하였음을 알게 된다. 기적같은 일,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나면서 멋진 한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경찰서에 끌려갔다가 고문당해서 미친 거라고.
그 사람들이 원래부터 미친 사람은 아니었대요. 13
IMF 시대, 로또, 삐삐, 고문에 대한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역사 속에 자리 잡는 수많은 시대적 키워드와 그 시대의 맞춤법까지도 세심하게 매만진 소설이다. 경찰서에서 고문당하여 미친 사람들에 대한 아픈 역사까지도 놓치지 않는 소설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 사연과 암 치료와 새 생명을 두고 한 가지만을 선택할 때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와 신이 자신에게 준 배려라는 것을 느낀 은유 엄마의 사연까지도 구구절절 전해지는 소설이다.
원망이 밀려오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신의 배려라는 사실을 깨우친 그녀의 선택을 깊게 사유하게 하는 소설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간 두 은유의 이야기와 서로가 주고받은 편지들은 서로가 다른 시간속도로 살아가고 있음을 멋지게 이해하게 된다. 양자역학과 관련해서 소설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져보게 한다. 마지막에 주고받는 편지가 서서히 흐려지는 이유도 이해하게 된다. 바람이 되어주고 눈물이 되어줄 거라는 그 시대의 은유 편지가 깊게 기억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