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유영광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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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죽은 아빠의 유품인 오래된 라디오를 듣는 여고생 세린에게는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와 여동생이 하나 있다. 말없이 가출한 여동생은 소식도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화재 사건으로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모녀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만 하는 곳에 살고 있다. 모두가 입시 학원을 향하지만 세린이는 학원도 다니지 않고 집으로 향한다. 재개발 반대하는 현수막과 소리가 있는 곳에서 마지막까지도 떠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세린이는 유일하게 태권도 시범단을 꿈꾸는 여고생이다. 재능도 없지만 꿈을 꾸는 유일한 하나가 태권도 시범단이다.



구멍이 난 양말을 꿰매는 엄마, 소식도 없는 여동생, 막막한 상황이지만 세린이는 소문처럼 들리는 장마서점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이에 관한 책도 읽으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믿으면서 사연을 보내게 된다. 채택이 되면 초대받는 편지가 도착한다는 소설의 내용을 기대하는 꿈꾸는 여고생이다.

어느 날 집에 도착한 우편물은 장마서점에 초대받는 편지이다. 골드빛을 띄는 특별해 보이는 우편물이 초대장이다. 안내되는 날씨, 안내된 장소를 찾아가는 세린이에게는 기묘한 경험들이 시작된다. 그곳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도깨비들과 구슬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취업에 실패한 명문대생,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여행 작가, 돈은 많지만 젊은 날의 추억이 없는 사람도 상징적인 의미를 전하게 된다.


세린이는 막연하게 가졌던 소원들을 하나씩 생각하기 시작한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소원이 무엇인지 서서히 알아가게 되면서 성장한 세린이를 만나게 된다. 말 한마디에 상처를 주고 나서 후회하면서 위험을 무릅쓰면서 사죄하고 미안하다고 진심을 전하기도 한다.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금 더 멀리 보면 좋은 직장을 갖는 게 낫겠어.

명문대 간다고 무조건 취업을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111

걱정할 일 없이 몸도 마음도 편하게 살고 싶어.

카페 사장. 매출과 월세 걱정 160

마음속에서 이상한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겨우 이런 평범한 도깨비 구슬 따위로 만족할 거야? 245



편하고 안정된 삶을 보장해 주는 구슬을 장마가 끝나기 전까지 모아야 한다. 그곳에는 인간의 마음을 훔쳐 와서 살아가는 도깨비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니랍니다. 그동안 남들은 볼 수 없는 깊숙한 곳까지 뿌리가 뻗어 나가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뿌리가 다 자르고 나면 순식간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높이까지 자란답니다." (180쪽) 대나무를 처음으로 사유하게 하는 글귀이다. 우리의 수많은 시간들도 다르지 않음을 대나무를 통해서 성찰하게 한다.

포포라는 노파 정원사도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인간이 남몰래 흘린 눈물과 땀을 가져와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을 하는 정원사이다. "가장 적당한 시기에 활짝 피어나도록" (169쪽) 노파의 진심이 잔잔하게 여운을 남긴다. 세린이 선택한 구슬은 어떠한 운명으로 펼쳐지게 될까. 세린은 어떠한 깨달음과 희망을 간직하게 될지 기대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룰렛과 게임에 빠져든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도 짐작하게 한다. 주인을 잃은 짐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와 짐들의 주인은 어디에서 부유하고 있는지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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