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 I-II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1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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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 작품은 두 번째이다. 노벨문학상 발표와 함께 출간된 소설이라 더욱 눈길이 가면서 작가를 다시 만나게 된다. 사랑과 죽음이 관조하는 작가의 특별한 시선 끝을 따라가게 한다. 풍경화가가 되고자 독일로 유학을 간 청년이 있다. 작은 섬에서 성장한 그 청년은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다. 후원자의 도움으로 그림 공부를 하게 된 청년은 하숙집 침대에 누워있다. 오늘은 지도교수가 자신의 그림을 보는 날이라 서둘러 가야하지만 그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만 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어떤 말을 듣게 될지 불안에 침식되어 침대에 누워만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그녀가 있다. 하숙집 과부의 딸을 사랑한다. 그녀도 그에게 머리카락을 보여주면서 연인이라고 확답한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삼촌이 그녀의 어머니와 상의해서 그를 하숙집에서 내보기로 결정하면서 그의 하루가 이야기가 된다. 반복되는 문장들, 청년의 생각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 이유는 서서히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의 이상한 말에 겁을 먹는 그녀, 술집에서 그의 이상한 말을 듣는 화가들의 모습에서도 느끼게 된다. 그에게만 보이는 하얗고 검은 천이 너울거리면서 그가 나누는 대화의 상대들은 현실적인 인물들이 아니다. 그가 회상하는 과거의 장면들 중에는 원형을 이루면서 앉아서 침묵으로 종교적 모임을 가진 기억이 자리잡는다. 아버지와 나눈 대화들은 그가 지금 술집에서 회상하면서 그를 더욱 깊게 바라보게 한다.


자네 그림이 참 마음에 들어.그림 속에 훌륭한 요소가 꽤 많아.

자네 그림이 참 마음에 들어.

자네에겐 큰 재능이 있어. 188



내면의 빛을 보게 한다. 희고 검은 천은 상징적으로 그의 삶에 깊게 동행한다. 그의 누나가 지켜본 청년의 눈동자에서도 검은색은 깊게 관찰된다. 눈동자가 검게 변하면서 보였던 감정적인 동요와 거친 언행들을 보여준다. 내면에 무엇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인간은 무수히 선함과 악함이 드러난다. 결국 어떤 존재에 자신을 내어주느냐에 따라 현재의 내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불안과 초조, 의심과 망상에 침식된 청년은 그의 사고를 확고하게 틀안에 가둔 편견과 오해들로 더욱 그를 가두게 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그가 생활하게 되는 곳이 작품에 등장한다.



청년이 어린 시절의 모습도 누나의 시선에서 관찰된다.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모습과 특별한 모습들이 전해진다. 혼자 있고 싶어하고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통제하지 못하는 우울한 아이이다. 주변의 상황들을 고려하지도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독단적으로 존재하면서 가족을 위한 손길도 거부하는 아이이다. 그가 혼자서 바닷가에서 보내는 시간에 그린 여러 그림들을 누나에게 보여준다. 누나를 그린 그림도 보여주면서 표현된 대상을 어떻게 그려냈는지도 작품에서 세밀하게 전해진다. 



그림으로 표현된 작품은 그의 세상이다. 그가 이해하고 그가 보는 세상이 된다. 젊은 날 그린 작품들은 아름다운 그림이었다고 누나는 회상한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아픈 그가 섬으로 돌아와서 그린 그림은 거칠다고 떠올린다. 정신의 상태와 그림은 다르지가 않았다. 내면이 아름다웠던 아이이다. 풍경을 아름답게 바라본 청년이다. 그러한 청년의 그림은 지도 교수에게도 인정을 받는다. 재능을 인정받지만 그는 불안과 초조함으로 나날들을 보내면서 영원히 자신의 세계속으로 갇히게 된다.


검은 눈동자는 희고 검은 천으로 변해 내 입을 향해 다가왔다.

검은 눈동자는 희고 검은 천으로 변해 내 입을 향해 다가왔다.

천이 내 입술을 덮쳤다.

희고 검은 천이 내 입술을 눌렀다.

나는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176

천이 내 입속을 가득 채우면 나눈 사라질 것이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123

여기 봐!

퀘이커 교인이 술을 마시고 있어! 122



예술을 향한 열정이 가득한 화가이다. 하지만 불안과 의심, 초조함에 침식되는 안타까운 예술가를 보게 한다. 종교가 말하는 빛을 인물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더불어 화가의 아버지가 말하는 성직자에 대해 토로하는 대화들도 무심하게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가난한 자의 소를 가져가는 종교와 누나의 배고픔을 이해하고 하루 일과를 마감한 어부가 배를 타고 나가서 큰 생선을 잡아주는 모습은 대비를 이룬다. 많이 가져도 만족을 모르면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듯이 나눌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타인을 돕는 어부의 한결같은 모습은 인상적인 가르침으로 전해진다. 폰 요세의 작품은 그러하다. 크고 위대한 것이 빛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한다. 작고 이름없는 한 사람의 선행이 종교가 가진 빛임을 보여준다.



후원자는 작품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같이 공부한 화가들의 존재도 다르지가 않다. 작가는 화가 누나의 하루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들이 많았다. 가난의 고달픔과 노년의 고통들이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알지 못하는 사실들을 문학을 통해서 알게 해준다. 후각의 마비, 질병의 고통, 살아야 하는 삶의 고난, 가파른 오르막길과 치매로 혼돈스러운 나날들도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남동생의 죽음 앞에서도 그녀는 슬퍼하지 못하는 치매 현상까지도 전해진다. 수치심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점철되는 하루가 그려진다. 하루에도 여러 번 신의 부름을 받고 싶어하는 솔직함까지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가난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자비를 베푼 어부의 수많은 세월들을 회상한다. 그가 아니었으면 그녀와 그녀의 자녀들은 굶어죽었을 것이라고 떠올린다.


침묵을 지키며 착한 척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침묵을 지키며 착한 척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일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사람이길 원했다. 354

생각이 꽉 막힌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를 종교인이라고 부르니까! 361

종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빛이다. 369



인간의 삶과 사랑, 예술을 향한 열정, 죽음, 종교가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화가가 원대한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들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타인의 모습들까지도 흐릿하지 않게 전달하는 소설이다. 화가의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잘랐던 빈민가의 그녀의 모습과 화가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돌아누운 그의 참담함이 전해진다. 죽음이 목전에 있지만 그들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부여잡고 있는 의지들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작가만이 그려내는 독특한 시적인 흐름을 가진 문장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렵지 않은 문장들이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문체들에 매료된다. 국교가 있는 나라에서 세례를 받지 않으면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대화로 나누는 남매의 고민들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조롱하는 술집에서의 타인들의 모습, 술을 마시라고 권유하는 술집에서의 사람들의 모습들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장면이 된다. 내면의 빛을 가는 길이 고난의 과정임을 소설 속의 장면들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작가의 작품은 인상적이다. 『아침 그리고 저녁』소설에 이어서 읽은 작가의 작품이다. 희곡도 다수 발표한 유능한 작가이다. 작품을 쉽없이 발표하는 작가이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가 계속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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