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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평점 :
5.18 광주항쟁. 그 현장 기록은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도 충격이 컸던 사건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영화도 나오고 재판을 받는 모습도 우리는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그 역사의 기억들은 고스란히 지금도 아프게 자리잡는 사건이 된다. 이 책은 서점의 추천도서 목록에 있어서 관심을 가졌던 책이다. 두께감만큼 담아내어야 할 현장의 이야기, 현장의 인물들, 사건 기록들이 세밀하게 전해진다. 『윤한봉』, 『소년이 온다』 책과 함께 5.18관련된 영화들도 떠올려보게 한다.
광주의 비극은 서울과 워싱턴의 합작품이라는 브루스 커밍스의 추천사 글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이 도와주리라고 믿고 기대하며 기다렸던 광주시민군들의 마음은 더 아프게 전해진다. 간첩이라는 거짓되고 왜곡된 뉴스들이 있었다. 분단의 역사는 이렇게 또 다른 역사를 또 아프게 만들어낸다. 철저하게 섬이 되었던 광주이다. 언론은 통제되었고 그들은 섬에 갇힌 시민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혼돈과 폭동이 아닌 하나가 되어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세계에서도 그 사실을 놀라워한다. 광주시민들이 보여준 모습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혜성처럼 나타나 가두방송을 하는 여성들> 내용글도 잊히지 않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희망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나가 되어 힘을 합치는 시민들의 모습들이 기억에 남는다.
최초의 집단 발포, 누구의 명령으로 누가 했는가? 질문들이 존재한다. 공수부대가 보여준 모습은 인디언들을 사냥한다는 표현만큼이나 그들은 집요했음을 이 책에서 전해진다. 시위하는 학생을 끝까지 따라가 잡는 공수부대는 버스에서 내리는 시민들, 항의하는 노인들, 공무원들과 경찰까지도 구타하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힐을 신은 여성들까지도 연행하고 속옷 차림으로 벗겨서 '폭도', '운전' 등으로 붉은색 매직으로 표시하였다는 기록들과 곤봉으로 구타를 하는 것과 발길질을 넘어서 대검까지도 동원되어 사상자를 낸 그들의 잔혹성이 전해진다.
물놀이를 한 초등학생들10살, 11살 아이들도 총에 사살된다. 그들은 무엇이었을까? 살기가 가득한 그들의 잔혹성에 질문을 놓치지 않게 한다. 무엇이 그들을 잔혹하게 괴물로 만들었을까? 그 과정에 존재한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왜 그들에게 처참하게 시민들은 죽음을 당해야 했던 것일까?
체포된 인사들을 구타하고 고문하는 과정까지도 참혹하다. 고문당한 후유증으로 고생한 분들과 세상을 일찍 떠난 인사들이 다수 떠오르게 된다. 민주화가 되어가는 과정은 힘겨웠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갔음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힘겹게 이룬 민주화는 잘 유지되고 있는지도 질문하여야 한다. 그 과정이 퇴색되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잊지 않아야 한다.
아팠고 놀라웠으며 세밀한 자료들이 담긴 책이다. 기억해야 하는 역사적 사건을 집대성한 광주 민중항쟁을 만나는 시간이다. 지도와 사진들, 증언들, 관련된 여러 인물들이 고루 실려있는 책이며 익숙한 인물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였음을 만나게 된다. 길거리에서 시민군을 위해 솥밥을 준비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으며 그들의 손길과 마음이 하나였음을 읽어가게 된다. 고등학생들도 공수부대들의 잔혹한 장면들을 목격하면서 전단지를 배포하고 시위 현장에 함께 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대학생들의 시위가 민주항쟁이 되었던 이유까지도 충분히 전해진다. 역사를 기록하고 출간한 이유는 분명해진다. 역사를 잊으면 또다시 그러한 역사는 반복되기에 잊지 않고자 그들의 외침과 눈물과 생명은 너무나도 값진 희생이 된다. 어린 학생의 관에 올려진 사진자료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잔영으로 남는다. 한 명, 한 명 소중한 가족이었음을... 소중한 시민이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계엄군 아저씨, 당신들은 피도 눈물도 없습니까?
도대체 어느 나라 군대입니까?
경찰 아저씨, 당신들은 우리 편입니다.
제발 우리를 도와주십시오.(중략)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고 물러나겠습니다.
경찰 아저씨, 최루탄을 쏘지 마십시오.
우리는 맨주먹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꼭 이깁니다.
시민 여러분, 모두 힘을 합칩시다.
끝까지 물러서지 말고 광주를 지킵시다.